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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성적표] 말 많았던 '나의 아저씨' 첫회, 어라? 로맨스 드라마가 아니네

기사입력2018-03-2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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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1회 TV성적표


1회도 방송 되지 않았는데 캐스팅 소식과 캐릭터의 '나이'만으로 이렇게 시끄러웠던 드라마가 있었을까. tvN '나의 아저씨'의 주인공에 이선균-아이유가 캐스팅되고, 배우들의 실제 나이 뿐 아니라 극중 캐릭터의 나이도 스무살 차이난다는 소식에 드라마는 방영 몇달 전부터 '믿고 안 볼 드라마' 반열에 올랐다. 아이유의 팬들조차도 나이 많은 아저씨와 사랑에 빠지는 스무한살 캐릭터를 아이유가 연기하는 것에 반대 의사를 내보였다. 드라마 제목까지 '나의 아저씨'라는데, 그 아저씨중 한명 역할을 맡았던 오달수는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되며 드라마에서 하차하기까지 했다. 시작도 전에 악재가 겹쳤다.


일단 뚜껑을 열어본 '나의 아저씨'는 우려와는 달리 일반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는 아니다. 가난하지만 밝은 캔디같은 어린 여성과 부자이고 다 가져서 그녀를 가난에서 구제해주는 '실장님'이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다. 남자 주인공 동훈(이선균)은 부자는 커녕 회사에서도 그늘에 가린 건축구조기술사라는 직업인이고, 지안(아이유)의 빚을 갚아줄 능력도 전혀 없다.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서고 애정을 표현할 박력도 없는 인상조차 흐릿한 아저씨. 아이유가 연기하는 지안은 1회 내내 단 한번도 웃지 않는 역할이다. 빚에 쪼들리고 생활고에 치이고 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냉담한 역할. 이렇게 모든 인물들의 삶의 고단함을 평범하고도 슬프게 그리는 드라마라면 왜 제목을 '나의 아저씨'로 해서 괜한 오해를 샀나 싶다. 아직까지는 이 둘이 애정전선이 아니라 서로를 연민하게 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로맨스도 코미디도 전혀 없었던 '나의 아저씨'의 1회 성적표를 공개한다.


GOOD
한번도 웃지 않는 아이유, 연기자 이지은의 새로운 얼굴 ★★★
이선균-박호산-송새벽, 바보같은 삼형제의 주고받는 대화케미 ★★★★★
밉지 않은 중년 남성이 전면에 나온 오랜만의 드라마 ★★★


아이유가 맡은 역할의 이름은 '이지안'이다. 아이유의 본명 이지은과 한글자만 다른 이름. '효리네 민박'에서 내성적이고 말수 적은 실제의 지은이를 보여줬던 아이유가 자신과 엇비슷한 역할을 연기하게 됐다. 이지안은 삶이 고단한 여자다. 병든 할머니를 혼자 수발하며, 어쩌다 지게 됐는지 알 수 없는 사채빚에 시달린다. 밤마다 빚쟁이가 찾아와 두들겨 패고, 한푼이 아쉬워 아르바이트를 몇개나 뛴다. 유일한 낙은 알바하는 건축회사에서 훔쳐온 봉지커피를 뜨거운 물에 부어 아끼고 아껴서 먹는 것이다. 아이유는 이렇게 삶이 고단한 여자애의 뒷모습을 작은 어깨의 그늘진 표정으로 연기해낸다. 눈물 한번 흘리지 않지만 드라마 내내 이 여자가 우는 것처럼 보인다.

박동훈의 역시 형편이 좋지 않다. 큰형은 이혼당하고 실직하고 어머니와 함께 살며, 철없는 막내동생도 어머니와 산다. 그냥 직장인일 뿐인데 이 집에서 제일 잘나가는 사람이 바로 둘째 동훈이다. 삼형제가 만나서 뭐가 좋다고 낄낄대지만 그 웃음에는 애잔함이 깔려있다. 자신보다 성공한 아내(이지아)와 사이도 소원하고 회사에서는 한직에 밀려나 다른 팀이 안 하겠다는 일만 잔뜩 떠맡는다. 나이는 들었고, 인생에 야망도 없지만 딱히 즐거운 일도 없는 평범한 중년 남자. 게다가 아내는 바람까지 피우는 듯 하다. 지안과 동훈이 회사에서 누군가 판 함정인 '뇌물'때문에 얽히게 되고 두 사람은 의도치 않게 밥도 같이 먹고 서로의 아픔도 보게 된다. 이름은 발랄하면서 '나의 아저씨'의 캐릭터 중 누구 하나 사정이 좋아보이는 인물은 없다. 동훈과 지안의 사랑을 드라마 방영도 전부터 모든 사람이 반대하고 있으니, 두 캐릭터에게 '그럴 듯한' 변명을 안겨줘야 했을 것이다. 때문에 남녀주인공과 주변 인물 모두 상황은 구질구질하고 삶은 팍팍하고 고단하기 이를데 없다. 모든 인물의 어깨에 1톤 정도 되는 삶의 무게들이 얹어져 있어 로맨스가 끼어들 여지가 없어보인다. 이쯤되면 이 드라마는 장르가 로맨스나 멜로가 아니라 휴먼이다.



'또,오해영'의 박해영 작가가 이번에는 또 어떤 판타지로 두 주인공의 사랑을 설득해낼지 아직까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봐왔던 힘들고 고단하고, 퇴근길에 발이 푹푹 땅으로 꺼지는 듯한 모든 캐릭터들이 적어도 안쓰럽고 마음이 간다. '나의 아저씨' 1회가 시청자에게 보여준 것은 딱 거기까지의, 안쓰럽고 불쌍한 인물들의 감정선이다. 불쌍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랑이 설득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이선균이 연기하는 동훈은 유부남이다. 나이차와 유부남이라는 장벽, '나의 아저씨'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BAD
아저씨들만 사는 마을, 과연 좋을까요 ☆☆☆☆
이 아저씨들의 문제는 민폐 불효자라는 것, 근데 자기들만 모른다 ☆☆☆☆
이선균-아이유, 둘이 그려갈 연애가 상상이 안 된다 ☆☆☆☆


인물들은 충분히 불쌍하고 애틋하다. 행복한 인물들이 하나도 없으니 드라마에 현실적인 색채가 가득하다. 하지만 그래서 문제이기도 하다. 드라마의 톤이 전반적으로 어둡고 누구하나 밝은 사람이 없으니 보고 있으면 우울해진다. 난관을 타개할 방법도 보이지 않으니 앞으로 어디에 마음을 붙여야 좋을지도 모르겠다. 조연 캐릭터라도 웃음을 주는 씬스틸러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송새벽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주인공들의 사랑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한층 불행한 상황에 처해져야 하고, 그 때문에 1회에는 세상 온갖 불행이 이지안에게 몰려있다. 사람 좋고 착한 인상의 아저씨 동훈 역시 마찬가지다. 사내 정치에 서툴고, 일만 열심히 하고 위험한 일도 도맡는 우리의 박동훈 부장님의 매력이 무엇인지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더구나 둘의 사랑이 불륜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동훈의 아내인 윤희(이지아)가 먼저 바람을 피우는 설정까지 깔아놨다. 극중 모든 사건과 상황이 지안-동훈의 애정 전선을 위해 만들어진 듯 하다. 이선균-박호산-송새벽에 보여줄 '귀여운 아저씨'들의 모습은 그저 철없는 민폐 아저씨들로 보인다. 동훈의 큰형 상훈은 딸 결혼식에 겨우 200만원 보태줘놓고 결혼식장에서 아내 몰래 축의금을 빼돌리는 아버지다. 이 아저씨 어디에서 귀여움을 발견해야 하나. 어머니(고두심) 집에 살면서 노력 없는 인생 한방이나 노리며, 보다 못한 어머니가 집담보 대출까지 받을 생각을 하게 만드는 50대 아저씨, 그러니까 이 아저씨들 어디에서 매력을 느껴야 하는건가요.






iMBC 김송희 | 사진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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