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푸터(고객센터 등) 바로가기

[人스타] 박해일 "야망남? 실제의 나는 때를 만들기 보다 기다리는 편이다"

기사입력2018-08-30 08:00
  • 트위터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링크 복사하기
'덕혜옹주' '남한산성'으로 속 깊은 연기를 펼쳐온 박해일을 이번에는 좀 파격적인 영화 '상류사회'를 통해 만났다.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경제학 교수를 연기한 박해일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 속에서 과감한 배드씬과 현실감 넘치는 감정 표현으로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마음껏 표출해 낸다. 저렇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을까 싶게 주어지는 상황마다 변화무쌍한 표정으로 '태준'을 연기한 박해일에게 영화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영화를 보신 소감은 어떠신가?

A. 언론시사때 처음으로 봤는데, 시나리오에 담겨져 있는 내용만큼 잘 나온 것 같다. 내가 연기했던 인물은 교수이기도 하고, 시민 운동가이기도 하다가 정치 입문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감정의 변화가 휘몰아치는 인물이다. 그런 감정놀음을 이번 영화에서 제대로 놀아본 것 같다.

Q. 시나리오의 어떤 면에 끌려서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나?
A. 이야기의 속도감이 좋았다. 혼자서 이야기를 밀고 가는 게 아니라 와이프와 같이 각자의 방식대로,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지점이 기존의 이야기들에 비해 낯설면서도 신선했다.

Q. 수애가 이 영화를 추천했다고 들었다.
A. 수애가 정보를 줬고, 제작사를 통해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되게 반갑고 궁금했다. 배우로서 다른 배우에게 작품을 제안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같이 작업해 본 적이 없는 배우가 제안을 해 주니 굉장히 궁금하더라. 그저 시상식장에서 만나 인사만 나눴던 관계였는데... 시나리오를 받아 보니 부부의 느낌을 보여주는 남편 캐릭터더라. 유사하게 해 본 적이 없는 야망 있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충분히 같이 해볼만 하다 싶었다.



Q. 파트너로서 수애는 어땠나?

A. 저는 현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과정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배우들끼리의 파이팅도 좋아야 하고 스탭과의 조화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수애는 단아해 보이고 '드레수애'라는 별명도 있듯이 뭔가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현장에서 인간미가 있는 배우였다. 부담을 주는 성격도 아니고 배려심도 좋아서 서로 역할에 집중할 수 있었다.

Q. 수애와의 부부 연기는 어땠나? 여느 부부와는 많이 다른 캐릭터들이었다.
A. 평범하지 않아서 부부 관계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부부지만 애정씬도 없고, 전문직 종사자에다 목표와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이다보니 동료 같은 느낌이 강한 인물들이었다. 일반적인 부부의 느낌보다 팀웍을 가지고 서로 보완하는 느낌으로 부부를 표현하려 했다. 한편으로 '태준'은 말 잘 듣는 남편인 것 같다. 초반에 와이프가 "자기는 기회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닌 만들어 가는 사람이길 바래"라고 하는데 충분히 그녀의 말을 들어주는 남편 같았다. 아내의 말이 태준에게는 큰 동기가 되는 대사였다.

Q. 영화 속에서 분신을 시도하는 노인의 불을 끄는 장면은 직접 연기를 하셨다고?
A. 장도가 높은 촬영이었는데 제 첫 촬영이었다. 불이라는 소재를 찍을 때 정말 예민한 촬영이기에 다들 초 집중해서 한번에 오케이 받으려고 했었고, 그렇게 찍었다. 국회의사당 앞 대로변을 통제하고 찍은 장면이었는데 원하는 만큼 잘 담은 것 같다. 부상 없이 잘 끝났다.

Q.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 있으신가?
A. 제가 나온 장면 중에에서는 참치를 써는 장면에서 요트 선착장까지 이어지는 장면이 폭발력 있게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장태준이 그 동안 쌓아온 혼란을 폭발시키는 장면이었는데 그 장면이 설득력 있게 보여지길 바랬다. '신물난다'는 게 느껴지길 바랬다.
수애가 나온 장면 중에서는 이화란 관장을 만나러 가서 싸인을 하게 되는 장면이 멋졌다. 우리 영화의 톤을 보여주는 미장센과 집중력이 있는 장면이더라. 그리고 어쩔줄 몰라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서 그래도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수애의 갈등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Q. 요트 선착장에서 술에 취해 그렇게 쌓인 이야기를 겁없이 다 하는 것도 흥미로왔다. 평소의 박해일도 술에 취하면 속 마음을 다 드러내는 편인가?

A. 인물을 만들어 가면서 태준이는 쌓이고 내제된 것들을 밖으로 드러내는 인물로 만들었다. 일상에서 저는 취하면 조용히 집에 가는 편이다. 일상과 연기는 반대가 되는 느낌이다. 일상에서 못 해본 것들을 시나리오에서 해볼 수 있다는 호기심,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궁금증과 쾌감이 연기에 있다.

Q. 특별출연했던 김강우와의 케미도 상당히 좋았다.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있는 와중에 너무나 엉뚱하게 코를 잡아 당기는 장면도 웃음이 빵 터지더라.
A. 김강우가 연기한 건 비열한 사업가 캐릭터였다. 깔끔한 수트에 말도 깔끔하게 하지만 알고 보면 조폭이다. 그가 휘두르는 폭력이 코를 비튼다는게 매력있게 다가왔다. 캐릭터를 비트는 힘이 있더라. 그런 지점에서 김강우가 딱이었다. 임팩트 있게 잘 보여준 것 같다. 코는 일종의 자존심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에서 삭제되었는데, 초반에 오수연이 장태준에게 정치계에 입문하니 코를 성형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 코를 조폭이 비틀어 버리면 감정적으로 돌아버리게 되는 상황인거다.
지난 한파가 얼마나 추웠나. 게다가 1월의 한강 바람은 정말로 쎘는데 코를 비트니까 코가 떨어져 나갈것 같더라. 그때 내가 김강우의 정강이를 차는 액션이 있었는데 내가 살짝 보호대를 비껴서 찬 것 같아서 엄청 미안했다. 많이 아팠을텐데 그걸 참고 추운데 빨리 찍자며 집중해서 새벽에 빨리 촬영이 끝났던 기억이 있다.


Q. 영화의 결말에 대해 의견이 좀 갈릴 것 같다. 장태준 식의 결론은 한편으로 통쾌하기도 한데 오수연 식의 결론은 잘 모르겠더라.

A. 오수연의 엔딩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영화에서는 보지 못했던 방식이기도 하고 그게 변혁 감독의 스타일이라고 인정하고 싶다. 감독이 견고하게 준비하고, 그렇게 담아내리라 못박아 두셨던 장면이다.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긴 한데 새롭고 신선하게 봐주시면 좋겠다. 장태준의 엔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통해 포기했던 목표를 다시 정할 것인가? 아니면 하던 일이나 마저 할 것인가?의 두 가지 선택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태준에게나 관겍에게나 괜찮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Q. 이번엔 부부 연기도 했고 배드씬도 나왔지만 멜로와는 거리가 멀었다. 박해일의 멜로 연기도 보고 싶다.
A. 멜로에도 색감과 톤이 다양하다. 어떤 배우와 하느냐도 중요하고. 제가 재밌게 해볼만한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저도 40대의 멜로를 해보고 싶다. 그런 장르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데 저는 때를 만들기 보다는 기다리는 편인거 같다. (웃음)

'상류사회'는 욕망으로 얼룩진 한 부부가 상류사회에 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로 29일 개봉했다.

iMBC 김경희 | 사진 이미화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