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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크리닝] 다음 장면을 예측하기 어렵다, 작아진 인류의 대반전 <다운사이징> ★★★

기사입력2018-01-0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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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인구과잉에 대한 해결책으로 인간축소프로젝트인 다운사이징 기술이 개발된다. 이 기술은 인간을 원래 크기의 0.0364%로 축소시키는데 보통 성인남성을 줄였을 때 12~13cm의 크기가 된다. 무엇보다 인간이 줄어들면 인간이 생산하는 쓰레기와 재화가 줄어들 뿐 아니라 생활하는데 필요한 물과 공기도 줄어들고 집과 토지의 크기도 줄어들어 환경에도 이득이 된다.


환경 문제로 멸망 직전인 인류의 구호 프로젝트로 다운사이징은 불리지만 사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자본의 이유로 다운사이징을 선택한다. 소인 세계에서는 1억원이 125억원의 가치가 있고, 물류의 크기가 작아지니 집과 땅도 인형의 집 가격으로 살 수가 있을 뿐 아니라 다이아몬드 목걸이 세트도 8만원이면 살 수 있다. 약간의 여유가 있는 중산층이라면 소인이 되어 평생 일도 안 하고 놀고 즐기며 살 수 있는 것.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아픈 어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물리치료사로 살며 아내와 함께 소박하게 살아가는 폴(맷 데이먼) 역시 동창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다운사이징의 장점에 대해 듣고 솔깃하게 된다. 그는 아내와 함께 재산을 처분하고 다운사이징 수술을 하기로 하지만 수술에서 깨어났을 때, 아내가 수술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절망한다. 평생 꿈꿔온 대저택에서 풍요로운 삶이 그를 기다리고 있지만 홀로 외롭기만 한 폴은 다운사이징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만 이웃의 청소부로 일하는 베트남 여성 홍차우(녹 란 트란)을 만나 소인 세계의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다.


▶ 비포 스크리닝

<사이드웨이> <디센던트>의 알렉산더 페인 감독, 그리고 맷 데이먼의 영화다. 지구 생태계에 가장 해로운 존재인 '인간'이 크기가 작아진다면 어떨까. 상상력에서 출발한 영화의 포인트는 단연 13cm로 작아진 인간과 그 인간들이 사는 가상의 마을 '레저랜드'를 구경하는 재미다. 더구나 모든 인류가 강제로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몇몇 인간들의 선택이기 때문에 이미 작아진 인간과 여전히 큰 인간들 사이의 간극과 소인보다 큰 물건들(장미, 비스킷 등)의 간극을 보는 재미가 크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감독이 알렉산더 페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사이드웨이>와 <디센던트>에서 중년 남성들의 생에 대한 고민과 통찰을 통해 '인간'에 대해 끊임 없이 물었던 그 감독말이다. <다운사이징>에서 중요한 것은 '크기'와 상관 없이 여전히 인간은 인간일 수 있을까,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다. 그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휴먼 드라마로 귀합시키는 맷 데이먼의 연기 또한 칭찬할 만 하다.




▶ 애프터 스크리닝
<다운사이징>은 관객의 기대를 계속해서 배반하고, 예측을 벗어나게 하는 전개 때문에 지루함과는 거리가 있는 영화다. 휴먼드라마이지만 '작아진 인간'이라는 소재 덕분에 소소한 유머가 곳곳에 포진해있어 피식하는 웃음이 자주 유발된다. 특히 폴(맷 데이먼)이 처음 다운사이징 수술을 받는 장면에서 작아진 후 계란후라이처럼 옮겨지는 인체가 나올 때에는 뭔지 모를 자조적인 웃음이 나온다.
다운사이징으로 살을 10kg 가량 찌우고 전형적인 '아메리카 굿맨'을 연기하는 맷 데이먼의 연기 또한 볼만하지만 미국에서는 베트남 여성 녹 란 트란을 연기한 홍차우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았다. 무엇보다 한국관객에게는 한국 노량진 시장이 배경인 장면이 초반에 나와 반가울 것. 그리고 맷 데이먼이 연기하는 폴 사프라넥이 '다운사이징' 수술을 결정하게 되는 계기가 이사를 위해 신청한 '대출신청'이 거절당하면서라는 것 역시 공감의 요소다. 작아지면 땅도, 집도 원래의 1/100의 가격으로 살 수 있다니, 1억만 있으면 125억이 있는 부자처럼 살 수 있다면 누군들 끌리지 않겠는가.
자연을 파괴하는 가장 큰 원흉, 인류가 쏟아내는 쓰레기때문에 파괴되는 세계를 '다운사이징'으로 구한다는 시작에서 출발한 영화는 중반부터 어떤 세계에서든 계급을 만들고, 차별을 만들고 편을 갈라 싸우는 '인간 본연'의 욕망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한다. 소인은 거인을 '지구를 파괴하는 쓰레기'라 부르고, 소인들의 탄생으로 졸지에 거인이 된 인간들은 소인을 '세금도 안 내고 경제를 파괴하는 이기적인 인간'이라 부르며 싸운다.
인류에 대해 말하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중반부터는 중년 남자의 자아찾기가 이야기를 견인한다. 그 다음을 예측하기 어려운 영화라는 것은 그만큼 배경이 자주 바뀌고 이야기가 널을 뛴다는 뜻이기도 것이기도 하다. 수첩에 적어두면 좋을 자잘한 메시지들도 많으니 연초에 마음을 다질 겸 보기에도 좋을 영화다.












iMBC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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