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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크리닝] '물괴' 생각보다 진지하고 기대만큼 재밌고, 예상보다 괴물이 그럴싸하다 ★★★

기사입력2018-09-0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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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중종 22년 인왕산에 거대한 물괴가 나타나 죽임을 당하는 백성들이 생기고, 한양은 물괴와 관련된 괴기한 소문이 들끓는다. 중종(박희순)은 실존하지 않는 물괴를 영의정(이경영)이 거짓으로 만들어 헛소문으로 백성을 불안에 빠트린다고 생각하고, 오래 전 낙향한 내금위장 윤겸(김명민)을 불러올려 수사를 맡긴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액션사극 ‘물괴’는 이처럼 ‘물괴가 나타나 민심이 흉흉하다’는 실록의 한줄에서 아이디어를 확장시킨다. 물괴를 정치적 상황에 이롭게 이용하려는 세력과 왕권을 지키려는 왕, 그리고 그를 돕는 의로운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 비포 스크리닝

민가에 흉흉한 소문이 들고 이를 수사하는 콤비 탐정이 나선다. 액션 사극 프랜차이즈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조선 명탐정’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구나 주인공을 연기하는 것이 ‘조선 명탐정’의 김명민이니 더욱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한국에서 크리처물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 외에는 흥행에 성공한 전적이 거의 없는 장르다. 크리처를 정말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CG작업도 쉽지 않거니와 괴물의 존재감을 공포로 연결시키는 연출 역시 쉽지 않다. 영화 ‘물괴’는 이전 액션 사극, 그리고 크리처물들과의 차별성을 코믹한 연기톤과 복잡한 ‘중종 중기’라는 시대적 배경에 둔다. 정치와 여론을 유리하게 바꾸기 위해 과거에는 ‘역병’을, 현재에는 ‘물괴’를 끌고 오는 정치 세력이 백성의 목숨을 가벼이 대하는 태도, 그리고 민초들이 횃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가자’고 말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단순히 무서운 물괴가 등장해 사람들을 위협에 빠트리는 데에서 오는 공포보다는 물괴의 정체가 실존하는 것이냐, 백성을 호도하기 위해 정치세력이 가짜로 퍼트린 소문이냐를 중심에 두고 수사를 진행한다. 물괴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으스스한 분위기에는 모그 음악감독의 음악이 한 몫한다. 또한, 안 봐도 알 것 같은 감초 역할이라 뻔해질 수 있는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살려낸 김인권의 연기와 쩌렁한 목소리로 의협심 강한 ‘덕선표’ 연기를 꾸준히 보여주는 이혜리, 로맨스의 감미 역할까지 해내는 최우식의 연기 역시 만족스럽다.

▶ 애프터 스크리닝

크리처물에서 중요한 것은 ‘괴물을 얼마나 잘 창조했느냐’하는 CG효과의 성공치일 것이다. ‘물괴’의 크리쳐는 그동안 한번도 본적 없는 괴물의 모양새는 아니다. 얼굴 모양은 괴수보다는 해태에 가깝고, 새끼 시절에 ‘초롱이’라 불리웠던 전적이 있을만큼 보다 보면 귀여워도 보인다. 거기다 과거엔 ‘특이한 동물’에 불과했으나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지금의 물괴가 되었다는 가슴 아픈 사연까지 가지고 있다. 허종호 감독은 “광화문서 포효하는 물괴의 이미지”에서 영화를 출발시켰다고 한다. 그동안 사극에서 최후의 보루처럼 보호받았던 근정전이 이 영화에서는 주요 액션 장소로 등장한다. 물괴가 근정전을 해집고 광화문 위에 올라가 포효하는 장면 역시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털이 있는 괴물을 만들 때 그 모습을 완성시키는 게 쉽지 않은데 ‘물괴’의 괴물은 털 뿐 아니라 표정, 인간을 공격하거나 자신의 과거를 마주쳤을 때의 표정 등이 ‘단순한 괴물’ 이상의 감정적인 동물로 표현되었다.



김명민은 ‘조선 명탐정’ 시리즈에서와는 달리 ‘물괴’에서는 아버지이자 충신, 백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있는 무사로 등장한다. 뛰어난 무술 실력과 함께 딸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모습, 불의에 맞서 의로움을 선택하는 모습 등은 확실히 ‘조선 명탐정’과는 다른 주인공의 모습이다. 김인권 역시 우스꽝스럽지 않은 코미디 연기로 겁은 많지만 의로운 무사 캐릭터를 훌륭히 해낸다. 웃음은 주되 그렇다고 과장되진 않은 대사를 감초로 살려내는 것은 온전히 김인권의 능력이다. 최우식 역시 역할은 크지 않지만 허당미 있는 ‘귀공자’(영화 ‘마녀’에서 최우식의 역할의 이름이 귀공자였으나 진짜 귀공자로 분한 것은 이 영화다)의 미모를 뽐낸다.



무엇보다 ‘물괴’에서 칭찬할 만한 것은 혜리가 연기하는 ‘명이’ 역할이 주인공 4인 중 한명의 여성으로 소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초들의 중심에서 필요한 의견을 전달하고 영화의 적재에서 등장해 보호받기 보다는 타인을 보호한다. 화살이라는 자신의 액션도구를 훌륭히 이용해 사람들을 구하고, ‘의술’과 ‘수사’ 능력까지 갖춰 ‘물괴 수사작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역할을 해낸다. 사실 사극에서 해리의 높고 낮음 없이 내지르는 데 가까운 대사 톤은 자주 튄다. 자주 연기로 지적되었던 ‘무엇을 연기하든 덕선이 같다’는 평이 ‘물괴’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극이 다소 늘어질 때마다 해리의 그러한 연기톤은 활력을 준기도 한다. 정의롭고 의협김 강하고 똑똑한 소녀, 첫사랑에도 대담한 ‘명이’ 역할에 혜리는 제법 잘 어울린다. ‘물괴’는 ‘카운트다운’(2011), ‘성난 변호사’(2015) 허종호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이며 9월12일 개봉한다.


iMBC 김송희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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