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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크리닝] <1급기밀> 쉽지 않은 정의 구현,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비리에 무거워지는 마음 ★★☆

기사입력2018-01-1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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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국방부 군수본부 항공부품구매과 과장으로 부임한 박대익 중령(김상경)에게 어느 날, 공군 전투기 파일럿 강영우 대위가 찾아와 전투기 부품 공급 업체 선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다. 이에 대익이 부품구매 서류를 확인하던 중 유독 미국의 에어스타 부품만이 공급되고 있음을 발견한다. 한편 강영우 대위가 전투기 추락 사고를 당하고, 이를 조종사 과실로 만들어 사건을 은폐하는 과정을 지켜본 대익은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은밀한 뒷조사 끝에 차세대 전투기 도입에 관한 에어스타와 연계된 미 펜타곤과 국방부 간에 진행되고 있는 모종의 계약을 알게 된다. 딸에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지만 세상에서 제일 용감한 군인으로 남고 싶은 대익은 [PD25시]의 기자 김정숙(김옥빈)과 손잡고 국익이라는 미명으로 군복 뒤에 숨은 도둑들의 만행을 폭로하기로 결심하는 데…


▶ 비포스크리닝

<이태원 살인사건>, <선택>을 만든 故 홍기선 감독의 '사회고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홍기선 감독은 1980년대 서울대 영화제작서클 ‘얄라셩’, 영화운동집단 ‘서울영상집단’과 영화제작소 ‘장산곶매’의 창립과 조직을 주도한 한국 영화운동 1세대로 데뷔이래 끊임없이 진실을 향한 갈구로 사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왔다.
<1급기밀>은 2009년 10월, MBC 의 '한 해군장교의 양심선언'이라는 방송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당시 방송에서 현역 해군 장교인 김영수 소령은 방송에 모자이크 처리 없이 출연해, 육해공군 통합기지인 계룡대 근무지원단 간부들이 최소 9억 4000만원을 빼돌린 정황을 2006년 군 수사기관에 신고했으나 '수사 불가' 또는 '혐의 없음'이라는 답변만 들었고 국고 손실을 확인한 뒤에도 관련자들을 징계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방송 이후 재수사로 해군 간부 등 현역과 군무원 등 31명이 사법처리 됐다. 그러나 김 소령은 '배신자'로 낙인 찍혀 한직을 전전하고 음해로 인해 뇌물공여죄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2011년 권익위에서 주요 부패 신고자로 선정돼 훈장까지 받았지만 스스로 전역을 택했다. 2017년 7월에 일부 해군 예비역 고위 장교들이 명예훼손으로 소송했지만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당시 김영수 소령을 만나 취재를 한 사람은 영화 <공범자들> 이후 MBC 신임 사장으로 선임된 최승호 PD이다.

실제 사건이 받은 사회적 대접과 동일하게 영화 역시 모태펀드에서 투자를 거부당하고 지역영상위원회와 개인투자자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완성되었다. 영화의 촬영을 마친 뒤 2016년 12월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뜬 감독의 뜻을 이어 동료 영화인들이 후반 작업을 마친 <1급기밀>은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되어 모니터 평점 10점 만점에 9.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으며 호평을 얻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자 여전히 진행 중인 충격적인 실화를 다룬 이 영화는 어떻게 사실을 그려냈을지, 또한 '바뀐 세상'에서는 어떤 반향을 이끌어 낼지 기대되는 바다.


▶ 애프터스크리닝

영화는 을 통해 알려진 사실 이전에 어떤 과정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드라마적인 기법으로 보여준다. 물론 영화적 재미를 위해 인물들의 근무처나 구체적인 사항들은 각색되었지만 이상하게 영화를 보고 있자면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하다. 박대익 중령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왜 그가 비리를 밝히려는 결심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영화는 차곡차곡 직설화법으로 보여준다.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군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그였기에 나라를 위함이 아닌 특정 단체, 개인을 위한 일에 동조할 수 없었고, 그 과정에서 상상도 못할 엄청난 피해와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의지를 꺽지 않을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꾸밈없이 소탈하게 풀어낸다. 군인정신을 지키려는 장교를 연기한 김상경은 과장되지 않은 감정 표현으로 오히려 실제감을 높였고 천장군과 남대령, 황주임도 마치 원래 군인이었고 그런 소신을 갖고 살았던 인물처럼 보여 그들이 보여주는 방산비리의 실체들이 더욱 소름이 돋았다. 비리의 주인공들이 흔한 영화의 소재처럼 흥청망청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돈놀음을 하는 장면 없이 완벽하게 조직 전체가 시스템화 되어 있는 모습은 치밀한 조사가 있었음을 엿보게 해 주었다. 그리고 뭔가 통쾌한 사이다 역할을 하게 될 줄 알았던 김정숙 기자도 마찬가지로 비리 시스템에 의해 날개가 꺾이고 좌절되는 모습을 통해 정의 실현이 얼마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지, 고구마 같은 현실을 보여주는 듯 해 더욱 영화에 몰입이 되었다.

오랜 시간동안 자신만의 화법으로 인간에 대해 이야기 해왔던 홍기선 감독이었다. 물론 최종 마무리를 홍기선 감독이 하지 못했지만 스탭들이 마무리 지은 영화의 마침표는 다른 어떤 표현으로도 대신 할 수 없게 묵직했다. 단순히 영화만 볼 것이 아니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지난 뉴스들도 찾아보고, 홍기선 감독에 대해 살펴본다면 이 영화가 좀 더 가슴 깊숙히 날카롭게 와 닿을 것이다.
다소 올드해보이는 연출과 장면들이 있기는 하지만 8년 동안 이 영화를 준비했고, 감독의 사정과 정치적인 이유로 영화의 상영이 늦어졌음을 감안한다면 영화의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그들이 감추려 했던, 모두가 알아야 하는 대한민국 현재 진행 중인 실화 <1급기밀>은 1월 24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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