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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조민수, 배역에 대한 갈증과 기쁨이 아직까지도 생생한 배우

기사입력2018-06-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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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2년차 배우. CF모델로 발탁 된 이후 영화와 KBS 특채 탤런트를 거쳐 2012년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은 여배우 조민수는 꾸준한 연기 활동과 그 활동에 걸맞는 수상 경력까지 갖춰 다양한 장르가 소화되는 우리나라 몇 안되는 중년 여배우다. 최근 4년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배역을 기다리느라 뜻밖의 공백 기간을 가진 조민수가 이제서야 영화 '마녀'의 '닥터 백'으로 돌아왔다. 강렬한 역할이었다. 첫 시나리오에서는 남자 배역이었으나 여자 배역으로 바뀌며 전격 캐스팅되었고, 그랬기에 더욱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연기했노라는 조민수를 만났다.


Q.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뵈니까 좋더라. 이렇게 연기 잘 하시는 분이 왜 4년이나 쉬셨는지 모르겠다.

A. 일이 없어서 못했다. 우리 연배가 생각보다 할만한 작품이 많지 않았다. 드라마에서도 엄마 역할 밖에 할 게 없었다. 누군가가 나를 배우로 생각하고, 나의 다른 모습도 상상하는 분도 계신데 내가 지금부터 쭉 엄마의 역할만 하게 된다면 나의 다른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엄마 역할은 좀 더 있다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버텼는데 그 와중에 들어온 작품이라 행복하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버티는 것에 대해 힘들다거나 고민을 하지 않는다. 예전에 답 없는 고민이다 싶어 마음 정리를 한 후 다시는 하지 않는다. 나는 연기 데뷔를 영화로 했었어서 영화가 많이 하고 싶었는데 한동안 우리나라 영화가 에로물이 많을 때가 있었다. 당시에는 내가 그런걸 못 하겠더라. 그래서 영화도 한동안 못 했었다.

Q. 쉬는 동안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나?
A. 잘 놀았다. (웃음) 집에서 잘 놀고, 집 앞 산에 가서 나무나 돌과 대화를 하며 힐링한다. 배우라는 직업은 사람을 표현하는 것이다보니 사람을 많이 관찰하고 바라보게 된다. 또 집에 있으면서 뭔가 제 손으로 만드는 것도 좋아한다. 악세서리도 만들고 뜨게질도 하고 단순 작업들을 많이 한다. 그런 작업을 통해 나를 다스리고, 여행도 가끔 다니면서 보냈다.

Q. 오랫 동안 기다리신 작품이 들어왔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
A. 원래 남자 역할이었던 캐릭터를 여자가 해 보면 어떻겠냐고 이야기 됐고, 그렇다면 그 배역에 조민수면 좋겠다라고 판단해서 내게 주는데 너무 좋았다. 내 연기를 보고, 나를 신뢰해서 배역을 줬다는 게 너무 좋았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안 해봤던 걸 만들어 가는 시간이 재미있을 것 같고 그런게 좋았다.


Q. '마녀' 촬영 들어가기 전 '닥터 백'의 캐릭터는 어떻게 준비 하셨나? 여러 인물들을 만나 참고 하신 게 있으신가?
A. 나는 작품들어가기 전에 사람을 안 만난다. 일부러 일하는 과정의 앞 뒤로 오래 사람을 만나지 않는 노력을 한다. 내가 아닌 다른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데 완벽하게 나를 벗어나려면 시간 투자를 해야 한다. 순식간에 확 바뀌는 건 못 하기 때문에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기술적으로야 할 수 있지만 기술은 버리고 싶다. 연차가 쌓일 수록 늘어나는 건 요령이지만 현장에서 요령을 부리고 싶지는 않다. 내 연기에 대해 호불호는 있겠지만 연기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이야기 하고 싶어서 시간을 투자해서 다른 인물로 만들어 가려고 한다.


Q. 박훈정 감독과의 첫 작업은 어땠나?

A. 영화 들어가기 전에 박훈정 감독의 이전 영화들을 다 봤다. '마녀'가 '신세계'와 구도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 인물의 숫자만 빼고 영화에 박훈정 감독이 쓴 글이 있다는, 그의 색깔이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세계'와 1,2부로 나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언론시사 때 완성본을 처음 보고나서도 처음 든 느낌은 박훈정이라는 감독의 영화인 것 같다는 거였다. 사실 감독을 처음 만나러 갔을 때 실물을 처음 보고 약간 뒤로 빠졌다. 그의 영화는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는데 미소년 같은 분이 어떻게 저런 글을 쓰지라며 깜짝 놀랬다. 얼굴만 봐도 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작품의 이미지와 너무 달랐다. 박훈정 감독은 착한 사람이더라. 선한 사람이었다. 책을 많이 보고 상상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촬영할 때도 장면이 잘 안 풀릴때 자기 머리를 감싸안고 "야 이거 안돼~"라고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박훈정이 보여주는 행동언어를 보면 선한 사람인데 자기가 경험해 보지 않는 걸 막 쓰다보니 극악스럽게 피가 많고 잔인할 수 있는 것 같더라.

Q. 오랜만의 촬영이고, 박훈정 감독의 작품에 캐릭터들도 강렬했다. 촬영 당시 소감은 어땠나?
A. 간만에 모니터 안에 들어가니까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많이 긴장했다. 첫 등장하던 장면이 제일 긴장됐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촬영이 너무나 신나고 재미있었다.

Q. 같이 연기한 김다미가 신인배우였다. 그리고 다른 배우들도 젊은 배우가 많았다. 호흡 맞추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A. 같이 연기한 배우들이 다 잘하는 배우였다. 우리때와는 다르더라. 이번 영화에 신인배우가 3명이나 있었고 기성 배우는 박희순과 저 밖에 없어서 진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신인배우들이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상상 할 수 있는 그림이 없어서 불안했는데 의외로 현장감은 있는 친구들이어서 다들 잘 하더라. 요즘 세대들은 비디오도 많이 보고 해서인지 감정 표현은 기본을 다 하더라. 김다미에게는 혼란이 올까봐 따로 이야기 하지 않고 "감독님 이야기만 들어. 어짜피 감독님이 만들어 낸 인물이니 절 제일 예쁘게 만들어 주실 분이다. 그분 말씀대로만 해"라고 했다. 기성 세대의 아집이나 답습이 싫어서 현장에서 젊은 배우들에게 잘했다고 밀어주는 것 외에는 달리 할 게 없더라.


Q. 연기하신 '닥터 백'은 대본에 충실한 인물인가? 아니면 나름의 해석을 가미한 인물인가?
A. 시나리오 그대로다. 대본과 달라진 건 하나 있는데 첫 등장에 피를 보고 '웩'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런 인물이 뒤로 갈수록 행동과의 연결고리가 없더라. 그래서 그 부분은 감독과 상의해서 없앴다. 감독은 '닥터 백'이 능력자들 사이에서 유일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했었다. 보통 뭔가 집중적으로 집요하게 하는 사람을 미치광이라고 상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고 일반적인 사람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갑질하는 모습도 나오고, 직장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모습도 보이는 대사들이 있다. '닥터 백'은 표현이 서툰 사람으로 설정했기에 한마디 한마디가 나름의 큰 표현이었다. "영악한 년"이라는 대사를 할 때는 좋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만져보고도 싶은 마음이 다 들어가 있는 감정상태였다.


Q. 그런 복합적이고 복잡한 감정들이 '닥터 백'의 눈빛에서 다 표현되는 것 같더라. 눈동자 색깔도 독특했는데 렌즈로 표현한 건가?

A. 컬러렌즈를 꼈었다. 초반에 외모로 별 짓을 다 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은 많은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보여지는 미장센도 중요해서 분장하는 스탭과 이야기 해서 굉장히 많은 색의 컬러렌즈를 껴 보며 색을 맞췄다. 닥터 백과 동생의 눈동자 색깔도 미세하게 다르다. 좀 더 퇴화된 느낌을 주려고 주근깨도 그려넣었다. 외적으로 이런 표현을 하는 것도 너무 행복했다.

Q. 다른 배우들이 상당히 거친 액션을 하는 동안 '닥터 백'은 비교적 얌전히 있는 편이다. 액션에의 갈증은 없었나?
A. 너무나 하고 싶었다. 후반부 촬영 때 주먹으로 치면 쑥 쑥 들어가는 특수벽을 혼자 치고 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혼자 그러고 있는 걸 감독이 보더니 "다음엔 때리게 해 줄게요"라고 하더라. 이번 영화를 통해 총에 맞는 연기를 처음 했었는데 불안해 죽는 줄 알았다. 먼저 연기했던 애들이 많이 혼났었다. 한번에 안 맞으니까 후배들이 욕먹는데 나도 이 나이에 욕먹게 생겼다 싶어서 심장이 떨리더라. 걱정 많이 했지만 두번 촬영 한 부분이 다 한번에 끝나서 행복감이 컸다.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잘 해냈다는 생각에 행복하더라. '닥터 백'은 항상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아프게 하는 사람인데 처음으로 아파본 느낌을 표현하는 장면이었다. '감히 나를 때려?' 이런 느낌으로 일그러지고 본질이 튀어 나오는 장면이었다.

Q. '마녀'는 한국형 히어로물로 분류가 될 것 같은데 평소에 히어로물은 종종 보시는 편인가? 마블 영화들은 보신 적 있으신가?
A. 마블영화 많이 본다. 히어로가 너무 많더라. 시리즈마다 인물들을 해석해 가며 보느라 마블 시리즈는 너무 정신없게 봤다. 우리나라에서도 히어로 시리즈물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감독이 갖고 있었던 듯하다. 어찌보면 우리나라 뿐 아니라 동양의 히어로를 모은 게 아니겠냐. '데드풀' 같이 착한 히어로는 아닌데 뭔가는 꼭 지키는 히어로들이 더 대중에게 사랑받는 거 같다는 이야기를 감독에게 했었다. 저도 와이어 달고 날아다니고 싶어서 극 중 나오는 동생은 능력자였으면 좋겠더라. 따뜻하고 포근한 듯한 니트를 입고 있지만 이중적인 인물로 최악의 악마였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Q. 마지막 장면에 대해 관객들이 정말 많이 궁금해 할 것 같다. 다음 이야기와 어떻게 연결될 것 같은가?
A. 진짜 오르겠다. 촬영이 다 끝났는데 박훈정 감독이 며칠 후에 시간 되냐고 해서 가서 추가 촬영으로 찍은 장면이다. 어떤 인물인지 알고 연기하는 게 좋겠어서 물어보니 이야기를 잘 안해주더라. 그랴서 어떤 인물인지를 모르겠다. 닥터 백과는 너무 다른 인물이라는 정도로만 마무리 지었다. 2편에 대해 이야기 한 것도 없고,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엔딩은 갑자기 바뀐거다. 박감독이 이렇게 마무리 하는게 어떻겠냐고 해서 좋다고 했다. 이 영화의 장점은 어떤 인물이건 죽였다가도 살려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닥터백이 다시 살아나도, 최우식이 다시 살아나도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다.

Q. 여성 캐릭터가 강렬하게 보여졌기에 '여성영화'라고도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A. 문화가 바뀌기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다. 내가 젊을 때만 하더라도 여성을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 검사, 변호사, 의사였다. 지금은 직업군도 다양해 졌지만 사회 문화를 조금씩 따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영화에서 여성의 위상을 바꿔본들 대중이 받아들이기 힘들면 그 장르는 금방 사장이 된다. 문화는 확실히 흐름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차츰차츰 여성의 직업군도 다양하게 표현이 될 테고, 영화 속에서의 기능과 역할도 달라질 것이고 그러다보면 나중에는 남자영화, 여자영화가 구분되지 않을 날도 올 것이다. 10년쯤 뒤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 그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 앞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액션 영화 '마녀'는 오늘(27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엔터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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