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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조우진 "IMF는 제 인생의 첫 번째 풍파이자 성숙 1단계"

기사입력2018-11-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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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봉하는 한국 영화에 조우진이 출연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다. 2015년 영화 ‘내부자들’ 이후 2016년에는 드라마 ‘도깨비’ ’38사기동대’ 영화 ‘더 킹’ ‘원라인’ ‘보안관’ ‘리얼’에. 이어 2017년에도 영화 ‘브이아이피’ ‘남한산성’ ‘부라더’ ‘강철비’ ‘1987’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2018년에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영화 ‘창궐’ ‘국가부도의 날’ 그리고 곧 개봉할 ‘마약왕’까지 정말 몸을 아끼지 않고 열일 하고 있는 배우다. 이렇게 많은 작품에 출연하는데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변주에도 쉼이 없는 비결은 무엇일까? 28일 개봉을 앞둔 영화 ‘국가부도의 날’의 홍보차 마련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조우진을 만나 보았다.


Q. 정말 열일 하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가 겹치지 않는다. ‘국가부도의 날’에서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다작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미지가 소비되지 않는 비결이 무엇인가?

A. 그냥 주어진 대로 연기 한다. 운이 좋았다. 좋은 작품에서 다양한 인물 통해 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뿐이다. 작품을 골랐다거나 피한다거나 전략을 세운다거나 하지 않았다. 좋은 작품, 의미 있는 인물로 뭔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뭐든지 다하려 했다. 작년이 정말 작품을 많이 했던 해다. 현장에서 동료, 선배님과 안부 주고 받을 때 “너 지금 몇 개 하니?” “경영이 형 이겼니?”라는 소리도 우스개로 하시더라. 아직도 관계자나 관객들 중에는 저를 모르시는 분이 더 많다. 저라는 식당에 다양한 메뉴판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작품과 인물을 전작과 어떻게 차별화 시킬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그 작품에서 이 인물이 어떻게 표현되어야 할지에 더 집중하는 노력을 했다.

Q. 이번에는 재정국 차관을 연기했다. 꽤 고위급 인물이다.
A. 저의 현실적인 학력과는 상관 없이 공무원이나 고위사무직을 많이 연기했었다. ‘국가부도의 날’에서 연기한 재정국 차관은 지금까지 한 역할 중 가장 고위직이고, 가장 우월감이 있는 인물이었다. 처음에는 겁이 나더라. 이걸 표현할 수 있을까? 엘리트 만의 우월감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다행히도 시나리오 속에 우월감이나 엘리트 관료만의 기질이 굉장히 섬세하게 표현이 되어 있었다. 이 텍스트를 잘 파고 들면 여러 분들께 조우진이라는 배우의 또 다른 모습을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도전 의식을 갖게 되었다. 시나리오를 보는데 그 시대의 공기가 느껴졌다.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말 잘 담겨 있었다. 차관도 다른 인물에 비해 다른 선택과 그 시대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이 안에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Q. 연기했던 인물이 악역은 아닌데 이상하게 미운 인물이더라.
A. ‘한시현’ 팀장의 반대편에 있다고 해서 무조건 악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람 자체가 악인은 아니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달랐을 뿐이다. 그도 가장으로서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당시 기득권에 속한 인물로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살았을 뿐이다. 다만 그에게 주어졌던 능력이 ‘재정국 차관’이라는 배경을 가지면서 잘못 사용되어진 것이다. 예전에 연기 준비를 하면서 고위 공무원을 취재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취재 했던 내용을 토대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좀 더 극적으로 인물을 만들어 냈다.



Q. 개인적으로 재정국 차관이라는 인물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장면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나?

A. 화장실에서의 장면이다. 차관의 선택과 의지가 무슨 근거로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그의 속내가 정말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Q. IMF와 협상하는 내용이 나오면서 김혜수 배우의 영어 대사가 인상적이었는데, 조우진 배우의 경우 재정국 차관인데다가 하버드대 출신이라는 설정인데도 불구하고 영어 대사가 거의 나오지 않더라.
A. 아주 간단한 대사는 있었지만 저는 제대로 된 영어대사가 한 줄도 없었다. 분량에 대한 아쉬움같은 건 없다. 정직한 엘리트의 유능함은 한시연 팀장에게 모두 배정되는 게 맞다고 생각했었다.

Q. 뱅상 카셀의 출연도 화제가 되었다. 같이 연기를 했던 소감은 어떠신가?
A. 프랑스를 문화 선진국이라고 하지 않나? 그분 자체에서 그런 자부심과 우월감이 느껴졌었다. 굉장히 유연한 분이고 우리나라 배우와도 서슴없이 대하시더라. 그냥 있어도 저절로 눈길이 가는 분이셨고, 그분 눈에 소년이 보이더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람을 끌어 당기는 그분만의 마력인 것 같았다.

Q. 개인적으로 IMF시절은 어떻게 보냈었나?
A. 제일 크게 현실적으로 겪은 건 학비가 없어서 대학 진학을 포기한 것이다. 주변에 그런 친구들이 많았다. 도대체 돈이 뭐길래 가족뿐 아니라 온 나라가 이렇게 난리가 날 정도인가 싶었다. 무조건 돈을 벌려고 뛰어 들어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당시에 비디오방, 소주방, 노래방 등 방들이 유행했었는데 그런데 알바도 했었고 주유소 알바도 했었고 닥치는 대로 했었다. 이런 경험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떤 직업을 통해 내 삶의 목표를 이룰 것인가도 많이 고민했다. 유독 많이 웃고, 우는 감정의 질풍노도 시기를 거쳤었다. 내적 감정이 가장 격했던 시기였다. 음악도 책도 영화도 닥치는 대로 듣고 보고 봤었는데 그때 봤던 것들이 지금의 영감의 가장 큰 원천이 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IMF 시절은 제 인생에서 첫 번째 풍파이자 성숙 1단계였던 거 같다.

Q. 이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
A. 위기의 대응방식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어른스러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상처이건 몸의 상처이건, 상처가 깊다고 해서, 바라보기 힘들다고 해서 회피하면 해결되지 않는다. 바라보고 어루만져줘야 치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IMF 당시에 상처를 입었다. 가족이 함께 이 영화를 보고 그 시대를 거울삼아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어떤 사회를 물려줄지를 고민하는 게 어른의 몫인 것 같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영화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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