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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 '하얀거탑' 장준혁과 '미스티' 고혜란의 평행이론

TV톡홈페이지 2018-02-22 17:00
[TV톡] '하얀거탑' 장준혁과 '미스티' 고혜란의 평행이론

요즘 방송 중인 드라마에서 가장 섹시한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 김남주가 연기하는 '미스티'의 고혜란이다. 여전한 미모와 스타일링 감각에 7kg이나 감량하며 날카로운 이미지를 완성한 김남주의 열정, 그리고 냉혹한 현실 속에서 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고혜란이라는 인물의 매력도가 어우러져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 왜 제작진이 김남주를 캐스팅 1순위로 지목했고, 왜 김남주가 6년의 공백을 깨고 '미스티'로 복귀를 결정지었는지, 방송 시작과 동시에 이해가 가버린 만남이었다.

욕망으로 가득 차있고, 매사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싶을 만큼 필사적이지만, 그럼에도 왠지 미워할 수 없는 고혜란을 보고 있자면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있다. 바로 선하지 않은 주인공의 등장으로 2007년 방송 당시 큰 화제를 모았던 '하얀거탑' 속 장준혁이다.

두 사람은 시작부터 많은 점이 닮아있다. 첫째로 자기 분야에서 누구도 의심할 여지 없는 최고의 실력자라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잘 알고 활용한다는 점이다. 장준혁은 라이벌도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큼 권위 있는 의사였고, 고혜란은 무려 7년 동안 9시 뉴스 간판 앵커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밑바닥부터 성공을 위해 달려온 두 사람이기에, 그 누구보다 악착같이 자신의 실력을 키웠고, 보란 듯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요즘 말로 하면 개천에서 태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용이 된 흙수저인 셈인데, 그들이 욕망하는 것이 이제까지 해 온 노력과 완전 동떨어진 것이 아니기에 시청자들의 심정적 지지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제가 할 수 있다고 말한 수술에 한해서는 가정도, 만약도 없습니다. 전 성공할 수 있는 수술만 합니다." - '하얀거탑' 10회 中


살면서 이런 막다른 곳에 몇 번이나 부딪쳐봤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나는 단 한 번도 도망치거나 피해본 적이 없다. 무조건 정면돌파. 내가 부서지든가 니가 부서지든가. 그리고 나는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 '미스티' 3회 中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들의 절박함은 심지어 연민까지 자아낸다. 전혀 행복한 것 같지 않지만, 겉으로는 완벽해보이는 지금을 위해 필사적이었을 시간들이 눈에 그려지기 때문. 사실 장준혁과 고혜란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 위해 기꺼이 무릎을 꿇거나 거짓 눈물을 흘리고, 뇌물을 바치거나 몰래 사진을 찍어 뿌리는 등 웬만한 악역 못지 않은 적극적인 행동을 펼친다. 게다가 독선적인 태도 때문에 주변에 늘 적도 많다. 하지만 오로지 실력만으로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기댈 곳은 자신 뿐이었던 이들의 처지가 이해되기에, 두 사람은 시대가 낳은 괴물과 희생양 사이를 교묘하게 오간다. 그 결과 시청자들은 그들이 괴물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벌을 받으며 완전한 희생양이 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혼란스러운 감정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결국 인생의 정점을 찍으려던 바로 그 순간, 모든 일이 자신의 생각대로 술술 풀린다고 생각하던 바로 그 찰나에 두 사람은 오만에 대한 벌이라도 받은 듯이 최악의 위기에 처한다. 장준혁은 의료사고 재판에 휘말리게 됐고, 고혜란은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것. 차이는 '하얀거탑'에서는 재판에 앞서 장준혁의 잘못이 이미 공개된 상태였지만, '미스티'에서 케빈 리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는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혜란에 앞서 점점 인간성을 상실하던 장준혁은 재판에서 패하고, 자신의 암 발병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지만, 고혜란에게는 아직 여러가지 가능성이 열려있다.


만약 장준혁과 마찬가지로 고혜란이 정말 사람을 죽이기까지 했다면 그 역시 철저하게 욕망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의 한 명으로서 2007년의 장준혁이 아닌 2018년의 고혜란은 조금은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결말을 안겨주기를 기대한다. 두 명의 훌륭한 배우가 연기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우연치 않게 동시대에 만나게 된 것은 참으로 반갑지만, 이번만큼은 끝까지 자신에게 당당하고, 물러나는 것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고혜란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기 때문이다.



iMBC 김은별 | 화면캡쳐 MBC,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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