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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크리닝] '이름없는 새' 알고 싶지 않은 ‘진지’한 참사랑 ★★

외화홈페이지 2018-06-29 17:11
[애프터스크리닝] '이름없는 새' 알고 싶지 않은 ‘진지’한 참사랑 ★★

▶ 줄거리
토와코(아오이 유우)는 진지(아베 사다오)를 혐오한다. 더럽고 냄새나고, 양말 벗은 손으로 발을 만지다가 고기를 구워먹는 나이 많은 남자 진지. 웃음 소리마저 경박한 이 남자를 혐오하면서도 토와코는 그와 함께 산다. 8년 전 자신을 떠난 남자 쿠로사키(다케우치 유타카)를 그리워하며 그와 함께 했던 영상을 꺼내보고, 비디오샵에 가서 비디오를 빌려보고 혼자 만두집에서 밥을 먹는 게 그녀의 일상이다. 진지가 돌아오면 그가 사온 도시락으로 함께 식사하고 혼자 잔다. 혐오하는 진지와 헤어지고 싶지만 생활력이 없는 토와코는 무기력하게 진지를 욕하며 함께 산다. 백화점 서비스센터에 전화해서 클레임을 거는 걸로 하루를 보내는 토와코에게 어느 날 백화점 직원 미즈시마(마즈차카 토리)가 나타나고, 그와 사랑에 빠지면서 다시 쿠로사키와의 기억이 드문드문 떠오른다. 헤어진 후 잊고 살았던 쿠로사키가 알고 보니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토와코는 진지를 의심한다.


▶ 비포 스크리닝
'이름없는 새'는 누마타 마호카루의 소설 '그녀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이 원작이다. 혐오하는 남자와 함께 살며 과거의 남자를 그리워하고, 또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이 대책없는 여자의 이상한 연애 스토리는 아오이 유우가 주연을 맡아 영화화 되었다. 로맨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릴러라고도 할 수 없는 이 영화는 일단 출연진이 화려하다. 한국에서는 '냉정과 열정사이'로 유명한 타케노우치 유타카가 나쁜 남자 쿠로사키 역을, 코믹함과 진지함을 오가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개성파 배우 아베 사다오가 혐오스런 남자 진지 역을, 사랑에 크게 상처를 받고 인생을 포기한 것처럼 부유하며 살아가는 여자 토와코는 아오이 유우가,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활력이 되어주는 남자 미즈시마 역은 꽃미남 계열 남자 배우로 인기가 높은 마츠자카 토리가 연기한다. 이 영화는 아오유 유우에게 일본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으며 제42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12회 로마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되었다.



▶ 애프터 스크리닝
원작 소설은 오직 '반전'만을 위해 이야기를 쌓아 간다. 일도 하지 않고 매일 시간이나 죽이면서 진지에게 얹혀 사는 토와코는 자신을 부양하는 진지를 혐오한다. '미꾸라지 같은 놈' '더러워' '얼굴도 보기 싫어'라는 악담을 일삼는 이 여자를 스무살이나 많은 중년남자 진지는 '토와코를 위해 살꺼야'라며 집착에 가깝게 사랑한다. 비틀렸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이 관계에는 과거의 남자 쿠로사키에 대한 기억이 중간 중간 끼어든다. 쿠로사키는 토와코를 야멸차게 버렸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이득을 위해 그녀에게 성폭행을 행했던 인물이다. 토와코는 쿠로사키의 감언이설에 속아 쿠로사키의 투자자에게 몇번이나 강간을 당했다. 이후 쿠로사키는 그 투자자의 조카와 결혼하고, 그에 항의하는 토와코를 심하게 폭행해 토와코는 갈비뼈가 부러져 입원까지 한다. 진짜 사상 최악의 남자인 쿠로사키에 대한 나쁜 기억은 깡그리 잊고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는 토와코는 '혐오스런 남자'와 살고 있지만 그녀 역시 관객 입장에서 쉽게 이해 가능한 여자는 아니다.


일상에는 무기력하면서 클레임 전화를 걸 때에는 불만스럽고, 함께 사는 남자에게는 악담을 퍼붓는 이해 불능의 여자 토와코를 연기하는 것은 아오이 유우다. 한국에서는 청순파 여배우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아오이 유우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훌라걸스' 등의 영화와 드라마 '타이거 & 드래곤' 등에서 괄괄하고 억센 여성 캐릭터를 여러 번 소화한 바 있다. '이름없는 새'에서도 본인의 고향인 오사카 사투리를 쓰며 상대 남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여성을 연기한다. 한국에서 '아오이 유우 최초의 파격 러브신'으로 이 영화의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아오이 유우가 베드신을 하고 노출을 했다는 점이 아니다.

원작 '이름없는 새'가 여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서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독자가 그녀의 마음을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반면 영화에서는 토와코가 '왜 저러는 지' 관객은 마지막까지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 헐거운 감정의 진화를 아오이 유우는 표정이나 목소리 톤의 변화로 안간힘을 다해 지탱한다. 토와코를 가장 사랑했던 진짜 연인은 누구인가. 원작은 이 기괴한 관계에 있어서 비밀과 반전을 으깨어진 토와코의 기억을 통해 부분 부분에 심어둔다. 이 여자는 학대당했고, 살아남기 위해 그 기억을 일부러 지웠다.


그러나 점차 깨어나는 기억으로 인해 더욱 괴로워하고 그것을 '진지'라는 남자가 감싸고 있다는 것이다. 외모는 볼품없고, 무정자증에 나이는 중년을 넘어 노년으로 향하는 진지라는 남자의 참사랑, 원작이 그것을 애써 문장으로 포장하고 있는 반면 영화에서는 그보다는 조금 감정 이입이 수월한 아베 사다오가 그 역할을 맡았다. 그럼에도 도무지 '사랑'이라고 보긴 어려운 세 남자와의 관계를 한국 관객이 이해하고 '아, 이것이 참사랑이구나'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울 듯 하다. 한 명의 여자를 둘러싸고 각종 범죄를 가장한 연애가 이어지는데, 후반부에 가서는 '아오이 유우, 도망쳐!'를 외치고 싶어진다. 다만, 가난한 진지-토와코의 집 풍경과 주변 배경, 공간 등을 잘 구성한 미술과 망가지기를 주저하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가 앙상한 서사를 끌고 나간다. '이름 없는 새'는 6월21일 국내 개봉했다.


iMBC 김송희 | 사진 에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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