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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크리닝] <22년 후의 고백>, 원작보다 나은 리메이크작 ★★★

기사입력2018-01-0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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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내가 22년 전의 '도쿄 연쇄 살인'의 그 살인범입니다" 공소시효가 지난 5번의 연쇄살인의 살인범이 자서전을 내며 나타난다.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제목의 책은 희대의 베스트셀러가 되고 살인범인 소네자키(후츠와라 타츠야)는 대대적인 기자회견은 물론이고 사인회에 인터뷰를 하며 인기스타가 되며 기이한 사회현상으로 떠오른다. 22년 전, 살인범에게 여동생과 동료가 살해 당했던 형사 마키무라(이토 히데아키)는 미디어를 통해 뻔뻔하고 당당하기 이를 데 없는 살인자의 얼굴을 보며 치를 떨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그를 체포할 수도 없다. 아니, 체포는 커녕 살인자를 위협하는 다른 집단으로부터 그를 보호해야 할 처지에 이른다. 얼굴을 당당히 들고 피해자의 가족 앞에 나타나고, 전국 방송에 나와 생방송으로 인터뷰를 하던 소네자키, 그 앞에 갑자기 '내가 진짜 살인자'라는 사람이 나타나며 사건은 더욱 미궁에 빠진다.


▶ 비포 스크리닝

<22년 후의 고백>은 박시후 주연, 정병길 감독의 한국영화 <내가 살인범이다>(2012)를 리메이크한 일본 영화다. 하지만 한국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는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든 영화였다. 1981년 네덜란드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인육으로 만들었던 사가와 잇세이 사건. 사가와 잇세 이는 재판에서 심신 미약으로 풀려나고 몇 년 후 자신의 살해 행각을 자세히 담은 고백서 <악의 고백>을 발간했다. 살인범이 책을 내고 미디어의 관심을 받는다는 기이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고, 이는 사실 한국보다는 일본의 사회 분위기나 수사 및 미디어 환경과 더 밀착이 되는 이야기다. 후츠와라 타츠야는 <데스노트>로, 이토 히데아키는 <악의 교전>과 여러 드라마로 한국 관객에게도 비교적 익숙한 배우들이다. <내가 살인범이다>가 살인범의 내면이나 살인 사건을 보여주기 보다는 액션을 볼거리 삼았던 영화라면, <22년 후의 고백>은 그보다 더 범죄물에 가까운 영화다. 살인이 일어났던 95년 당시의 풍경을 실감나게 재현했으며, 범인이 촬영한 것으로 생각되는 16mm 카메라의 흔들리는 감도로 촬영되어 소름끼칠 만큼 실감난다. 살인 과정이 비교적 가감 없이 담겨 있다. 감각적인 영상을 만드는 감독 이리에 유의 연출력이 빛나는 지점이다.


▶ 애프터 스크리닝

리메이크작이 원작을 뛰어넘는 희귀한 사례로 보이는 영화다. <22년 후의 고백>은 범죄스릴러의 감성을 충실히 따라가며 범죄자의 음성, 범죄 현장의 영상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95년도의 뉴스와 사회 풍경을 담아내는 영화 초반의 영상은 그 시대의 일본 미디어와 거리 풍경조차 훌륭히 재현해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사건에의 빠른 몰입을 돕는다. '살인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소재를 리메이크할 때 각색이 중요할텐데, 원작과는 다른 진행과 결말을 가지고 있다. 사실 <내가 살인범이다>를 한국에서 본 관객이 270만 정도인데, 그 영화를 봤든 안 봤든 <22년 후의 고백>은 별개의 영화로서 충분히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 피해자들의 비극적인 분위기와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과정, 현재의 미디어 풍경 등이 아수라장으로 섞일 때조차 영화가 초반부터 견지해온 분위기와 힘을 잃지 않는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 소재는 일본 배경으로 만들었어야 더 어울리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살인자의 목소리를 넣는 방식과 영화의 색감이 모리타 요시미츠 감독의 <모방범>과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1995년과 2017년의 현재가 교차되고 같은 배우들이 연기하지만 배우들의 연기, 외모가 미세하게 세월을 느낄 수 있어 이야기를 따라가기에도 무리 없다. 다만, 공소시효가 22년이라는 일본적 설정 때문에 인물들의 현재 나이가 40대 중반 이후임에도 다들 지나치게 젊다는 것이 다소 어색한 부분. 특히 데뷔 이후 좀처럼 변할지 모르는 후츠와라 타츠야의 80년대 아이돌 헤어스타일 때문에 현재 배경마저도 너무 예스럽게 느껴진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22년 후의 고백>은 1월 17일에 개봉한다.




iMBC 김송희 | 사진제공 영화사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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