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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크리닝] '플로리다 프로젝트' 무지개 끝에 천진하게 피어난 희망 ★★★★

기사입력2018-02-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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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미국 플로리다에는 관광지 디즈니월드가 있다. 그 건너편에는 디즈니월드에 놀러오는 관광객들을 위한 모텔들이 즐비해있지만 사실 이 낡아빠진 모텔들에는 갈 데 없는 장기투숙객들이 더 많이 '살고'있다. 허름한 외관을 컬러풀한 보라색 페인트로 덧칠한 모텔 '매직캐슬'에는 여섯살 소녀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와 그 친구 스코티(크리스토퍼 리베라)가 산다. 이 아이들은 모두 모텔에 장기투숙하고 있고, 하루 종일 모텔 주변을 뛰어다니며 다소 위험하거나, 특이한 장난을 해가며 '놀이'를 개발하는 게 일상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모텔에 새로 온 차 앞 유리에 침 뱉기 놀이를 하고 있는 두 아이들은 건너편 모텔에 할머니와 함께 사는 젠시(발레리아 코토)를 만나고 셋은 삼총사가 되어 동네를 활보한다.


▶ 비포 스크리닝

빈곤층 아이들이 교육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거리에서 뛰어놀다니, 이들에게는 어떤 조처가 필요해!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디즈니월드 근처에 살지만 정작 그 곳에는 가본적도 없고 관광객에게 동전을 얻어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게 일상인 무니와 스코티, 젠시의 일상은 그러나 전혀 불행해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내내 깔깔거리며 뛰어 다니고, 광활한 주차장과 도로와 쇼핑몰이 온통 놀이터다. 션 베이커 감독은 주로 소외층의 삶을 그리되 함부로 그들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현재를 살고 있으며, 언제나 그렇듯 삶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어엿한 주인공 무니와 엄마 핼리(브리아 비나이트)는 3인칭의 시점에서 내다보면 불투명한 미래에 답답한 경계 위에 서있을지 모르지만 무니의 손가락 끝의 무지개처럼 천진난만하게 반짝인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노미네이트, 전미비평가위원회(NBR) 올해의 영화 TOP10-최우수남우조연상 수상, LA비평가협회 최우수남우조연상 수상, 런던비평가협회 감독상 수상 외 다수 해외 영화제 초청 및 수상작이다.


▶ 애프터 스크리닝

가끔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진 영화들은 절망을 모른 척 지나치거나, 대상화한다. 그 한가운데에 있어도 어차피 순수의 결정체인 아이들은 그 위독성을 모르니 바라보는 관객 입장에서 비감함이 더 가중되는 것이다. 그러나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주인공 무니는 순수하면서 현실적이고, 불행하면서도 그 안에서 즐거움을 발견한다. 모든 어른이 그러하듯 아이들은 사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감정을 발산한다. 아이들의 장난은 사실 유쾌하지만은 않다. 모텔에 주차된 차량에 침을 뱉거나, 빈 콘도에 들어가 불을 지르고(물론 이 불장난이 초래한 결과는 엄청나게 컸다), 모텔의 두꺼비집을 내려 정전시키기도 한다.

이 소녀, 소년의 뒤에는 항상 이들의 장난 대상이 되어주고 마는 바비(윌렘 대포)가 있다. 바비 아저씨는 선인도 악인도 아닌 딱 모텔 지배인 그만큼의 역할을 하며 무니 일당의 장난에 화를 내기도 하고 때론 놀이감으로 참여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는 무니와 핼리 모녀가 더 나쁜 상황으로 빠지지 않도록 경고를 하고, 자기가 일하는 모텔의 규칙 안에서 모녀를 배려한다. 그는 모텔의 주인도 아니고 그저 피고용인인 자기 위치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아이들을 보호한다.


사실상 영화가 시작되고 무니와 핼리 모녀의 상황은 점점 나빠진다. 서로 아이를 봐주고 음식을 나누던 스코티의 엄마와도 사이가 멀어지고, 보조금도 거절당한다. 직장을 구하지 못한 핼리는 연이어 나쁜 선택을 하게 되는데, 객관적으로 그녀는 좋은 엄마는 아니다. 하지만 아이의 보호자가 아닌 그녀는 무니의 베스트 프렌드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몰라 조마조마하지만 우리는 얇은 보호막이 되어 무니를 보호하고 또 지켜보는 어른 이웃의 따스한 시선을 알고 있으며, 이 당당하고 귀여운 소녀가 결국은 튼튼한 어른으로 자랄 거라는 대책 없는 믿음까지 품게 된다. 무니가 젠시에게 하는 말처럼 말이다. “내가 이 나무를 왜 좋아하는 지 알아? 쓰러졌는데 계속 자라거든”. 삶의 리얼함을 묵과하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의 천진함을 과장 없이 담아낸 수작이다. 3월 7일 개봉한다.



iMBC 김송희 | 사진제공 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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