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푸터(고객센터 등) 바로가기

[애프터스크리닝] '덕구' 국민할배 이순재가 던져주는 소박하지만 뜨거운 감동 ★★★★

기사입력2018-03-27 19:47
  • 트위터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링크 복사하기
▶ 줄거리

어린 손자와 살고 있는 일흔 살 덕구 할배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된다.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질 두 아이들을 위해 할배는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찾아주기로 하고, 홀로 먼 길을 떠나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데..


▶ 비포스크리닝

사실 영화는 국민 누구나 다 아는 이순재가 연기한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다 낯선 이름들이다. 방수인 감독도 2011년 '워싱머신' 이후 첫 작품이고, 아역배우 정지훈은 '신과함께- 죄와 벌' '장산범' '형' '미쓰 와이프' 등의 작품에 출연은 했지만 주연으로는 첫 작품이다. 하지만 이순재의 존재감 만으로도 이 영화가 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뻔한 할아버지와 손자의 눈물 쏟는 이별을 다루는 영화려니 싶다가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다뤘던 모성애와는 뭔가 다를것 같다는 기대감도 생겨난다.
방수인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서 8년이나 시골 마을들을 취재하며 영화에 어울리는 최적의 장소를 찾았다고 한다. 그렇게 정성들여 찾은 장소는 어떤 풍경인지도 궁금하고, 노 개런티, 부상투혼으로 연기했다는 이순재의 깊이있는 연기를 오롯이 느껴보고 싶기도 하다. 늘 주말 가족드라마에서 든든한 할아버지 역할로 극의 일부부분으로만 보여졌어도 시선 하나, 호흡 하나에서 연륜이 느껴지는 그였는데 과연 주인공으로 91분을 채우는 그의 연기는 어떠할까?


▶ 애프터스크리닝

세상을 떠날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의 이별 이야기라 슬프겠지 싶어 몇장의 티슈를 준비하고 들어갔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순재라는 배우의 팬심도 있었고, 육아를 어른들께 맡기고 맞벌이를 하는 개인사도 있었어서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부터 인물들에게 감정 이입이 되더니 영화가 끝날때는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쏟게 되었다.
스토리는 새롭지 않았다. 영화 보기 전 예상했던 대로 스토리는 흘러간다. 할아버지가 혼자 내년에 입학을 앞둔 손자와 5살 손녀를 키운다. 아르바이트로 식당 철판을 닦아주며 하루에 채 만원이 안되는 돈을 받아와 손자 손녀에게 따뜻한 밥을 먹인다. 손자가 먹고 싶어하는 돈까스, 갖고 싶어하는 로봇 장난감은 엄두도 못 낼 형편이다. 철없는 손자는 할아버지가 사온 뻥튀기를 바닥에 내팽개치곤 장난감을 사달라고 데굴데굴 구르며 떼를 쓰다가 아빠의 영정 사진을 걸고 내년에는 꼭 사달라고 약속을 한다. 그리고 폐암 말기라는 것을 알게 된 할아버지는 자신이 죽은 뒤 아이들을 걱정해 아이들의 엄마를 찾아 오기로 한다.
이런 뻔한 스토리인데도 아역 배우들의 천진난만한 연기와 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에피소드들은 생명력을 가지고 관객의 가슴 속에 들어와 개개인들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 주변의 일상, 잊고 있던 느낌들을 다시 생각나게 하며 눈가를 촉촉하게 해준다. 그리고 단순한 조손관계가 아닌 다문화가정, 국제결혼이 더 만연한 시골의 상황까지 폭 넓게 담아낸 감독의 의도도 신선했다. 사회적 이슈를 문제적 관점이 아닌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와 이해의 관점으로 풀어낸 감독의 화법은 그 어떤 공익카피보다도 더 깊이 가슴에 와닿게 했다. 감독이 8년 동안이나 취재하며 공들였던 것이 이토록 세심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스토리였다니, 과연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다 싶다.
이런 참한 스토리 위에 연기 경력 65년 내공이 얹어지니 영화는 이 이상 완벽할 수 없다. 마치 친손자에게 하듯 아역배우들을 품으며 때론 덤덤하게 때론 애절하게 감정을 풀어내는 이순재의 연기는 영화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 다시 생각하면 눈물이 차 오르도록 깊은 여운을 준다. 과연 이순재 말고 어떤 배우가 '덕구할배'를 이렇게 제대로 연기할 수 있을까? 중년들에게는 아버지로, 젊은이들에게는 할아버지로 저마다의 처지와 상황에 맞는 이미지로 각인될 명배우의 명연기였다. 80이 넘었어도 이렇게 멋진 연기를 보여주며 지금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이순재는 '야동순재' 말고 이 영화를 통해 공식 '국민할배'의 타이틀을 얻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인물이다.
어린 손자와 살고 있는 일흔 살 덕구 할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된 뒤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질 두 아이들을 위한 할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덕구'는 4월 5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