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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박보영 "'뽀블리' 말고 다른 모습도 조금씩 보아주시길"

기사입력2018-08-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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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영화로 컴백한 박보영을 만났다. 작년 ‘힘쎈여자 도봉순’을 연기한 이후 가장 러블리한 여배우로 손꼽히며 이번 영화 ‘너의 결혼식’에서도 가장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려니 기대 했는데, 기대했던 모습 이외에도 성숙한 여인의 깊은 고민있는 모습도 보여주며 연기의 폭을 넓혔던 박보영이었다. 마냥 사랑스럽고 맑은 배우일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시간동안 만난 박보영은 연기 뿐 아니라 삶에 대해서도 치열하고 깊이있게 고민하며 한 계단씩 깨쳐나가는 어른스러운 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술 한잔 하며 사는 이야기를 하면 밤이 새도록 해도 지루하지 않을 좋은 이야기 친구 박보영을 만나보자.


Q. ‘너의 결혼식’에서의 깊이 있는 연기에 다시 한번 반했다. 영화는 만족스러우셨나?

A. 영화 리뷰는 꼼꼼히 보는 편인데, ‘승희’를 너무 못됐다고 하시는 분도 계셔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영화가 참 좋았는데 ‘우연’의 시선으로 풀어가는 영화이다보니 ‘승희’의 서사나 마음을 친절하게 보여줄 수 있는 씬이 없어서 조금 아쉽기는 했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단어에 걸 맞는 사건이 분명 있었는데 그 장면이 편집되어 버렸더라. 영화 속 ‘승희’는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저와 상반된 느낌에서 끌렸던 캐릭터다. 저는 우유부단하고 다른 사람 눈치도 많이 보는 편인데, ‘승희’는 결단력도 있고 선택을 하는 이유가 명확한 친구더라.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Q. 영화로는 오랜만의 작품이었다. 그만큼 작품을 까다롭게 고르시는 편인가?
A. 2015년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이후의 영화다. 영화를 되게 하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영화의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리고 까다롭게 작품을 고르는 편은 아니다. 실제로 까다롭게 골랐다면 영화의 컴백은 더 늦어졌을 것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전체적인 이야기가 매력적인가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생각하는 것이 해보지 않은 캐릭터인가이다. 드라마를 선택할 때는 많은 분들이 저에게 바라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편인데 영화에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영화에서는 제가 사랑스러운 모습을 안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 ‘경성학교’도 그렇고 ‘돌연변이’도 그렇고. 다 사랑스럽지 않은 캐릭터인데도 사람들은 한결같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만 하는 배우라고 생각하시더라. 나름대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그런 저의 노력이 와닿지 않았나 싶어 저를 힘들게 하더라. 제가 무얼 하더라도 사랑스럽다는 이미지가 결과에 씌워져 나오는 것 같아 이제는 그런걸 내가 받아들이고 생각해야 하나 싶다. 사실 데뷔 초만 하더라도 너무 듣고 싶지 않은 말이 ‘귀엽고 사랑스럽다’였다. 그러다 보니 그런 질문에 대해 우선 부정부터 하게 되더라. “아니예요! 그런 면이 아예 없어요!”라고 말하게 되더라. 사실 그런 면은 큰 부분을 차지 않는다고 말했어도 되는 거였는데 말이다. 이후 작품을 하면서 저에 대해 생각해볼 시기가 있었는데, 막상 저의 이미지에 대해 심한 변신을 하고 싶지 않더라. 예전에는 무조건 그렇게 봐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예 다른 모습도 잘 해낼 자신이 없더라.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지금의 ‘승희’처럼 조금씩 저의 이미지를 깨 나가는 게 맞는 것 같다.


Q. 김영광과의 호흡은 어땠나?

A.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캐스팅 후 인사하고 밥도 먹고 리딩도 하는 긴 시간이 있는데 김영광과는 ‘피끓는 청춘’에서 한번 호흡을 맞춰 본 적이 있어서 현장에서 훅 만나자 마자 “우리 드디어 이뤄지네” 이러면서 금방 친해져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금방 ‘우연’이가 됐고 ‘승희’가 될 수 있었다. 김영광의 원래 성격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훨씬 더 ‘우연이;스럽게 나타나서 걱정도 안 되고 너무 신기했다. 어떻게 이렇게 찰떡인 사람이 캐스팅 됐을까? 이런게 바로 배우가 가진 힘인가? 싶더라. 캐릭터를 더 매력적으로 보여지게 하는 힘이라 생각했다. 저는 ‘승희’가 이쁨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우연’이의 마음이 집착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김영광이 그걸 너무 밉지 않게 예쁘게 표현해 줘서 고마웠다.


Q. 두 분의 케미가 너무 자연스러웠는데 촬영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없는가?
A. 많은데 그 중에 촬영하면서 진짜 마음 상했던 날이 있다. 고궁에서의 데이트를 찍을 때 였다. 나는 잘 해보자고 노력하고 있는데 ‘우연’이가 무심하게 신발을 털면서 말하는 장면에서 진짜로 상처를 받았다. 어떻게 저렇게 마음이 떠났다는 걸 티 내면서 말할 수 있을까 싶더라. 너무 흥분이 되어서 제가 대사를 계속 틀렸다. 촬영이고 뭐고를 떠나 진짜 마음이 상해서 김영광에게 “오빠는 진짜 이 상황에서 그렇게 말이 나올 수 있겠어?”라며 따지기도 했다.

Q.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영화적 결론에 동의하는가?
A. 촬영하면서 진짜 이렇게 타이밍이 안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인연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하고 싶어도 안 되는 게 있고, 내가 뭘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하게 되는 게 있다. 작품도 마찬가지다. 내가 놓친 것 중에 아까운 게 있냐는 질문을 하시는데 저는 한번도 그렇게 느껴본 적이 없다. 제가 안 했던 작품은 그 배우가 잘 했기 때문에 잘 된 것이다. 해보고 싶다는 작품도 있지만 내가 하면 더 잘할 텐데 라는 작품은 없었다. 다 때가 있는 것 같다.


Q. 영화 속 ‘승희’는 사랑에 빠지는 데 첫 3초가 중요하다고 믿는 인물이더라. 박보영의 경우도 그러한가?

A. 저는 누가 되었던 오래 지켜보는 편이다. 누구건 처음에 좋은 척 할 수 있다는 걸 굉장히 크게겪은 적이 있어서 지금 보는 모습이 다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야기도 나눠보고 정말 괜찮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빨리 판단하지는 않는다. 위험하다는 느낌은 촉이나 감으로 잘 느껴지는데 이상하게 나쁜 느낌은 잘 맞더라. (웃음)

Q. 사회생활에서의 나쁜 경험을 했었나 보다. 누구나 힘든 시기는 있기 마련인데 박보영은 어떻게 그런 시기를 극복하는 편인가?
A. 한동안 귀농이 꿈이었다. 그래서 시골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려고 했다. 일바지 입고 편하게 다녀도 제가 누군지를 모르시는 어르신들만 마을에 계셔서 참 좋았다. 얼마 전에 너무나 힘들게 상추 모종을 500개나 심었는데 그걸 며칠 새 고라니가 다 먹어버려서 나의 꿈이 날아갔다. 작년에는 좀 여러 가지가 힘들어서 일하러 가는 게 벅찼다. 책도 읽고 밭일도 하면서 쉬고 다독이고 나서 요즘 일정을 시작하는데 이제는 아침에 일하러 나가는 게 행복하고 내가 한 일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즐겁다는 생각이 되더라.

Q. 이번 영화 이후 다음 작품은 어떤 게 될 것인가?
A. 고민은 많지만 욕심처럼 못 할거 같다. 모든 게 타이밍이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의 일들도 제 욕심대로 이뤄진 게 거의 없다. 생각지도 못한 시나리오에 매료되서 하게 되기도 하니까 저도 다음에 뭘 할지 너무 궁금하다.


3초의 운명을 믿는 '승희'(박보영)와 승희만이 운명인 '우연'(김영광), 좀처럼 타이밍 안 맞는 그들의 다사다난한 첫사랑 연대기를 그린 '너의 결혼식'은 8월 22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 이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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