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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지성 “난 아직도 노력형, 앞으로는 좀 즐기며 연기해 보련다”

기사입력2018-09-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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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에서는 이만한 주연감도 없다. 거의 20년간 안 해본 역할 없이 두루두루 강렬한 인물들로 쉼 없는 도전을 해 왔으며 긴 활동시간 동안 ‘연장의 신’이라 불릴 정도로 좋은 반응을 끌어낸 작품들을 많이 해 왔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묵직한 영화 ‘명당’으로 스크린에 도전했다. 어떤 질문을 해도 자연스럽게 모든 이유와 원인이 아내와 딸에 있을 만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했던 지성을 만나보자.


Q. 드라마도 영화도 재미있게 봤다. 드라마 촬영도 끝났을 텐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

A. 며칠 전에 드라마 촬영이 끝나서 하루 정도 밀린 잠을 푹 잤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명당’의 시나리오에서 받은 느낌은 스토리가 자연스러웠다. 사람 냄새가 나는 스토리였고 땅을 소재로 한 작품이지만 권력, 정치, 역사를 떠나 사람의 욕심에 대해 진솔하게 다루더라. 흥선군의 캐릭터에 있어서도 조선 후기의 잘 알려진 모습이 아니라 그의 젊은 시기의 이야기여서 제가 뭔가 영화에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참여했는데 결과물을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더라.

Q. 흥선대원군을 연기했다. 실존 인물들을 연기할 때 배우들은 많이 부담스러워 하던데 지성씨는 어땠나?
A. 부담을 가질수록 집중을 못할 거 같아서 실존 인물에 대한 부담은 안 가졌다. 어느 누구도 흥선을 실제로 본 적은 없기에 내가 흥선이라 믿고 연기했다. 그가 옳은 일을 한 인물인지 틀린 일을 한 인물인지는 후대의 사람들이 결정지어주는 것 아닌가. 당시에는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정의롭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악역인지 선한 역인지에 대한 구분은 하지 않고 흥선의 생각은 다 옳았다고 생각하며 캐릭터를 잡아갔다.

Q. 대중이 알고 있는 흥선은 '상가집 개' 소리를 들으며 안동김씨 세력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양아치 연기를 했고 어린 아들을 왕위에 올려 섭정을 한 인물이다. 그렇게 말로만 듣던 ‘상가집 개’를 직접 연기하셨다. 촬영할 때 어떠셨나?
A. 흥선의 첫 등장 장면이 바로 ‘상가집 개’로 등장하는 것이었는데 부담스러웠다. 그 씬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닌데 표현하기가 참 어려웠다. 그 장면의 콘티 자체가 부담스러웠고,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연기 할 때 도 불편했다. 땅에 떨어 진 걸 주워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고개를 숙일 때부터 흥선의 입지에 대한 현자감이 들더라. 바닥에 떨어진 전에 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는데 막 느낌이 오더라. 실제로 땅을 혀로 핥아 본 적이 없어서 고민의 시간은 있었지만 ‘아!! 먹자!’ 이런 마음으로 촬영했다. 연기하면서 흥선이 이런 심정으로 젊은 시절을 살았구나 싶은 게, 목숨을 부지하려고 ‘상가집 개’가 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더라. 그게 마지막 촬영이었다. 그 씬을 제일 먼저 찍었으면 연기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Q. 19일에 개봉을 했고, 같은 날 개봉한 추석 영화들이 속속 스코어가 나오고 있는 중이다.

A. 제가 영화를 많이 하지 않아서 스코어는 잘 모른다. 아직 영화 쪽에서는 신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새롭고 극장 앞에 제 얼굴이 걸리는 것도 신기하고 남다르기도 하다. 저의 소망이 영화 홍보에 방해가 될까봐 걱정 되긴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100만 관객이 넘는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지금까지 했던 영화의 성적들이 좋지 않았어서) TV와 영화는 다르더라. 각각이 주는 행복감, 두려움, 걱정도 다르던데 드라마는 20년 동안 많이 해봤기에 뭐가 힘든지, 뭐가 부족한지, 대중이 뭘 바라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은데 아직 영화는 잘 모르겠다. 연기도 어려웠고, 제가 필름에 어떻게 담겨질지, 그게 어떻게 편집 되고 작품에 어떤 영향을 줄 지도 감이 잘 안 오더라.

Q. 영화를 많이 안 했던 이유는 따로 있나?
A. 영화에서 저를 많이 안 찾아주셨다. 기회를 못 만났고 어쩌다 기회가 생겼을 때는 이미 드라마 약속이 있는 상황이었다. 무리하게 두 작품을 병행하며 저 자신을 소진시키거나 책임지지 못할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영화에 집중하려면 드라마를 멀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더라. 그러기엔 지금까지 쌓은 좋은 관계가 있어서 작품을 선택하기에 쉽지도 않았고 제 나이도 있어서 선택의 폭은 넓지 않더라.

Q. ‘명당’에서 액션도 선보이던데 조승우가 지성의 체력이 대단하다고도 했었다. 평소에 몸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
A. 평소에 몸관리를 잘 한다. 음식도 조절하고 운동도 하고, 개인적으로 무술감독님과 평소에 액션 트레이닝을 하기 때문에 말 타고 칼 쓰는 건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늦게 자식을 낳고 아빠가 뭔지 알게 되면서 20년 뒤를 생각하게 되더라. 제 딸이 컸을 때, 결혼할 때 제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명당’ 같은 영화를 갑자기 만나서 액션 준비를 하면 몸이 못 따라갈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하고 있다. 아빠가 건강하다는 걸 항상 보여주고 같이 운동도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아이에게 명랑함을 주는 것 같더라.

Q. 길게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작품을 하고 있다.
A. 나중에 아이가 봤을 때 아빠가 열심히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 최선을 다 한다. 늦게 결혼한 게 저에게 더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20대에 아빠가 되었으면 어떤 책임감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었을까 싶다. 이 일이 한 작품 끝나고 나면 몸과 마음을 다 소진하는데 그렇다고 혼자 쉬지 않고 바로 가족들과 시간을 가진다. 그게 더 빨리 제 자리에 돌아오는 방법이더라. 물론 작품을 많이 하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한데, 하루를 쉬더라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돌아보면 개인 생활도 별로 없고 친구들에게도 미안한데, 하지만 가족이 늘 먼저다.



Q. 아빠가 되면서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졌나?

A. 가족애가 담긴 대본이나 시나리오에 눈이 먼저 가기도 한다. 배우의 개인적 감성도 가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피고인’의 경우도 딸을 구하는 아빠의 이야기가 절실하게 다가와서 하고 싶었다. 소수이겠지만 실제로 그런 일을 당한 사람들을 위해 대변하고 대신하겠다는 결정이기도 했다.

Q.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영화관의 명당으로 ‘이보영의 옆자리’라고 이야기 하셨다. 연예계 최고의 사랑꾼의 면모다.
A. 별다른 의식을 하지 않고 한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 아닌가? 제 인생이 이보영에 모든 코드가 맞춰져 있어서 그렇다. 이보영을 만나고 나서 많이 모르고 부족했던 저를 일깨우기도 했지만 저 자신을 사랑할 줄도 알게 되었다. 그 전까지 살아오면서 항상 부모님이나 동생이 먼저인 삶을 살고 저를 사랑한 적은 없었는데 이걸 알게 해준 이보영이 눈물 나게 고맙더라. 그러고 나니 연기도 달라지더라. 누구에게나 짝이 있듯이 저에게 맞는 상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 같다.

Q.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조승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조승우가 어떤 인터뷰에서 지성을 축구선수 손흥민에 비유했더라.
A. 촬영 중에 저도 그 기사를 봤다. 저는 개인적으로 조승우가 아름드리 나무라고 생각한다. 크게가지를 뻗어 중심을 잡아주고 그 안에 여러 스토리가 펼쳐지는데 저는 지나가는 나그네 정도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팬심으로 조승우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조승우는 인간적으로는 되게 귀엽고 막내 동생 같다. 그런데 배우로는 그의 진중함이 인상적이다. 연기가 굉장히 안정적이고 해야 할 몫을 소화해 내는 모습을 보여 많이 배웠다. 실제로 그에게 자극을 받은 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보고 나서였다. 어느 날 이보영이 ‘지킬 앤 하이드’가 보고 싶다고 해서 어렵게 티켓을 구해서 봤는데, 와! 직접 보니까 “쟤 미친 거 아냐?” 싶도록 너무 설레고 좋더라. 그때 그 기분을 잊지 못하겠더라. 그때 이후에 더 즐기고 내 감정을 마음껏 가지고 놀아 보자는 생각을 해봤고, ‘킬미힐미’를 하겠다고 결정했다.


Q. 오~ 그런 배경이 있는 줄은 몰랐다. ‘킬미힐미’에서의 다양한 인격에 대한 입체적인 연기가 이후의 다른 작품에도 영향을 주었나?

A. 연기하는데 전작이 도움된다고 스스로 생각한 적은 없다. 저는 노력형이라서 작품을 고르는데 개인적 취향과 잘할 수 있는 걸 고른다기 보다 항상 도전적인 걸 골랐던 거 같다. 저는 타고난 연기자가 아니다. 후천적으로 노력으로 연기를 배우고 공부하는 스타일이다. 20년 전에는 대사하면서 발도 못 뗐는데, 어떻게 하면 발을 떼고, 입도 떼고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공부하는 습성이 있다. 그렇게 10여년간 연기 공부를 하면서부터는 조금씩 자신감이 붙어서 ‘킬미힐미’ 처럼 아픔이 있는 인물부터 ‘아는 와이프’ 처럼 완벽하지 않은 일반적인 사람까지 연기해 보고 싶더라. ‘아는 와이프’는 특이했다. 유쾌하게 시작해서 유쾌하게 끝날 줄 알았는데 어느 드라마보다 많이 울었다. 가슴이 다 털리는 느낌이었다.

Q. 다음에는 또 어떤 인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되는가? 차기작은 결정되었나?
A. 이야기 해온 작품이 있어서 조만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보영의 출산시기에는 옆에 있고 싶다. 첫째 낳고 나서 육아를 해보니까 100일까지는 정말 힘들더라. 그 시기에 저는 일 하면서 이보영이 혼자 육아 하는 게 안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작품을 하더라도 스케줄을 조정하고 싶다. 이번 영화 ‘명당’이 저에게는 터닝 포인트가 되는 기회였다. “이 터는 내가 가져야겠소!”라고 대사를 하는 순간 이젠 좀 즐기면서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까지 즐기며 영화를 하지 못하고 다른 배우들, 의상팀, 분장팀 등 스탭들에게 누가되지 않게 연기하자는 마음으로 임했었는데 앞으로는 좀 더 달라진 연기로 관객과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Q. 아직 ‘명당’을 보지 못한 예비 관객들에게 영화 홍보를 하자면?
A. 가족과 함께 꼭 보셔야 할, 볼만한 영화다. 즐거운 명절, 가족들과 함께 건강한 시간 보내시길 바라며 ‘명당’도 추석에 꼭 봐주시길 바란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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