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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크리닝] '양의 나무' 천진한 미소로 '죄와 벌'에 대해 묻는다, 믿고 보는 감독이 된 요시다 다이하치 ★★★☆

기사입력2018-10-10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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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나무' 줄거리

지방의 해안 마을 우오부카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츠키스에(니시키도 료)는 어느 날 상사로부터 '이주민 6명의 정착을 도우'라는 지시를 받는다. 각자 기차, 비행기, 버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오부카에 도착한 6명을 맞이한 츠키스에는 그들로부터 어쩐지 께름칙한 느낌을 받는다. 이들을 맞이하고 직업을 찾아주고 이사를 도와주던 츠키스에는 이 6명이 가석방된 전과자이며 10년 동안 마을에서 정주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구가 감소 중인 지방 소도시와 전과자에게 소모되는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었던 것. 살인을 저지른 전과자임을 숨기고 작은 마을에 정착해 살아가는 6명과 얽히게 되며 평화로웠던 츠키스에의 일상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비포 스크리닝
야마가미 타츠히코의 원작 만화를 영화로 만든 '양의 노래'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종이달', '아름다운 별'의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신작이다. 지방 소도시의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에서 가성방된 전과자를 시민으로 정착시킨다는 아이디어는 당연히 허구의 것이지만 요시다 다이하치는 전과자 6명의 캐릭터를 각각 달리해 '한번 죄를 저지른 사람은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물론 이 질문은 요시다 다이하치 특유의 엇박자의 리듬과 기묘한 유머 속에서 찬찬히 진행된다.

성실하고 선량한 시청직원 역에 니시키도 료, 어딘지 음산해 보이고 순진해 보이는 택배 배달원 미야코시 역에 마츠다 류헤이, 과거의 죄를 후회하는 세탁소 직원 역에 타나카 민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호연 역시 빛난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지석상 수상, 제53회 시카고국제영화제, 제37회 벤쿠버국제영화제 등 여러 해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다.


▶애프터 스크리닝
죗값을 치루고 지금은 새로운 삶을 도모한다면 '살인죄'는 과거가 될 수 있을까. 평범한 사람과 살인자의 공존은 가능할까. 멀리 있는 이야기라면 '용서'를 누구나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무슨 이유로 살인자가 되었는 지도 미스터리한 인물들이 마을 곳곳에 숨어 세탁소 직원, 청소부, 간병인, 이발사 등의 내 이웃으로 살아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속이 선량해 보이고, '실수'로 살인자가 되었다는 범죄자들의 면면을 알아가며 관객이 그들과의 '공존'을 받아들일 때 쯤, 영화는 다른 살인 사건을 툭 던져놓고 관객은 츠키스에와 더불어 범죄자에 대한 의심을 드리우기 시작한다. 이들에게서 지난 범죄의 흔적이 묻어나올 때 츠키스에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고, 새로운 삶을 기대했던 미야코시는 "난 여전히 살인자야.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절망한다. 한번 지은 죄는 굴레가 되어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거기에 범죄자에 대한 편견이 더해진다.



죄와 벌, 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영화 같지만, '양의 나무'가 볼만한 지점은 이야기를 느슨하게 풀었다 확 조이기를 반복하며 긴장감을 유지시킨다는 점이다. 순수한지 음산한지 속을 알 수 없는 인물들 덕분에 미스터리의 요소가 짙어지고, 그들에게 휩쓸리는 평범한 츠키스에의 고난이 반복되면서 잔잔한 웃음을 유발한다. '메종 드 히미코'(2006)에서 히미코를 연기했던 배우 타나카 민과 '산책하는 침략자'(2018), '행복한 사전'(2013) 등으로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한 마츠다 류헤이의 연기가 특히 주목할만 하다. 반박자씩 어긋난 호흡과 어딘지 모르게 귀엽지만 기묘한 인물들, 느리지만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의 전반적인 리듬, '일본 영화 특유의'라는 설명을 붙일만한 오랜만의 영화다. '양의 나무'는 10월 18일 개봉한다.





iMBC 김송희 | 사진 제공 홀리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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