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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성적표] 서늘한 화면 속 아이들에게서 피비린내가…’붉은 달 푸른 해’

기사입력2018-11-2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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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죽음엔 항상 아이가 있다. 21일 첫 방송된 MBC ‘붉은 달 푸른 해’를 상징하는 이 문장처럼,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순수한 존재인 아이들이 거의 드라마 내내 등장한다. 하지만 화면은 따뜻한 기운 없이 서늘하고, 시(詩)의 문구는 소름끼치며, 여기저기서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차우경(김선아)는 둘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일하는 아동 상담사다.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여동생과 홀로 된 어머니가 있다. 또 여동생을 잃은 뒤 충격으로 이상행동을 보이던 상담 아동이 더 이상 상담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등의 일이 있지만 남편과 귀여운 딸이 있어 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러던 그녀가 도로 위에 갑자기 나타난 아이를 치어 사망하게 만들며 충격에 빠진다. 우경은 분명 초록 원피스를 입은 여자 아이를 치었다고 생각했지만, 죽은 아이는 남자아이였으며 아이의 소지품에서는 ‘보리밭에 달 뜨면’이라는 서정주의 시 ‘문둥이’ 일부가 적힌 그림이 발견된다.

이 사건과 더불어 우경이 연관된 다른 사건도 1회의 중요한 축이었다. ‘보리밭에 달 뜨면’이라는 문구가 자신의 아이를 태운 뒤 수감됐다가 석방 뒤 자신도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된 박지혜라는 여성의 집에서도 발견됐다. 우경은 박지혜에 대한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한 적이 있었으며, 당시 시위에 함께 참석했던 의사에 대해 형사 강지헌(이이경)에게 알려준다.


이 의사를 범인으로 의심하며 박지혜의 죽음을 추적하던 강지헌은 박지혜와 그 남편의 사진 뒤편에서 이 문구를 읽는다. 이후 의사의 집을 찾은 그는 비명을 지르는 의사를 칼로 찌르고 있는 의문의 여인 전수영(남규리)와 마추친다.


Good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혹적인 스릴러 연출
-몰입도 높이는 주연들과 색다른 소재


1회부터 평온한 일상 속에 파격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펼쳐졌다. 난데없이 아이가 교통사고로 죽는 충격을 겪은 우경이 의문의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 과정은 시청자를 몰입시켰다. 서늘한 분위기의 화면 속에, 중심 축이 되는 사건뿐 아니라 미스터리 요소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식물인간이 된 여동생, 상담을 거부하는 상담 아동의 엄마 등도 앞으로 ‘뭔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 또 여주인공부터 임신한 아이 엄마인 데다 산 아이, 죽은 아이 등 여러 '아이'들이 드라마 내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과 살인사건이라는 소재가 낯설고 궁금한 대비를 이룬다.

서정주의 시 ‘문둥이’의 ‘보리밭에 달 뜨면/애기 하나 먹고’는 색다른 소재로 섬뜩함을 불러일으키는 최대의 장치였다. 패닉에 빠진 임신부 역할로 극을 끌어가는 ‘믿보 여배우’ 김선아를 비롯해 누구 하나 빠지는 이가 없는 연기력의 주연 배우들 역시 조용한 듯하면서도 무서운 스릴러에 모두 완벽히 녹아든 느낌이다.




Bad

-아이, 환상, 시…설득력 있는 결말로 나아갈 수 있을까
-무겁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분위기


아이가 등장하는 피비린내 나는 살인사건, 사건마다 나타나는 환상, 거기에 얽혀 있는 시(詩)…모두 매혹적인 소재들이다. 이 중 하나만 접해도 ‘이 드라마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게 할 ‘떡밥’들이다. 하지만 환상이라는 불분명한 현상이 실제 현실 속 사건들과 설득력 있게 엮인 결말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떡밥’이 클수록 그 모든 것이 제대로 맞물리기를 바라는 기대도 크기 때문이다. “대본의 힘에 출연을 결정했다”는 연기자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살인사건이 소재이고, 앞으로 아동학대 등 무거운 주제 또한 짚고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드라마인 만큼 상대적으로 무겁고 어렵게 느껴지는 점도 약점이다. 현실도 머리 아픈데 드라마에서마저 괴롭고 힘든 상황을 접하기는 싫다는 시청자들에게는 맞지 않다. ‘붉은 달 푸른 해’는 MBC에서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iMBC 이예은 |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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