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영화 ‘변산’ 재미있게 봤다. 어찌 보면 ‘선미’는 평범한 인물인데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A. 시나리오 자체가 즐겁게 다가왔다. 보고 나서 기분이 좋았다. 당시에 박정민이 캐스팅 된 후였는데 대입해서 읽었을 때 더 와 닿더라. 또 이준익 감독이 연출하신다는 것도 컸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왔고, 너무나 함께 해보고 싶은 조합이었다. ‘도깨비’ 이후 한 동안 마음이 힘들었는데 그 시기 저에게 필요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나에게 ‘힐링’이 되었다.
Q. 역할을 위해 8KG 증량 했던 것이 이슈였다. 감독님의 요청이 있었나?
A. 제가 선택해서 찌운 거긴 한데, 막연하게 선미가 마른 이미지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런 막연한생각을 감독님께 말씀 드렸더니 “그래”라고 하셔서 순식간에 찌우는 걸로 이야기가 됐다. 이게 뭐 그렇게 이슈가 될 거리인가 싶다.
Q. 극 중에서 박정민이 주로 랩을 하지만 뜻밖에 김고은의 랩도 인상적이었다. 잘 부르시더라.
A. 랩 연습을 꽤 했다. 처음부터 사투리랑 안무랑 랩까지 같이 병행했다. 계속 반복해서 듣고 따라하고 노래방 가서 불러도 보고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 노래방 씬에서의 내 모습은 실제의 나와 비슷했다. 노래방을 굉장히 좋아하고, 저한테는 스트레스를 푸는 공간이라 그런 모습이 가끔 나온다. 시시때때로 주로 부르는 노래는 다양하다. 장르 구분하지 않고, 랩도 하고 노래도 하고 ‘쑥대머리’라는 창도 한다. 노래로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 아! 원래 애창곡은 윤미래의 ‘검은 행복’이다. 그래서 감독님께 그 노래로 하면 안되겠냐고 물어 봤었는데 꼭 ‘메모리즈’를 해야 한다고 하셔서 많이 연습했다.
Q. 영화의 엔딩 장면도 파격적이면서 재미있었다. 그것도 연습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A. 촬영 전부터 사투리와 안무 연습을 같이 병행했다. 연습실 잡아놓고 모든 배우가 다 같이 연습했고, 동창생들은 현장에서 맞췄다. 다들 춤에 재능이 많지 않았는데 정말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저 빼고 다들 재미있어 했던 거 같다. 저는 민망함에 몸서리 쳤지만 보시는 분들은 재미있게 보셨을 거 같다.
Q. 이준익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A. 감독님 표정 자체가 웃는 상이시다. 단 한번도 감독님이 기분 나빠 보였던 순간이 없었다. 지레 좀 화가 나시면 어떡하지 걱정했던 순간도 그냥 그 생각이 어리석다고 생각될 만큼 와하하하 웃으시는 분이다. 현장을 아우르는 긍정의 에너지가 바로 감독님의 힘이더라. 이준익 감독님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일에 있어서 열정도 대단하시고 현장을 재미있어 하시는 모습이 천진난만한 면도 있고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었다. 좋아서 시작했지만 막상 일이 되면 마냥 즐겁고 행복할 수 없는 게 보편적인데 감독님은 계속 즐겁고 에너지가 넘치는 걸 보며 부럽기도 했고 나도 계속 저런 마음을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은 연기를 하기 전에는 따로 디렉션을 안 주신다. 일단 준비한 걸 해보라는 주의다. 감독님은 배우가 이 역할을 가장 많이 고민했고, 연구했기에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시고 그래서 일단 준비한 걸 지켜봐 주는 게 감독의 몫이라고 생각하시더라. 하지만 준비해 온 게 너무 극과 상관없이 튀거나 다른 캐릭터와 부딪히면 다듬어 주신다.
Q. 박정민 배우와는 어땠나? 같은 한예종 출신이라 좀 더 각별했을 것 같다.
A. 박정민에 대한 기대가 너무 됐었다. 학교 선후배로 친하기도 했지만 배우로서 굉장히 존경한다. ‘파수꾼’이라는 작품을 처음 봤을 때 GV를 가서 응원도 하고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여러 작품을 다작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존경스럽고, 항상 연기를 너무 잘하는 배우라는 마음이 있었다. 함께 하고 싶다고 해도 같이 일을 하게 될 확률이 낮은 게 이쪽 일인데 이번에 함께 한다고 해서 너무 기뻤다. 저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도 그렇고 박정민도 그렇고 칭찬을 서로 낯간지러워 하는 성격이지만 진심이니까 이야기를 하자면 박정민은 재능도 있고 그 재능에 안주하지 않는 사람이다. 120%의 노력을 하는 사람이다. 책임감도 강하고, 저러다 일 나지 않을까 싶도록 몰입하고 노력해서 옆에서 보기 힘들 정도였다. 정말 ‘노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배우다. 스스로 내가 하는 건 노력이라고 하지 말라고 반성할 정도로 ‘저런 게 노력이야!’라는 걸 보여주고,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배우다.
Q. 김고은도 벌써 데뷔 6년차다. 필모가 하나씩 쌓이면서 어떤 목표에 가까이 가고 있는 건가?
A. 제가 막 목표 같은 게 뚜렷하지 않고, 딱히 세운 목표는 지금도 없다. 그래도 성장, 발전은 하고 싶다. 요새의 고민은 ‘프로란 무엇인가?’다. 이 일을 계속 하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프로다워야 하는데 과연 프로가 뭘까를 데뷔 때부터 계속 고민하고 있다. 좋은 프로면 좋겠고 배우로는 제가 한 작품, 역할이 누군가에게 공감이 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Q. 지금의 고민이 ‘프로란 무엇인가?’라면 10대의 김고은은 어떤 고민을 했나?
A. 얼마 전에 우연히 2008년 제가 고 2때부터 쓰는 다이어리를 봤는데 ‘세상 어른’이었더라. 생각도 깊고 고민도 많고 치열했더라. 제가 기억하는 고2때 모습보다 훨씬 더 괜찮은 고민들을 했더라. 그게 신기했다. 지금 하는 고민이 헛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열정적으로 뭔가를 향해 고민했구나 하는 게 고맙고 기특했다.
Q. 영화계에 신인 여배우가 등장하면 어김없이 ‘제2의 김고은’이라는 타이틀로 불린다. 그런 명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A. (많이 부끄러워 하며) 제가 데뷔 2년차부터 계속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 그 수식어 때문에 너무 힘들다. ‘어떡하면 좋나’ 싶다. 같은 입장인데... 서로 이제 연기를 시작한 같은 입장인데 참… 지금은 감사하게도 ‘도깨비’로 인지도가 많이 생겼다. 그건 제가 잘해서라기 보다 김은숙 작가님, 이응복 감독님, 공유 선배님 덕분에 생긴 신드롬이라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 인지도가 생긴 배우이기에 가져야 하는 책임감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에게 차기작을 주시는 분들은 그만큼의 기대치가 있을 거고,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책임이 좀 더 생겼다. 작품 할 때는 그 인물로 존재해야 하고 그게 무엇이든 감독님이 원하고 외형적인 걸 포함해서 역할이 해야 하는 것을 해 내는 게 배우라고 생각한다.
Q. 얼마 전에 남성매거진에서 노 메이크업, 노 스타일링으로 하루의 일상을 포착하는 화보를 찍었더라. 자연스러운 모습에 대한 칭찬이 많던데?
A.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제 외모에 대해 너무들 말을 하시는데 개인적으로 속상하다기 보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똑같은 예쁨을 가져야만 예쁨인가? 각자만의 아름다움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이 드러날 때가 가장 아름다운 거 아닐까? SNS를 통해 의견을 밝히는 건 어떤 분에게는 강요일수도 있고, 의도치 않은 논란이 될 수 있어서 하지 않는 편인데 화보는 말이 아니고 보여지는 거니까 나의 가치관이나 나의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Q. 관객들에게 영화 ‘변산’을 인상적인 대사와 함께 소개한다면?
A. 제 대사 중에서 “값나게 살진 못해도 후지게 살지 마라”는 대사가 개인적으로 공감이 갔다.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생기고 앞으로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대사였다. ‘변산’은 그냥 사는 이야기를 하는 영화다. 강압적으로 뭔가 보여주는 게 아니고 감정을 강요하지도 않아서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막 슬프거나 막 웃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영화다.
Q. 이번 영화 이후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A. 정해진 건 없다. 시켜주면 열심히 할거다. 시켜만 달라.
빡세지만 스웩 넘치고, 부끄럽지만 빛나는 청춘. 징하게 들러붙는 흑역사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청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변산'은 7월 4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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