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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 '너의 등짝에 스매싱' 김병욱표 시트콤, 꼭 이렇게 끝내야만 했냐?

기사입력2018-03-0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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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트콤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창작자의 선택이니 그냥 받아들여야 했던 김병욱 감독 시트콤의 마지막회들을 돌이켜 보자.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마지막 회에는 엄마 정수(박정수)가 죽으며 시트콤 사상 유례 없이 우울한 마무리를 했고, ‘똑바로 살아라’의 마지막회에서는 세트 철거 과정을 보여주며 이 모든 것이 결국은 허구에 불과했다는 것을 선언했다. 아, 물론 이 시트콤을 빼놓으면 섭하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그 마지막 회.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어요'라는 세경의 마지막 대사와 함께 '카페베네'의 박스 광고와 함께 흐르는 BGM은 이후 두고두고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로 쓰면서 '이상한 엔딩'의 대명사로 박제되었다.


‘감자별 2013QR3’이후 4년만에 돌아온 시트콤 TV조선‘너의 등짝에 스매싱’의 마지막은 어떠했을까. 일단 마지막회만으로 보자면, 그동안의 '김병욱표' 시트콤들보다는 한층 훈훈한 마무리다. 심지어 마지막회에서는 온 가족이 모여 과거를 회상하며 지난 회차 중 웃겼던 장면들을 삽입해 한 회를 다 채웠다. 1회를 그냥 '재방송'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더구나 40회 남짓 벌여놓았던 이야기를 급마무리했던 지난 한주 동안의 회차를 돌아보면 '김병욱표' 마무리 중에서도 가장 허술했다고 할 수 밖에 없겠다.



‘너의 등짝을 스매싱’에는 박영규, 박해미, 권오중 등 김병욱 사단이라 할 수 있는 배우들이 여럿 출연했다. 이들이 풀어놓는 에피소드들은 이전의 시트콤들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캐릭터플레이의 연장선으로 보였다. 예를 들어 영규(박영규)는 ‘순풍 산부인과’에서 장인 댁에 얹혀살더니 이번에는 사돈댁에 얹혀 살았다. 그는 사돈댁의 집안일을 해주며 용돈을 받았고, 항상 새로운 사업을 도모하지만 '돈'이 없어 찌질해지는 에피소드가 이어졌다. ‘순풍 산부인과’에서 사촌형 집에 얹혀살며 방송작가로 일하던 오중은 이번에는 아내에게 얹혀살며 7년 동안 시나리오만 고치는 삼류 감독 역할이었다. 그 역시 하루에 만원 용돈을 받으며, 돈이 없어 궁상을 떨고 새 영화에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 하며 영규와 만나 '찌질 콤비'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유미 가족의 비밀이 견인했던 서스펜스가 ‘너의 등짝에 스매싱’에서도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여성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를 파헤치는 것이었다. 형사 정민(김정민)은 의사 서현(윤서현)을 의심했지만 범인은 다른 사람이었다. 문제는 이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이었다. 성형외과에서 상담을 받았던 환자들이 죽임을 당하고, 모든 정황증거는 마치 서현을 가르키는 듯 보였다. 더구나 간호사 자영(한지완)에게 고백했다가 차인 후 갑자기 싸늘하게 돌변한 서현의 태도는 그가 '싸이코패스'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범인은 어이없게도 드라마 내내 통통하다고 놀림감이 되었던 '작은 자영'(채송화)이었다. 자영은 극중에 귀엽고 선한 캐릭터로 간호사들과 잘 지내는 성격 좋은 캐릭터였다. 가끔 외모에 대한 비하 발언이 등장하면 그냥 웃으며 넘어가는 털털한 캐릭터로 보였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녀가 연쇄 살인범이었다는 것이 제작진이 준비한 반전이었다. 외모 컴플렉스 때문에 키가 크고 예쁜 여성들을 살인했던 것인데, 40회 내내 미스터리를 풀어왔으면서도 범인을 잡는 사건 해결은 한 회만에 끝나버린다. 범인이 현장에 흘리고 간 머리끈과 작은 자영이 하고 있었던 머리끈이 같았던 것이 유일한 단서였다. 더구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작은 자영'이라는 설명에 몸집이 큰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날씬한 ‘큰 자영’에게 총을 겨냥한다. '누가 작은 자영'이냐는 질문에는 마지막까지 여성의 신체에 대한 비하 섞인 유머가 담겨있다. 그동안 김병욱 시트콤에서 보기 힘들었던 외모 비하 유머가 ‘너의 등짝에 스매싱’에는 자주 등장했고, 마지막까지도 범인은 그 모든 발언에 상처 받았던 피해여성이었다. 더구나 그녀가 범인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 인물들의 반응 역시 싱겁다. 함께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여가 시간도 보냈던 동료의 무서운 정체가 밝혀졌는데 다들 '무섭네요'하고 끝일뿐이다. 꽤 비중 있는 간호사 캐릭터였던 작은 자영은 이렇게 '몸매'에 대한 지적만 받다가 상처 받아 다른 여성을 살해하며 극에서 퇴장해버린다.


자, 그렇다면 러브스토리의 삼각관계를 끌고왔던 '가면남'은 어떠한가. 내내 가면남의 정체를 두고 러브라인을 끌고와놓고 그 역시 한회만에 이야기를 다 끝내버린다. 알고 보니 가면남이 피부과 의사 조정치였고 그는 과거 슬픈 사연이 있었던 남자이며 갑자기 멀리 떠난다며, 병원과 클럽 활동까지 급하게 정리하며 퇴장한다. 지난 회에 현경과 현진이 사랑의 결실을 맺었기에 더이상 가면남의 정체는 쓸모가 없어진 것이다. 조기종영이라도 결정된 것처럼 '너의 등짝에 스매싱'은 마지막 한 주만에 45회 동안의 이야기를 급하게 정리하며 주요했던 캐릭터들을 급하게 퇴장시켰고 그들의 뒷모습에서는 그간의 이야기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너의 등짝에 스매싱’은 김병욱 시트콤에서 보였던 빈곤과 부에 대한 은유, 자존심이나 허세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인간군상, 절망 속에서도 꿋꿋이 웃음을 찾아내는 사람들의 모습, 허무하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일말의 가족애 등등이 엿보이는 반가운 작품이었다. 시청률이나 화제성 면에서 전작들보다는 초라했지만 가끔씩 캐릭터에서 발견되는 김병욱의 인장이 있었기에 이러한 '급' 마무리가 아쉽다.



iMBC 김송희 | 화면캡쳐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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