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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유재명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한 배우로 남고 싶다”

기사입력2018-09-2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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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사람이 달라 보일 수 있을까? 작품에 따라, 배역에 따라 전작의 모습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다른 인물로 태어나는 배우 유재명을 만났다. 3년 전 ‘응답하라 1988’에서 짙은 부산 사투리를 쓰는 동룡이 아버지이자 학생주임 선생님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콱 찍은 유재명은 ‘비밀의 숲’에서 섹시한 수트빨을 뽐내며 중년의 일과 인생을 펄쳐 보였다. 그런가 하면 이내 ‘라이프’에서는 정말로 병원에서 튀어나온 듯한 수술에 찌든 의사의 모습으로 지나간 캐릭터를 잊게 만들었다. 그런 유재명이 이번에는 사극 영화에 출연한다. ‘명당’이라는 영화에서 유재명은 그 동안의 무게감을 다 털어버린 모습으로 극의 웃음을 책임지는 연기를 선보였다.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러운 변신이 가능한 걸까? 큰 키로 성큼성큼 등장한 유재명은 ‘이창준’도 ‘주경문’도 ‘구용식’도 아닌 새로운 모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Q. 반갑다. 우선 결혼 축하드린다. 요즘 연이어 다양한 작품에도 나오시고 유재명씨를 볼 일이 많이 생겨서 팬으로서는 참 기분이 좋다.

A. 좋은 일, 감사할 일이 많이 생겨서 저도 어벙벙하다. 왜 이렇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기지?라며 멍한 상태다.

Q. 드라마 ‘라이프’도 잘 봤고 영화 ‘명당’도 잘 봤다. 하필 유재명, 조승우 두 배우가 같이 출연했던 작품들이라 두 분의 다른 모습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영화 ‘명당’을 보신 소감은 어떠신가?
A. 좋았다. 조화로운 작품 같았다 배우들의 호흡, 연기, 미술, 빠른 편집까지도 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부분 없이 좋았다.

Q. 같이 출연한 조승우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극중에서 친구 역할이었다. 어색하지는 않으셨나?
A. 조승우와 함께 호흡을 맞춘 시간이 제법 있어서 편하게 대하다 보니 실제로도 친구 같다. 어떤때는 제가 동생 같을 때도 있다. 제가 장난기가 발동되면 조승우에게 애교도 부리고 그런다. 조승우는 굉장히 치밀하고 치열한 배우다. 겉으로는 슴슴한 느낌이 나지만 작품을 대하는 태도나 집중력은 내가 선배고 형이지만 존경하고 싶을 정도로 대단하다. 인물이 가진 성향을 묵직하게 화두를 가져가면서도 표현 방식은 절제되어 있다. 왜 조승우가 사랑 받는지를 알겠더라. 자기 중심을 잡고 자유롭게 연기하는, 같이 합을 맞추기에는 최고의 배우다.



Q. 한동안은 진중하고 무거운 연기를 많이 하셨었다. 그런데 ‘명당’에서의 모습은 의외로 명랑 쾌활하더라. 반전의 모습이라 신기하기도 했고, 어떻게 이 캐릭터를 선택하게 된 건지 궁금하다.

A.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참 조화로운 작품이다 싶었는데 역할 섭외를 받았을 때는 놀랬다. 저의 필모그라피 중에 영화 ‘하루’ 다음으로 큰 역할이었다. 정말 좋은 시나리오였는데 이렇게 큰 역할을 제가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첫 미팅 때 감독님이 저에 대한 신뢰를 바로 주셔서 그 확신을 가지고 작품에 임할 수 있었다. 조력자 역할이면서도 다른 분들의 연기와 어울리게 재미도 드려야 하는 역할이었다. 메인 스토리는 시작부터 끝까지 치열한 서사인데 저는 그 와중에 줄타기를 하려니 부담도 있었다. 조금만 과하거나 템포를 못 맞추면 뻘쭘해지기 쉬운 역할이었다. 단순히 재미있기만 한 인물이 아니라 인물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인물로도 잘 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구용식을 귀엽고 동물 같기도 한 인물로 만들었다. 표정이나 말투가 육감적이고 살아있는 캐릭터여서 대사도 빨리 빨리 치고, 행동도 재바른 인물이다. 저는 예전에 연극할 때도 코미디를 많이 했었다. 오랜만에 제가 즐겨 입는 편한 옷을 입고 연기한 느낌이었다. .

Q. 유재명이라는 배우가 그 동안 보여준 연기에 비하면 이번 영화에서의 배역이 크다고 표현하시는 게 의아하다. 더 큰 역할도 하실 수 있는 분이신데…
A. 사실 처음 TV나 영화쪽 일을 시작하면서 제가 적응을 잘 못하길래 고향으로 내려갈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고 잘 할 수 있는데 기회는 왜 없을까라는 고민에 빠져 있을때 ‘응답하라’라는 작품을 만났다. 저라는 배우가 처음으로 기능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린 작품이었다. 그리고 나서 ‘비밀의 숲’이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중간 과정이었고 ‘명당’은 저의 완성점 같은 작품이다. 큰 스크린에 걸리는 작품으로 최근 3년 사이에 어떤 한 고비가 마무리 되는 것 같다. 물론 이 영화가 끝나고 나면 새로운 시작이 되겠지만.
이 영화 현장은 저에게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 동안 너무 잘하고 싶다 보니 더 조심스럽기도 하고, 열심히 연습하고 쏟아내는 반복이라 즐기지 못하고 힘들었다. 그런데 이 현장은 즐길 수 있었던 첫 현장이었다. 집에 누워 있으면 현장이 떠오르며 다시 하고 싶고, 그런 욕심이 들더라. 감독님과 동료를 믿고, 그들이 나를 믿고 있다는 걸 단단하게 마음에 새긴 중요한 작업이었다.
나이는 적당히 들었는데 이쪽에서는 아직 신인 같다. 연기는 끝이 없는 고민의 연속이다. 연기는 평생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그럴 수 있을지를 계속 알아가는 과정이다. 대중이 저에게 원하는 것과 제가 하고 싶은 것의 중심을 찾고 싶다. 그 중심이 뭔지를 요즘 계속 묻고 있는 중이다. ‘명당’의 경우 멋진 배우들 사이에서 제가 연기한 부분을 관객이 어떻게 봐줄지 궁금하다. 작품 자체에 좋은 연기자로 남고 싶은 것과 좋은 작품을 같이 하고 싶은 것이 공존한다.


Q. 배우 지망생이거나 아직도 크게 이름을 알리지 못한 배우들에게 유재명은 희망 같은 존재일 것 같다.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버텨왔었나? 아직도 고군분투중인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오며 가며 후배들이 그런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저는 ‘무명 배우’라는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저마다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을 빛낼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다. 자존감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오디션에 떨어진 건 그 역할이 안 맞았을 뿐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오디션에 떨어진 게 실패가 아니고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훨씬 더 그 역에 잘 어울리는 분이 선택되었을 뿐이다. 오히려 더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 나를 믿어주는 좋은 분도 많고 좋은 작품도 많더라. 그 복은 꼭 온다.

Q. 유재명씨는 ‘비밀의 숲’에서 섹시하다는 칭찬도 들었었다. 그런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A. 젊었을 때 한때 저도 섹시할 때가 있었다. (웃음) 한창때 이야기인데, 제가 다리가 길고 키가 크다 보니 어떤 연극에 그런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이후에 자연스럽게 나이 살이 붙고 성격에 의해 후덕해졌다. ‘비밀의 숲’은 인물이 갖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과 드라마가 만들어 내는 중년 남자의 심리가 조화를 이루다 보니 얻어 걸린 것 같다. ‘비밀의 숲’의 이창준은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고 저의 인생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Q. ‘라이프’ ‘명당’에 이어 또 다른 영화, 드라마 단막극까지 최근에 연이어 작품을 하신다. 다작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가 있으신가? 그리고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어떤 것인가?

A. 마음 먹은 건 아닌데 좋은 작품들이 들어오는걸 놓치기 싫어서 하다 보니까 다작이 된 거 같다. 연극의 경우는 실험적이고 철학적인 작품들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TV나 영화의 경우 첫 느낌이 제일 중요하다. 처음 읽었을 때 계속 머리 속에서 떠오르고 작품 속 인물이 저절로 그려지면 여지없이 작품을 선택했다. 인물이 웃는 모습, 말하는 방식 같은 게 슥 스쳐 지나간다. 그런 느낌을 주는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Q. 요즘 정말 팬도 많아지시고 유재명의 연기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어떤 매력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
A. 전 촌스러운 사람이다. 심심한 사람이다. 멋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저 사람에게 저런 게 보이나?’ 라는 것 때문에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멸치 똥 까는 아저씨도 됐다가 ‘비밀의 숲’에서는 수트를 입은 검사도 됐다가 ‘라이프’에서는 수술방에서 쓰러져 자는 의사도 됐다가 ‘명당’에서는 장사꾼도 되었다가 하는 모습들이 재미있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 솔직히 저를 알아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 밖에, 너무 많이 하는 말이긴 해도 그 말 밖에 안 떠오르는 것 같다. 더 잘하는 것도 중요한데 더 정확하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어떤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정확한 연기를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멋 부리지 않고, 휩쓸리지 않고, 인물이 가진 진심과 애환을 고스란히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iMBC 김경희 | 사진 이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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