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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 관찰 예능 시대의 언니 예능 '밥블레스유'와 '비밀언니', '비행소녀'

예능홈페이지 2018-06-28 14:21
[TV톡] 관찰 예능 시대의 언니 예능 '밥블레스유'와 '비밀언니', '비행소녀'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자들의 자리가 없다는 말이 나온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무한도전' '런닝맨' '1박 2일' 등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 남자 예능인들이 주체가 되고, 토크쇼 등의 프로그램도 주로 유재석과 강호동 등의 대형 MC들이 장악한 시절부터 나오던 이야기다.

물론 지금도 주요 토크 프로그램과 리얼을 표방하는 예능에는 남자 연예인들의 출연 빈도가 훨씬 크다. 최근 런칭한 KBS 유호진 피디의 '거기가 어딘데'와 MBC의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등도 남자들이 주체가 되어 낯선 곳에서 탐험을 하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대본이 없는 '게임'이 주축이 되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관찰 예능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여자 예능, 언니 예능들 역시 과거에 비해 제작편수가 많아지는 추세다.



일단 송은이가 기획자로 나선 Olive의 '밥블레스유'는 '언니 예능'임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이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이영자표 먹방의 신세계를 선보인 이영자와 송은이-김숙-이영자와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온 '언니' 최화정이 함께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사실 '밥블레스유'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예능이고 그 안에 기획이나 내용은 TV보다는 라디오에 가깝다. 송은이와 김숙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비밀보장'에서 해왔던 고민상담을 '음식'과 연결시켜 해소하는 식이다.


방송의 형식보다는 '언니'라는 캐릭터를 내세웠다. 6월 21일 첫방송을 했는데 첫 방송만 봤을 때에는 1회보다는 파일럿에 가까운 형식이었다. 언니들이 방송을 위한 티저영상을 찍고 포스터 촬영을 하고, 이후에 모여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수다를 떤다. 이것만으로 방송이 돼? 네, 송은이가 그걸 해냅니다. 여러분.

1회만 봤을 때에는 앞으로 '밥블레스유'가 어떻게 진행될지 선명히 보이진 않는다. 다소 어수선하고, 수다와 주제가 뒤섞이면서 팟캐스트나 유튜브 방송 같다는 인상이 강했다. 앞으로 2회, 3회를 거듭하면서 방송을 채우고 있는 코너와 기획들을 더 갖춰나갈 것으로 보인다. 어찌되었든 '언니'들은 말한다.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방송하니까 너무 좋다.얘" 이렇게 재밌는 언니들을, 방송가에서는 왜 10년이 넘도록 뭉쳐 모이게 할 생각을 안 한 걸까.


여자들의 케미를 적극 내세운 방송으로 JTBC의 '비밀언니'도 빼놓을 수 없다. '라디오 스타'나 '아는 형님' '한끼줍쇼' 등의 방송에 게스트로 1회 출연한 적은 있지만 본인들이 이끌어 나가는 예능에 출연한 적은 없는 여자 아이돌과 그들보다 '언니'인 여자 연예인이 짝을 이뤄 하룻밤을 보내며 속마음을 털어놓고 취미를 공유한다. 레드벨벳 예리와 한채영, 낯가림이 심하고 낯선 사람과 밤을 보내본 적이 없는 두 여자의 만남을 1시간 가량 지켜보고 있으면 처음엔 '어디에서 재미를 찾나' 싶었다. 하지만 차츰 친해지면서 한번도 꺼내본 적 없는 속마음을 말하고, '저는 이래요'라고 앞서 소개했던 말과는 다른 행동들을 해나가는 두 여성의 케미는 의외의 재미를 준다. 함께 잠자리에 드는 예쁜 두 여자의 모습은 백합물을 연상케 하는 요소도 있어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본방 사수 방송이다. 이들이 하는 취미 공유는 더구나 디테일하기까지 하다. 둘이서 같이 게임을 하거나 볼링을 치러갈 필요가 없다. 호텔 방안에서 같이 네일을 바르고 서로를 꾸며주고 화장을 하는 것만으로 방송이 채워진다.

'언니'에게 도움을 청하는 컨셉은 웹예능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모비딕 채널의 '쎈 마이웨이'에서 치타와 제아는 사연을 듣고 해결법을 제시하는 식의 방송을 진행한다. 여기에서 치타는 다소 예민한 주제에 대해서도 언제나 무릎을 탁 칠만한 해결법을 제시해 '님 최소 솔로몬' 소리를 듣는다.


MBN의 '비행소녀'도 마찬가지다. 관찰 예능의 연장선에 있는 이 방송은 '비혼 여성'을 비행소녀라고 칭하며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공개한다. 방송 초반에는 과거에 골드미스로 소환되던 조미령, 최여진 등이 출연했고 지금은 제아, 핫펠트 예은, 김완선, 이본, 사유리가 출연한다. 진행자도 바뀌면서 방송이 좀 더 젊어진 인상인데 과거에 '결혼 안 하는 여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전시했다면 지금은 '재미있게 혼자 사는 여자들의'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회차가 더 많아졌다.

여기에는 예은과 제아의 역할이 컸다. "그 차는 여자가 타는 게 아니야"라는 말을 듣고 스포츠카를 꼭 사고 싶어졌다는 예은은 자신의 차를 몰고 서킷을 질주하고, MC 윤정수가 가끔 '여자가 그러는 게 대단하다'는 식의 질문을 하면 미묘한 표정 변화와 함께 '그게 어떠냐'는 식으로 반문한다. '나 혼자 산다'가 재미있게 혼자사는 비혼족의 삶을 보여주면서 사랑을 받고 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혼자 남은 밤, 어쩔 수 없는 쓸쓸함' 식으로 마무리를 하는 것처럼 '비행소녀'도 가끔 '결혼'과 '고독' 등에 묻는 촌스러운 진행이 등장하지만 그래도 주축이 되는 것은 결국 여성 패널들이다.

강아지를 자식처럼 아끼는 이본, 유기견을 내 자식처럼 예뻐하는 신효범, 치타와 함께 재미있는 유튜브를 찍는 제아... 다양한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는 여자들의 모습은 관찰예능의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도 남자들이 주축이 된 예능들이 주지 못하던 소소한 일상의 매력들을 실어나른다.


아침에 일어나 장국영 영화를 보고, 빨래를 털고 혼자 곱창을 사먹고 집에 '화자카야'에 조명을 켜고 친구들을 불러 파자마 파티를 한다. 물론 음식은 예쁘게 세팅을 한다. 직접 요리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나 혼자 산다'에서 화사가 보여준 하루는 관찰 예능에서 여자의 디테일이 얼마나 큰 강점이 되는 지를 대변한다. 세심하고 소소하게 삶을 가꾸는 디테일, 혼자서도 집에서 재미있게 뭐든지 할 수 있는 화사를 관찰하는 건 의외의 재미였다. 여기서 중요한건 또한 '케미스트리'다. 치타-제아가 수연언니와 유튜브에 올릴 뮤비를 찍으면서 서로를 꾸며주고 으쌰으쌰하며 서로의 멋있음을 발견한다. 화사가 마마무 멤버들과 즐겁게 놀면서 '흥'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자-여자의 케미가 주는 시끌벅적하면서 귀여운 매력이 '여자 예능'에 활력이 된다.


물론 여전히 예능을 남-녀를 기준으로 선을 긋는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대다수의 예능 프로그램 MC는 남자들이고 토크쇼와 리얼예능 뿐 아니라 탐험, 낚시, 음악쇼 등도 대부분 남자 패널과 MC들로 채워져 있다. 여기에서 송은이로 대표되는 여성 예능인들이 판을 만들고 마이크가 쥐어지지 않았던 여자 아이돌들도 가세해 삶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집까지 오픈해야만 간신히 예능 프로그램에 입성할 수 있나 싶어 다소 서글프기도 하지만, 어쨌든 '관찰 예능'이 대세가 된 시대에 불어온 기분 좋은 변화다.




iMBC 김송희 | 사진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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