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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 '숨바꼭질' 이유리가 초대하는 숨막히는 롤러코스터, 인기엔 이유있다

기사입력2018-09-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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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된 지 6회만에 여주인공은 입양된 집에서 어른이 되고, 정신 병원에도 한 번 갇혔고 팔려가 듯 재벌가에 시집갔다. 결혼은 했으나 미심쩍은 시아버지와의 대립이 시작됐고, 시댁에서 일하는 기사와 애틋한 감정도 싹텄으며 그의 결혼식에서 키스까지 했다. 여주인공의 남편은 이미 내연녀가 있었으며, 쌍방 불륜이 시작된 것이다. 방송이 시작된 지 겨우 3주 만에 이보다 더 많은 사건이 폭풍치듯 휘몰아 쳤고, 납치와 감금 등의 사건이 1회에 1회 이상 펼쳐진다. MBC '숨바꼭질'(연출 신용휘, 강희주/극본 설경은) 이야기다.


이유리가 연기하는 민채린은 여러 모로 아련한 인물이다. 고아원에서 여러 번 파양을 당했고, 다행히 부잣집에 입양을 갔지만 사실 그 집의 딸 수아의 액받이를 위해 입양된 것이었다. 사랑받지 못한 소녀에게 그 집의 할머니(나해금)는 "그 물건"이라고 부르며 "너는 우리 수아를 위한 대행품에 불과하다"고 시도때도 없이 주지 시킨다. 행인지 불행인지 그 집의 친딸 수아가 납치를 당했고, 채린(이유리)에게 그나마 따뜻했던 수아의 엄마는 미치고 만다.

엄마인 해란(조미령)이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수아의 원피스를 입고 수아의 머리핀을 하고 수아의 연기를 하는 것이 다 큰 채린이 하는 일이다. 모진 구박을 받으면서도 입양간 집을 나가지 않고 딸 노릇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역할 설명만 보면 가련한 여주인공이지만 우리의 '이유리'가 연기하는 채린이 청순 가련하기만 할 리가 없다. 맞고 감금당하고, 짖이기면서도 다시 일어나 꿋꿋하게 소리 지르고 자기 몫을 챙기려 하는 여자가 채린이다.


'숨바꼭질'은 자극에 자극, 사건에 사건이 끝없이 이어지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인물들에게 사색의 시간 따위는 없다. 사건이 계속해 터지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면 40분이 훌쩍 지나가 있다. 주인공을 비롯한 모든 인물 중 자기 욕망이 없는 인물이 없고 모든 캐릭터는 착하다기 보다는 이유 있게 나쁘다. 집안의 두 어르신 나해금(정혜선)은 입양한 아이를 학대하며 "우리 수아"만 입에 달고 살며, 핏줄을 강조한다('하늘이시여'에서 핏줄을 강조했던 할머니 역할의 정혜선이 같은 역할을 한다).


채린의 시아버지 문태산(윤주상) 역시 반푼이에 가까운 아들이 못미덥지만 은혁(송창의)에게 "니가 내 아들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재상이의 몸에는 이 문태상의 핏줄이 흐르고 너는 아니"라고 못박는다. 사고뭉치에 못났지만, 자기 아들이니 회장 자리에 올려야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이다. '숨바꼭질'을 추동하는 이야기의 중심에는 이렇듯 '핏줄'이 있다. 20년 전 잃어버린 손녀딸을 지금까지 찾아 헤매는 것도 손녀가 '민씨집안' 핏줄이기 때문이고, 가업을 일으키며 사업을 승하게 만든 채린이 미워 죽겠는 것도 채린은 '어디서 굴러먹은 지 알 수 없을' 남의 핏줄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 납치된 진짜 손녀딸, 납치범이 출소해 이리 저리 들쑤시고 다니고 우연히 진짜와 가짜는 한 남자를 사랑한다. 그 남자 은혁이 채린을 사랑하는 이유도 특별히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은혁은 채린의 불쌍한 모습들을 보고 연민을 갖기 시작했고 연민이 곧 사랑이 되었다. '숨바꼭질'은 설명을 하기보다는 사건을 일으켜 인물들을 부딪치게 만드는 동적인 드라마다. 이러한 동력들이 이 롤러코스터와 같은 드라마의 역동을 계속해 상승곡선으로 만들어 간다.

누군가는 '숨바꼭질'의 주인공 채린이 선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특이한 설정이라고 할 것이다. 아침 7시 반부터 10시까지 지상파에서 고루게 진행되는 아침드라마의 모든 자극적인 요소들을 '숨바꼭질'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는 이 드라마에서 이야기의 빈틈을 배우들이 연기로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숨바꼭질'은 선과 악이 뻔한 구도 속에서 '짠한' 구석들이 많은 남녀 주인공의 옷을 이유리-송창의 라는 배우들에게 입혔다.


이유리는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으로 이미 여자 악역의 정점을 찍은 바 있다. 위로, 더 위로 올라가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했던 연민정과 달리 '숨바꼭질'의 채린에게는 현재를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채린의 입에서는 자주 "내가 지킬거"라는 말이 나온다. 친모가 아님에도 처음으로 자기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던 엄마 해란과 화장품 회사 역시 '내가 지키겠다'고 공언한다. 할머니는 채린에게 자주 '핏줄'을 주지시키지만 채린은 '이 모든 걸 내가 일궜다'고 말한다. 선 굵은 표정과 하이톤의 목소리로 이유리가 "내가 지키겠다"고 고개를 주억거릴 때마다 시청자는 "님 다 가지세요"라고 응원의 주먹을 불끈 쥘 수 밖에 없다. 저절로 응원을 할수 밖에 없게끔 이유리는 억척스럽게 시련의 순간마다 제 손으로 헤쳐 나간다. 연약하게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는 수동적 인간이 아니라 남자들도 당해내기 어려울 정도의 강도 높은 난이도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능동적인 인간을 보여주고 있다. '독하다'라고 욕할 지언정, 그녀를 '나쁘다'라고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게끔 만드는 이유리만의 독특한 연기의 힘이 '숨바꼭질'에서 여실이 보여진다. 과연 이런 연기를 이유리가 아니면 누가 개연성 있게 할 수 있을까 싶게 이유리는 독보적인 강한 여인상을 자신의 캐릭터를 통해 형성해 왔다.


남성 배우임에도 이상하게 '청순 아련'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송창의 역시 가진 것 없이 재벌가의 그림자로 사는 은혁의 사랑을 묘하게 설득해낸다. 은혁이 왜 채린을 저토록 사랑하게 되었을까.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채린에게 직진으로 달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설명 따위 '숨바꼭질'에선 중요치 않다. 둘다 이미 결혼을 해서 '불륜'임에도 불구하고 이유리와 송창의가 마주 서 서로를 바라볼 때 그사이에선 이미 서로를 안쓰러워하는 애틋한 정념이 느껴진다.

'숨바꼭질'은 앞으로도 더더더 심한 자극과 MSG가 강한 세계로 시청자를 안내할 것이다. 이 롤러코스터는 이제 겨우 초반의 산등성을 탔을 뿐이다. 단순히 눈을 크게 뜨거나 소리를 지르는 연기에서 그치지 않고 강약을 조절해가며 인물의 비애와 아픔, 욕망과 애정을 연기하는 이유리 역시 아직 자신이 가진 것의 조금만 보여줬을 뿐이다. 기업과 기업의 이야기, 불륜과 과거사, 범죄와 비밀 등등 수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지만 역시 '숨바꼭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채린-은혁의 사랑이다. 이 애정사를 연기하는 두 배우의 호연 덕분에 MSG 팍팍 뿌려진 이 드라마에 우리는 리모콘을 고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숨바꼭질'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45분에 MBC에서 방송된다.




iMBC 김송희 | 사진 MBC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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