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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크리닝] '리틀 포레스트', 지친 이들여 이 영화에게 오라, 김태리의 아름다운 힐링무비 ★★★★

기사입력2018-02-2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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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함께 임용고사를 준비하던 남자친구만 합격하고, 서울 생활에 지친 혜원(김태리)은 한 겨울에 시골로 귀향한다. 엄마(문소리)가 고3때 집을 나간 후 혜원 역시 고향을 떠났지만 쫓기듯 돌아온 그녀를 동네 사람들과 친구들, 그리고 시골의 공기와 바람이 반겨준다. 왜 돌아왔냐는 질문에 "배고파서"라고 답한 혜원은 정말로 잘 먹고, 잘 쉬고, 열심히 농사일을 하며 차츰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한다. 직접 기르고 가꾼 작물로 정성껏 해먹는 시골의 세끼 식사와 그 사이사이 떠오르는 엄마와의 추억, 그리고 따뜻한 음식이 혜원의 치유를 돕는다.


▶ 비포 스크리닝

임순례 감독의 4년만의 복귀작이자 <아가씨>로 눈부신 데뷔를 한 김태리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2015),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2015)의 한국 리메이크작이다. 원작 만화와 그를 바탕으로 한 일본 영화는 힐링만화, 힐링영화로 한국에서도 사랑받은 작품이다.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와 '신혼일기' '윤식당' 등 다수의 힐링 예능들에 영향을 주기도 한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의 사계 속에서 하시모토 아이가 직접 농사를 짓고, 삼시세끼를 해먹는 아름다운 영화인데, 한국의 '리틀 포레스트' 역시 '여자 주인공이 고향인 시골로 돌아와 농사를 짓고 음식을 해먹으며 마음을 치유한다'는 기본틀은 그대로다. 다만 그 주인공이 김태리이며 감독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대표이기도 한 임순례 감독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북돋는다.




▶ 애프터 스크리닝

'리틀 포레스트'는 자극적인 장면이라곤 하나도 없는 영화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선하며 러닝타임 동안 가장 큰 사건이라곤 '사소한 일로 다툰 주인공과 그녀의 친구'일 정도로 느리고 순한 영화다. 이 영화를 한줄로 정리하자면 ‘김태리가 아름다운 시골 풍경 속에서 농사를 짓고 식사를 해 먹는 영화’이니 당연하다. 그러나 '리틀 포레스트'는 예쁘고 좋은 것들을 전시하는 영화가 아니다. 주인공은 이 충만한 시골의 시간들이 영원하지 않으며 자신이 도시에서 도망쳐왔을 뿐이라는 것을 내내 의식한다. 홀로서고 싶은 강인한 여자 주인공은 모든 것을 혼자서 척척 해내며, 마음도 몸도 튼튼해진다. 그 치유의 시간을 영화는 무구하면서도 소박하게 그려낸다. 물론 그 천진한 시간의 흐름들 속에 생생함을 불어넣는 것은 김태리의 또렷한 미소와 연기다(예쁜 논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김태리, 마루에 멍하니 앉아 비를 바라보는 김태리는 너무 예뻐서 잠시 일시버튼을 누르고 싶을 지경이다). 때론 남자애처럼 투박한 혜원의 말투와 걸음걸이는 그냥 배우 김태리의 천연처럼 보일만큼 자연스럽다.



또한, 일본의 '힐링 영화'의 느린 호흡을 지루해 할 한국의 관객들을 위해 임순례 감독은 주인공 혜원의 친구들 분량을 늘리고 혜원이 친구들과 투닥거리거나 장난을 치는 장면을 더 비중 있게 할애했다. 원작 영화에서는 한 두장면 등장하는 동네 친구들의 비중이 대폭 늘어난 것은 포스터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원작 영화 포스터에서 하시모토 아이 홀로 눈길에 서있거나, 햇볕을 바라보고 있었다면 한국판 포스터에서는 친구 재하를 연기하는 류준열, 은숙을 연기한 진기주가 김태리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친구들과 간식을 해먹고, 함께 여름 시냇가에서 별을 바라보는 장면 등은 더 없이 낭만적이면서도 활기가 있어 결과적으로 이는 임순례 감독만의 <리틀 포레스트>의 매력으로 작용한다. 엄마 역할의 문소리 역시 혜원이 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적재에 등장하는데, 곧고 투명하며 강인한 주인공의 훌륭한 성장배경으로 다가온다.


아름다운 한국의 사계절을 담기 위해 영화는 4번의 크랭크인과 크랭크업을 했으며 근 1년동안 계절을 나누어 촬영되었다. 대부분 컬러풀한 슬레이트 지붕으로 변모해버린 시골의 집들과 달리 저홀로 모던하게 아름다운 김태리의 시골집이 다소 튀지만 이는 ‘로망’으로서 꼭 필요했던 미술 배경이다. 영상미, 음악, 배우들의 연기와 출연하는 동식물의 연기(특히 진돗개 ‘오구’의 귀여움을 놓치지 마시라)까지 더 없이 ‘자연’스럽게 융화되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조율했을 감독의 미더운 만듦새 덕분이다.



iMBC 김송희 | 사진제공 영화사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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