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오랜만의 한국형 스릴러였다. 대사도 많지 않은데 표정만으로도 공포감을 주는 캐릭터였다. 이런 캐릭터를 하겠다고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 시나리오를 굉장히 빨리 읽었다. 한번 읽고 다시 보는데 그 동안 제가 연기 했던 달달하고 애잔한 짝사랑남과 비교되는 다른 종류의 느낌을 받았고, 연쇄살인마라는 역할로 저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에 꼭 참여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 처음 캐릭터를 준비할 때 고민이 많았다. 경험도 없고 공감대가 없어서 다른 영화의 캐릭터를 카피할까라는 고민도 했었는데 감독님과 이야기 하던 중 우리 영화는 극현실적인 영화이다보니 배우들도 다 같이 현실적인 연기였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오히려 현실적인 살인마들을 조사하면서 캐릭터를 준비했다. 사실 연쇄 살인마들은 서치를 해 봐도 깊숙한 자료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래서 지인 중에 변호사를 통해 유사 사건들을 찾아보고 캐릭터 조사를 했었다. 정남규라는 연쇄 살인마의 치밀하고 계획적이고 무자비한 모습이 캐릭터와 닮았다고 생각되더라. 그는 족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신발 밑창을 도려내기도 하고 잡히지 않으려고 체력 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고 타겟 주변을 맴돌면서 동선과 지인관계도 유심히 파악했다고 하더라. 그런 모습들을 모티브로 삼아 연기를 했다.
Q. 곽시양이 연기한 인물이 너무 무서웠다. 따로 거울을 보며 어떤 표정이 제일 무서울까를 연구 했었나?
A. 저도 표정을 많이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관객이 무서워하고 위압감을 느낄까? 공포스러워 할까? 많이 고민했다. 처음 촬영할 때는 표정이나 눈빛, 행동을 과하게 해보기도 했는데 결국 가장 평범한 게 제일 무서웠던 것 같다. 연쇄 살인마들은 사람을 살해할 때 특별한 표정이 있다기보다 별다른 감흥이 없었을 것 같더라. 일반인들은 두려워서 못하는 짓이지만 밥 먹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게 그들의 특징이듯이 별다른 표정 없이 그런 짓을 하는 게 가장 무서울 것 같았다.
Q. 감독님은 곽시양의 어떤 모습 때문에 이 역할에 캐스팅 한 건가?
A. 저도 그게 궁금해서 촬영하는 동안 감독님께 저를 왜 캐스팅 했냐고 물어봤었는데 감독님께서 “너의 얼굴에는 두 가지 모습이 있다. 왼쪽은 순둥한데 오른쪽은 날카로와 보여서 태호와 어울린다. 밖에서는 평범해 보이는데 계획을 실행할 때라면 날카로와야 하지 않겠냐”라고 하시더라. 막상 촬영할 때는 저의 얼굴 방향에 크게 신경은 안 쓰신 것 같은데 저에게 그런 면이 있나 싶어서 새삼스러웠다.
Q. 이성민 배우와의 마지막 격투 씬이 인상적이었다. 굉장히 추운 날씨에 촬영했다던데?
A. 가만히 서서 숨만 쉬어도 입김이 나오는 굉장히 추운 날씨였다. 살수차가 와서 비도 뿌리는데선배님과 “아~ 춥다”라며 촬영 전에 계속 떨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액션’ 하는 순간 추운걸 하나도 모르겠더라. ‘컷’하면 둘 다 사지를 덜덜 떨면서 대피소에 들어가서 서로 구멍에서 나오는 흙을 빼주기도 했다. 물은 계속 흐르고 서로 발로 차고 밟는 과정에서 상처가 안 날수가 없었다. 선배님도 얼굴에 상처가 많이 났었고 저도 발바닥 근육을 다쳐서 절뚝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필요한 장면이었기에 으샤으샤 하면서 힘내서 촬영했었다.
Q. 이성민이 곽시양을 ‘애기’라고 부르더라.
A. (웃음) 현장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않으셨다. 선배님이 살아 오신 인생에서 돌이켜보면 저의 행동들이 많이 어려 보일 수 있어서 그렇게 말씀 하신 것 같다. 잘 먹고, 잘 자고, 추위 타고 더위 타는 것 같아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은데 다른 분들은 어미새와 아기새 같다고도 하시더라. 현장에서도 그랬다. 맛있는 거 있으면 챙겨 주셔서 원래 10kg만 찌려고 했던 건데 선배님 때문에 3kg이 더 쪘다.
Q. 작품 때문에 증량하셨다고? 원래 모델 출신이라 체중 감량만 주로 신경 썼을텐데 증량하는 건 어떻던가?
A. 맞다. 원래 살 찌우는 건 해보지 않았는데 해보니 둘 다 힘들더라. 처음에는 뭐든지 다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엄청 신났었다. 삼시세끼를 다 먹고 심지어 밥도 두 공기씩 먹고, 치킨, 피자도 마음껏 먹고 살 찌우려면 술도 필요한 것 같아서 술도 항상 같이 먹었다. 2주쯤 지나니까 목표치를 채워야 된다는 생각에 오히려 살이 빨리 붙지 않더라. 그리고 조금씩 치킨이나 피자가 물리기도 하고 기름기 있는 음식을 많이 먹다 보니까 피부 트러블도 생기더라. 살 찌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저는 살 뺄 때는 극단적으로 안 먹고 운동을 하는 편이다. 단기간에 빨리 빼야 해서 몸을 혹사시킨다. 단백질 쉐이크나 닭 가슴살만 조금 먹고 운동을 엄청나게 한다. 20대때는 정말 잘 빠지던데 30대가 되니까 잘 안 빠지더라. (웃음)
Q. 살은 어떻게 찌우려고 생각했나? 혹시 감독님의 요청이 있었나?
A. 이성민 선배와 저, 감독님이 같이 촬영 전에 아파트 답사를 갔었다. 그때 아파트가 굉장히 커보이더라. 문득 영화에서 제가 첫 등장할 때 비주얼적으로 크지 않으면 영화가 밋밋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살을 찌우는 게 어떻겠냐 했더니 안 그래도 그 말 할라고 했다 하시더라. 많은 분들이 연쇄 살인마라고 하면 날카롭고 살 뺀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우리 영화는 극현실주의 생활밀착형 영화다 보니 살인마가 어느 무리에 섞여 있어도 평범해 보이길 바랬고, 하지만 범행 형장에서는 맹수같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덩치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Q. 쟁쟁한 선배들과의 연기였다. 현장에서 분위기는 어땠나?
A. 현장 분위기는 제가 막내여서 특히나 예쁨도 많이 받고 좋았다. 이성민 선배는 사람이 이렇게 착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후배들도 잘 챙겨주시고, 스탭들도 잘 챙기시는 리더십이 좋은 분이셨다. 먼저 솔선수범해 주시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나도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시더라. 여러가지 연기 스킬도 알려주셨다. 어떻게 하면 더 잔인하고 무서울지 중간 중간에 호흡을 주는 부분도 알려주시고, 액션도 너무나 잘 하신다. 50이 넘으신 연세신데도 그렇게 잘 뛰시는 분은 처음 봤다. 연기하면서 혼자 있으면 외롭고 우울하고 무기력해 지는 게 있었는데 그때 마다 이성민 선배님이 부르시며 오늘 컨디션은 어떠냐? 이런 건 좋더라~ 하시면서 제가 역할에 빠져드는 걸 꺼내주시더라. 경험도 많으신 분이라 그런 게 느껴지셨나 보더라. 굉장히 츤데레시다. 앞에서는 툴툴거리지만 뒤에서는 다 챙겨주신다. 김상호 선배님은 촬영장에서 한량같이 배회하시다가도 액션 들어가면 독수리처럼 낚아 채는 진지함이 있으시더라. 또 진경 선배도 대단했다. 나름 액션에 욕심도 있으시고, 제가 망치를 들고 때리려 할 때 눈빛에서 얼마나 강렬한 진실성이 느껴지던지 정말 베테랑 선배님과 같이 촬영하면서 매 순간순간이 놀라웠다. 정말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배운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이제서야 선배들이 조언해 주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더라. 예전에는 말해주시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못 알아 들었는데 이제는 어떤 의미인지를 알겠더라.
Q. 이 영화가 배우 곽시양에게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일 것 같다.
A. 큰 도전이 된 작품이다 그 도전을 잘했다 생각하고 미션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도전할 미션은 아직도 많지만 하나를 해낸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와 다른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고, 그래서 진짜 무서운 악역을 해보고 싶었는데 우연찮게 좋은 기회가 생겼고, 성공한 거 같다. 관객이나 관계자들에게 ‘곽시양이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하는 소리를 듣는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아파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을 목격한 순간, 범인의 다음 타켓이 되어버린 목격자와 범인 사이의 충격적 추격 스릴러 ‘목격자’는 8월 15일 개봉하여 첫 날 36만 관객을 동원, 현재 개봉작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하였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NEW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