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영화 너무 재미있게 봤다. 스타일리쉬한 범죄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 어떻게 보셨나?
A. 제 작품은 부끄러워서 똑바로 당당히 못 보는 편이다. 자기 영화를 즐기며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독전’이 몰입도 있고 시간이 빨리 간다는 면에서 위안을 얻었다. 개인적으로는 홀로 싸운다는 느낌이 있었다. 선배님들은 너무 오바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도 하시던데 저는 인물 자체가 외로워서 그런지 그렇게 느껴졌다.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처음 찍다 보니 지치고 힘들긴 하더라. 원래 연기에 너무 몰입하고 배역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힘들어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는 알게 모르게 빠져들면서 기운이 가라앉았다. 다음에는 재미있는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Q. ‘독전’에서 연기한 ‘락’의 캐릭터는 어떻게 준비했나?
A.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배역을 제안 받으면 그 인물 속에 제가 있는지, 제가 얼마나 있고 나의 어떤 부분과 닮았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저의 어떤 부분을 꺼내서 그 인물을 만들지를 고민한다. ‘락’의 경우는 저의 어두운, 어둡고 우울한 부분을 꺼냈다. ‘락’이라는 인물은 자신이 누군지를 잘 모르는 인물이다. 자신의 부모도 정말 부모인지 모를 일이고, 국적도 정확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저도 배우로의 모습과 인간 류준열의 모습 사이에 괴리감이 있어서 가끔 진짜 제가 누구인지에 대해 고민할 때가 종종 있는데 ‘락’이 갖고 있는 고민도 그런 부분이 아닐까 생각하며 역할에 몰입했다.
Q. 감독님이 캐릭터를 위해 특별히 주문하신 것이 있으신가?
A. 저에게 얼굴이 하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마약 공장에서 햇빛도 안보고 일만 하는 친구라 그렇게 설정하신것 같다. 제가 원래 빨리 타고 빨리 하얘지는 편인데 그래서 이번 촬영 앞두고 축구를 못했다. 축구를 갔다오면 확 티가 나서 다 아시더라. 축구를 못 하는 건 큰 스트레스였다. 또 몸 관리를 위해서는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고기는 많이 먹고 식단 조절을 했다. 지인 중에 운동선수들도 있어서 그들에게 힌트를 얻어서 운동선수 식단으로 관리하고 있다.
Q. 기존의 연기와 비교했을 때 ‘독전’에서 스스로 달라졌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는가?
A. 이전에는 관객이 내 연기를 보고 이런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연기를 고민했다면지금은 그냥 그 인물의 감정에 솔직하면 관객이 그걸 느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까지 내가 잘 한다고 생각했던 연기들은 생활연기, 애드립이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내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빠져있는 연기를 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까에 도전했었다. 대본을 받고 잘 할 수 있을까? 나와 맞는 역할일까? 많이 고민했고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처음 ‘락’을 준비해 왔을 때 감독님과 이견이 좀 있었다. 무표정한 인물이라곤 하지만 뭔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해서 많이 준비를 했는데 감독님은 원치 않으셨다. 아무리 대사가 없어도 표현을 전달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감독님은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더라. 1,2회차 촬영 때 그런 거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그 다음 회차부터는 거의 디렉션을 받지 않았다. 이후에는 촬영하면 찍을 때 마다 오케이를 하셨고 계속 모니터의 눈빛을 강조하시더라. 그때서야 느낌이 왔다. 배우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카메라를 응시하느냐가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를 이번 영화를 통해 배웠다. 무표정 했던 ‘락’의 모습이 마지막을 향해 갈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Q. 조진웅과 붙는 씬이 제일 많았다. 조진웅과 함께 한 소감은 어땠나?
A. 많은 작품을 하시고, 여러 캐릭터를 하신 분이어서 예민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어려운 선배일 줄 알았다. 그런데 첫 만남부터 굉장히 유쾌하셨다. 선배님이 바쁘신 와중에 오셔서 대본 리딩 을 했는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연기를 하시더라. 촬영 하면서 제 연기에 제가 좋았던 지점에서는 선배님도 고개를 끄덕이시고 그때 또 감독님이 오케이 사인을 내시니까 짜릿하더라. 연기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Q. 이해영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A. 워낙 대사가 좋은 글을 쓰시고, 작가 출신이라 글이 좋은 감독님이시다. 있어 보이려는 대사가 아니라 영화를 관통하는 좋은 대사를 곳곳에 넣으셨다. 그래서 애드립을 할 수가 없었다. 원래 없는 대사도 만들어서 하거나 조사나 어미를 바꾸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이 영화에서는 감독님의 글 솜씨에 반해서 100% 그대로 갔다. ‘락’에게 눈빛 깔라고 하던 선창의 대사나 어디 하나 넘치는 데가 없다는 진하림의 대사가 ‘락’을 정의해 주고, 인물을 가이드 해 주는 것 같아서 연기할 때 도움이 많이 되었다.
Q.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
A.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노르웨이 촬영분이다. '락'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두고 인생 전체를 통해 고민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오랜 시간 자신을 쫒아 왔다는 인물이 눈 앞에 나타난다. 내가 앞에 있는데 이 사람은 뭔데 나를 잡고 싶어 하지?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서 '원호'에게 협조도 했을 것 같다. 그래서 노르웨이에서의 장면은 가슴이 먹먹해지는 장면이다. 함께 할 수 없는 둘의 관계, 행복할 수 없는 관계여서 더 먹먹했던 것 같다.
Q. 소처럼 일하더니 누구보다 빠른 성장을 한 것 같다. 왜 그렇게 쉼 없이 연기 했나?
A. 연기하는 건 즐겁다. 왜 많이 하냐고 물으신다면 즐거워서라고 답할 수 있겠다. 새로운 배역을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또 영화 작업을 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는 게 너무 즐겁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좋은 추억 만들고 행복하게 일하는 게 너무 좋다.
Q. 데뷔 초기와 비교해서 지금은 어떤 느낌이 드나? 조금 여유가 생긴 편인가?
A. 2012년 데뷔 이후 많은 스케줄, 많은 일들이 일어나면서 정신 없이 배웠었고, 그때는 모든 게 신기하다고 느껴졌다. 지금은 그때만큼 신기하지는 않고, 뭔가 굳건하게 만드는 시기 같다. 견고하게 하나하나 정성 들여 만들고 고민하는 시기 같다.
Q. ‘멋짐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 배우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 건가?
A. 제가 참여했던 작품들은 다 소중한 배역이어서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것만도 감사하다. 제가 작품하며 만났던 선배들이 다 ‘마스터 피스’라 할만한 작품이 있는 선배들이었다. 그게 굉장히 부러웠다. 제가 동경하는 배우는 작품을 오래하시는 선배님들이다. 연기만 잘 한다고 해서 오래 연기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더라. 찾아주지 않으면 작품을 하기 힘든 게 배우이고, 또 여러 이슈가 터지면서 일만 잘 해서는 안될 것 같고 인격적으로나 여러 가지가 완성 되었을 때 찾아주시는 분이 많은 것 같다. 지금 연기하시는 분들은 그 둘을 다 갖고 계신 게 아닐까. 바르고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 빨리 가는 꼼수도 있겠지만 문제도 많이 생기고 타격도 크다. 조금 느리더라도 가장 정직하고 바르게 가는 게 가장 옳은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류준열, 조진웅, 김주혁, 박해준, 김성령 등이 출연,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 실체 없는 적을 추적하는 독한 자들의 전쟁 '독전'은 15세 관람가로 5월 22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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