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드라마도 재미있게 보고 있고, 영화도 재미있게 봤다. 영화 '탐정: 리턴즈' 완성본을 본 소감은 어떠신가?
A.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편집도 과감하고 색다르게 해서 1편 보다는 쉽게 사건을 설명했고, 광수가 들어와서 더 재미있어진 것 같다. 완전히 통으로 편집된 부분도 많아서 촬영할 때의 느낌과 완성본을 본 느낌이 달랐는데 훨씬 좋아졌다.
Q. 어떤 장면이 편집 된 건가? 완성본만 봤을 때는 짐작이 잘 안 된다.
A. 하이라이트가 될 장면이라며 부산에서 3일을 준비하고 하루종일 찍었던 액션씬이 있었는데 통채로 빠졌다. 액션팀에서 장비도 들이고, 돈도 수 천만원 들여 한 씬을 찍었던 건데 전체적으로 보니 편집된 편이 오히려 늘어지지 않고 스피디하게 잘 나온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처음부터 끝까지 잔 재미가 쉬지 않고 나오는 영화는 드물지 않았나? 서해안 갯벌의 숨구멍 처럼 계속 웃음이 터지니까 너무 재미있더라.
Q. ㅎㅎ너무 절묘한 표현법이다. '갯벌의 숨구멍' 같은 표현은 어떻게 나오는 건가? 따로 공부하시거나 메모를 해 두시나?
A. 일찌기 학업의 붓을 꺽은 사람들은 생활언어를 많이 쓴다. 문자화 된 것 보다는 구어화 되어 있는 언어를 많이 쓰기 때문에 자연스럽다. (웃음)
Q. 배우 세 분의 호흡이 너무 좋았었다. 캐릭터 간의 균형도 좋았고. 세분 모두 눈에 띄는 생활연기를 선보여서 그런 점이 영화의 매력으로도 부각된 것 같다.
A. 아직 권상우는 비주얼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고, 광수는 광수는 억지로 비주얼 배우라고 우기고 있기 때문에 생활연기라고 하면 두 사람은 섭섭해 할 것 같다. (웃음) 1편에서 저와 상우만 가져갔던 분량을 셋이 나누니까 포지션이 좀 바뀌더라. 내가 중심을 잡아주고 광수와 상우의 케미가 살아나는 게 맞을 것 같아서 나는 1편에서보다 애드립을 덜 치고 연기도 좀 눌러서 갔다. 각자 포지션을 사전에 잡아 놨기에 연기도 덜 지루하고 부담도 덜하더라. 장면 장면 마다의 컨셉이 있는데 그 컨셉을 벗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조금씩 놀았던 게 좋은 효과를 본 것 같다. 권상우, 이광수 둘 다 성격이 좋다보니 만난 첫날부터 친해져서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둘이 서로 배려하고, 촬영 전에 이야기도 많이 했어서 케미는 저절로 나왔다. 모난 것 없는 그저그런 동네 삼촌 셋이 모여서 몸으로 뛰어 사건을 해결한다는 재미가 좋았다. 캐릭터들도 귀여웠고.
Q. 권상우씨와는 1편에서 이미 호흡이 맞춰져 있어서 2편에서는 더 맞출 게 없었을 것 같다. 두 분이 너무 천연덕 스럽게 연기하시던데 특히 권상우 배우의 망가진 모습이 재미있더라.
A. 권상우도 이제 나이가 있고 애가 둘이라 많이 내려놨다. (웃음) 상우는 중후한 맛이 점점 들더라. 일전에 술 먹더니 "형, 이제는 현장을 즐기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하더라. "자식도 있고, 언제까지 할지 모르지만 나이에 맞에 현장을 즐겨야 할것 같아요"라면서 못 먹던 술도 마시고, 스탭 막둥이 생일도 챙기고, 현장에 한번도 늦은 적 없고, 촬영이 끝나도 가지 않고 기다리더라. 천상 가정적인 친구고 저보다 장점이 많은 친구다.
Q. 영화 속에서 권상우가 와이프에게 짝퉁 가방이긴 하지만 참 예쁜 가방을 사 주더라.
A. 아, 그 장면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원래 영화에서는 짝퉁을 쓰면 안된다. 상표위조법에 걸린다고 해서 짝퉁 설정이라도 진짜를 사야 했다. 그래서 그 백이 진짜 백이다. 정말 비싸게 백화점 가서 진짜를 사서 망가트린거다.
Q. 아이쿠! 아까워라 세상에. 너무나 색깔도 이쁜 백이었는데... 백도 아쉬웠는데 이광수 배우도 아쉽다. 언론시사때 이광수 배우는 시즌2에만 출연할거라고 말씀하셨다. 너무 케미가 좋았는데...
A.시즌3에는 조인성을 물어오겠다. 내가 인성이 작품에 우정출연을 했었는데 조인성도 인간이라면 내 작품에 하나쯤은 출연 해주겠지. (웃음) 영화가 잘 되면 친구들에게 한번 들이대려고 한다. 이번에도 후배들이 많이들 도와줬다. 김광규도 이번에 우리 영화에서 디테일한 손가락 연기로 심연의 연기를 선보였다. 내가 영화 첫 장면 보고 고맙다고 전화도 해 줬다. 김동욱도 고마웠다. 김동욱과는 따로 독대하는 장면도 길게 촬영을 했었는데 그것도 통으로 편집되고 마치 짠 하고 갑자기 나타난 것 처럼 편집되면서 촬영 당시에 참 멋있었던 장면이 완성본에서는 너무나 웃긴 장면으로 재탄생 되었다라. 다들 고마웠다. 앞으로 나와 술 마시면 안된다는 소문이 날 것 같다. 나와 술 마시면 다들 불러들여서 영화 찍는다고. (웃음)
Q. 언론시사 때 이야기 하시는 걸 보니 '탐정' 첫편에서 아쉬움이 많으셨던 것 같더라.
A. '탐정: 더 비기닝'때는 상대가 1,000개의 관을 가져가고 우리는 겨우 300개 관에서만 개봉을 했다. 개봉 첫날 우리 영화가 5만 관객이 들었는데 정말 심각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서 권상우와 내가 무대 인사를 5주를 돌았다. 나중에는 CJ홍보팀에서 그만 하자고 했지만 우리끼리 더 돌았다. 왜 우리 영화는 새벽과 12시 넘어서만 볼 수 있냐는 소리에 화가 많이 났었다. 나중에는 관객이 270만까지 갔는데 그렇게 입소문만으로 데이터가 올라간 적이 없어서 욕심이 나더라. 술 마시면서 탐정 시리즈 한번 더 가야하지 했는데 정말 말 처럼 되었다. 1편에 참여 했던 모든 스텝이 그대로 들어갔다. 배우들도 웬만하면 그대로 투입되었고, 최성원도 당시에 항암치료 받을 땐데 의사 소견서 받아서 병원 허락 받고 촬영에 임했다. 예전에 했던 사람들이 다시 뭉쳐서 하다보니 '탐정: 리턴즈'는 더 자신감이 있었다. 연기도 캐릭터 설명을 할 필요가 없어서 쉬웠고 바로 주어진 사건에 들어가다보니 시간 여유도 있어서 더 진중하고 디테일하게 파고 들어갈 수 있었다. 코미디도 여유 있는 애드립이 가능하고 사건도 심도 있게 다루고 모든 게 잘 맞았던 것 같다. 언론시사때 크레딧 올라갈 때 권상우와 "이번 편은 자신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Q. '조선 명탐정'도 시즌을 이어가고 있고 '탐정'도 시즌영화가 되어가고, 탐정 들이 꽤 괜찮은 소재인가보다.
A. 탐정은 사실 파고 들어가면 굉장히 만들기 힘든 이야기다. 탐정은 공소수사권, 체포권이 전혀 없고 무기 소지도 안 되기에 흥신소 정도의 일 밖에 못한다. 탐정 1편때는 내가 현직 경찰 역할이었어서 총으로 제압을 했는데 2편에서는 탐정사무소를 내긴 했지만 공권력은 다 없어진 상태였다. 수사는 뭘로 하고 정보는 어떻게 얻고 상대는 어떻게 제압하느냐에 있어서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경찰을 관두지 않고 휴직 처리하는 걸로 해서 경찰의 정보를 뽑아 올 수 있게 했고, 총도 장난감 총으로 바뀌었다. 아직 우리나라 탐정은 바바리에 두 주먹 말고는 가질 수 있는 게 없더라.
Q. 오~ 전문 용어가 술술 나오신다.
A. 사법권에 대해서는 좀 안다. 내가 드라마 '라이브'에서도 경찰을 했고 영화 '청년경찰'에서도 경찰대 교수로 나오고 지금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는 현직 판사를 연기한다. '청년경찰'도 살짝 시즌 2를 이야기 하던데 이쯤되면 사법권 전문 배우 아니겠냐. (웃음)
Q. 경찰이나 사법 관련 역할로 많이 몰리는 것에 대해 거부감은 없으신가?
A. 일부러 그런 역할을 하냐, 안 하냐는 내 의지와 상관 없더라.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인데 요즘 만드는 작품들 마다 장르물이 넘쳐나는 데 어쩌겠냐. 배우가 원해서 어떤 장르를 선택하는 건 아니고 드라마 영화가 한 장르를 몰고 다닌다. 보통은 3년 주기로 돌아가더라.
Q. 혹시 배우 말고 다른 직업을 갖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또는 과거로 돌아가서 현재를 바꿔 놓고 싶은 시절이 있거나?
A. 배우가 된 걸 후회 한적은 절대 없다. 새로운 누굴 만나고 싶지도 않고 나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 내 주변 사람들은 다 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좋은데.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붓을 꺾지 않고 공부를 계속 했다고 한들 과연 지금처럼 살겠냐.
Q. 생활 연기의 달인이신데, 연기 비법이 따로 있나?
A. 후배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어떻게 하면 연기 잘해요?"인데 사실 잘 모르겠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아는 유일한 방법은 정말 절실해야 하는 것이다. 후배들에게 "니가 가지고 싶은게 많고 사고 싶은게 절실하면 정말 연기를 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이야기 한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한다. "현장이 있으면 가라. 배우 만큼 좋은 직업이 어디 있냐. 돈도 주고 연기도 가르쳐 주고. 카메라 앞에 있는 니가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들을 챙겨라. 일찍 현장에 가고, 스탭과 술 한잔 할 수 있는 여유를 챙겨라. 그들이 결국 널 돈벌게 해주는 사람 아니냐."라고 이야기 해 준다.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A. 재미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인데 참 재미있는 배우. 누굴 가르치거나 모범이 되고 싶다던가 하는 생각은 없다. 다만 내 가정을 위해 재미있는 배우가 되길 바란다. 와이프가 아이들에게 "우리 아빠 참 재미있었어 그치? 참 착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지?"라고 하는 걸 듣고 싶다.
성동일, 권상우가 열연한 '탐정:리턴즈'는 셜록 덕후 만화방 주인 강대만(권상우)과 레전드 형사 노태수(성동일)가 탐정사무소를 개업, 전직 사이버수사대 에이스 여치(이광수)를 영입해 사건을 파헤치는 코믹범죄추리극으로 6월 13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 이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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