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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人스타] 깡패같은 엘리트 말고 이제는 곽블리라 부르리, 곽도원

한국영화홈페이지 2017-12-15 15:33
[人스타] 깡패같은 엘리트 말고 이제는 곽블리라 부르리, 곽도원
<변호인>을 만들었던 양우석 감독의 4년만의 작품 <강철비>에 출연한 곽도원을 만났다. 영화를 보신 분들을 알겠지만 곽도원은 기존의 이미지를 확 벗어 던지고 <강철비>에서 젠틀하고 유머러스하고 유쾌하고 매너 좋은 고위공무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연기 변신의 기저에 깔려있는 사람 곽도원은 어떤 모습일까? 인터뷰로 만나보자.


Q. 영화 <강철비> 잘 봤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캐릭터 때문인가?

A. 캐릭터가 좋아서가 아니라 시나리오의 결론이 너무 좋았다. 누가 이렇게 이렇게 하다가 이렇게 됐다라는 식으로 그냥 타인의 삶에 대한 느낌을 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이런 과정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가 되는 것 같았다.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고, 있을법한 이야기였고, 감독님의 철저한 사전조사로 실제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었다.
내가 제주도에 사는데, 사드 때문에 갑자기 한 순간에 중국인이 딱 끊겼다. 이렇게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구나를 느꼈다. 바우젠거리를 가면 사람들이 월세를 못 내게 되는 일도 생기더라. 강대국에 의해 우리나라가 영향을 받는 게 답답했는데 시나리오를 보니까 뭔가 울트라 초사이언이 되는 것 같은 통쾌감이 있어서 결말이 좋더라. 그래서 선택을 하게 되었다.

Q. <강철비>에서 두 철우 모두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곽철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엄철우가 더 하고 싶었는데 죽어도 암환자처럼 살을 못 빼겠더라. 그리고 감독님이 하지 말라고도 했다. (웃음) 욕심은 그런 게 있었다. 안해본 게 하고 싶었는데 우성이가 엄철우를 한다고 해서 하라고 했다. 농반진반이다.

Q. 굉장히 진지하고 심각한 영화였는데 의외로 곽철우라는 인물의 생활에서 보여지는 코믹한 장면 때문에 웃음 포인트를 독차지 하셨더라. 워낙 생활연기를 잘 하시는 분이다 보니 대본에 원래 있었던 설정인지 현장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했다.
A. 영화 전체적으로 진지한 이야기여서 2시간 19분 정도에 이르는 러닝 타임 중간에 쉴 타이밍은 필요했다. 감독님과 그런 지점에 대해 상의도 많이 했었다. 사전에 대본을 보면서도 많이 고민했지만 로케현장을 가게 되면 예상치 못했던 상황 때문에 계획했던 부분이 많이 틀어진다. 그럴 때 감독이건 배우건 빨리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데 감독님께서 배우들의 아이디어를 잘 받아주셨다. 잘 수용해져서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 문 사이에 끼이는 장면이라던가 차 안에서 노래는 부르는 장면, 국수 집 장면들이 현장에서 만들어 낸 그림이었다.
코믹연기가 제일 어렵다. 연극하면서도 진짜 뼈저리게 느낀 건데 조금만 넘치면 '웃기려고 주접 한다'하고 덜 웃기면 '웃으라는 거야 뭐야?'라며 타박한다. 선타는게 정말 어렵다.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거 같다. 남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건, 그런 능력을 가진다는 건 축복 같다. 개그맨이나 코미디 하시는 분들은 존경한다.


Q. 차 안에서 지드래곤의 노래를 들으면서 춤추던 장면도 애드립이었나?

A. 대사 애드립은 없었고 웃음 포인트를 달리 줬다. 그 장면 자체가 애드립은 아니었고 노래가 바뀌었다. 원래 선곡된 곡은 '판타스틱 베이비'였다. '미씽유'까지 두 곡을 촬영 전에 저작권 허가를 받아 두신 상태라 차 안에서는 '판타스틱 베이비'를 했어야 했는데 곽철우라는 인물이 지드래곤 노래를 들었을 때 그 노래는 안 좋아할 것 같았다. 오히려 삐딱하게는 내가 불러도 잘 부를 것 같았고 가사가 착착 입에 감겼다. 그래서 현장에서 바꾸면 안되겠냐고 했는데 저작권 때문에 절대 안 된다고 하셨지만 따라 부르기도 힘들고 춤도 안 춰진다고, 죽어도 아닌 것 같다고 했더니 감독님께서 결단을 내려주셨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작권을 따오겠다고. 그래서 노래를 바꿔서 촬영을 했다.
국수 집에서 같이 국수 먹는 장면에서도 원래는 마주보며 국수를 먹는 것이었는데 내가 왼손잡이다 보니 같이 수갑을 차고 국수 먹는 게 가능하겠더라. 그래서 제안을 했더니 감독님이 그게 더 의미도 있을 것 같다고 해서 조명과 세팅을 다시 해서 찍었다. 원래 스태프들은 사전에 약속된 대로 세팅을 다 해놓기 때문에 현장에서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해줘서 감사했다.

Q. 차 안에서 '삐딱하게'를 부르면서 춤추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다.
A. 지드래곤 춤출 때는 재미있어 하실 줄 알았다. 늘 하던 짓을 한 거다. 평소 하던 짓이다 보니 예전 <유령>때 트윙클 할 때랑 비슷한 거 아닌가 했는데 감독님이 오케이 하셨다. 그때와 겹치지 않기만을 바란다.

Q. 노래는 따로 연습 하셨나?
A. 곽철우는 노래를 너무 잘하면 안 된다. 극중에서 딸이 듣는 걸 곁눈질로 보고 흥얼거리는 수준이었지 내가 좋아서 듣는 게 아니었다. 완벽하게 가사를 외우면 안 되는 상태였다. 그래도 몇 백 번을 듣기는 했다. 그래도 노래는 참 안되더라.

Q. 곽도원 배우 원래의 모습이 곽철우 캐릭터에 많이 녹아 들었던 것 같다. 유쾌하고 어찌 보면 애교도 있고......
A. 제 성격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술 먹고 거리에서 한잔 더하자고 하는 장면도 그렇고 일상의 제 모습이 많이 보여진다. 양우석 감독님도 곽도원의 모습이면 좋겠다고도 하셨고...... 그런데 배우는 그게 힘들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다른 사람은 나의 어떤 모습을 보고 나 같다고 하는 거지? 이런 게 궁금했다. 그냥 시나리오를 보면서 내가 여러 개를 준비 해가고, 하나를 했는데 이건 아닌 것 같다 하면 다른 걸 하는 거지. 유하게 현장에 임했다.

Q. 애교는 원래 있으신 편인가? 정우성 배우도 곽도원 배우가 엄청 애교 있는 성격이라고 하던데.
A. 집에서 막내다. 애교는 옛날부터 많이 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도 엄마에게 뽀뽀하고 찌찌만지고 그랬다. 나이를 먹어도 막내는 막내인 것 같다.


Q. 외국어를 술술 하는 모습이 멋졌다. 외국어 연기 얼마나 연습했나?

A. 아우... 영어. 진짜. 나는 영어 중국어 대사를 그날 오케이 하면 그 이후엔 다 잊어버렸다. 영어 때문에 죽는 줄 알았다. 외국어 대사는 립싱크도 안되고 내 입으로 말을 해야 되는 거라 영어 대사가 전체적으로 스물 몇 문장인데 촬영 전부터 하루 종일 짬 나면 외우고, 영어 따라 하고 외우다 지쳐 잠들고, 잠이 채 안 깬 상태에서도 눈을 뜨지 않고 스물 몇 문장을 외워보고 다 외워져야 제대로 눈을 뜨고 그랬다. 이 문장을 다 못 외우면 눈을 못 뜨겠더라. 잠깐 영어 문장 보고 다시 눈 감고 외우고, 다 외워지면 그때서야 눈뜨고 하루를 시작했다. 이걸 왜 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만감이 교차하더라. 곽철우가 하필이면 옥스포드 출신이라 처음에 영어 공부를 할 때 미국식 영어 선생님한테 배우다가 영국 발음을 해야 하는 건가 하고 고민했더니 또 감독님은 미국식 영어로 가자고 하시고 이걸로 회의도 하고 어느 식으로 발음해야 하는지를 놓고 싸우기도 했었다.

Q. ㅎㅎㅎ 그렇게 심오한 논의 과정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 중국어는 어땠나?
A. 중국어는 희한하게 한번만 들어도 성조가 들리고 잘 따라 하게 되더라. 선생님도 이런 사람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다. 내가 곽 씨라 그런가? (웃음) 중국어는 희한하게 어렵지 않게 했다.

Q. 영화 속 두 대통령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북한에 대해 가지는 두 가지 양가감정을 대표하고 있더라. 곽도원 개인의 평소 북한에 대한 생각은 두 대통령 중 어떤 쪽에 가까운가?
A. 전쟁은 일어나면 안 된다는 주의다. 아는 사람이 사라진다는 건 상상만해도 싫다. 어떻게든 민족이 합쳐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강의실 장면을 찍을 때 뒷부분에 대사가 더 있었는데 본편에서는 잘렸다. "여러분, 통일이 되면 캠핑카를 사서 땅끝마을부터 육로로 실크로드 지나 유럽까지 여행한다는 상상을 해봐라. 통일, 이뤄야겠죠?" 이런 대사였는데 잘랐더라. 원래 대본에는 없었던 대사인데 내가 붙여 본 대사였다. 아마고 곽철우가 너무 감상주의자로 보여서 자르지 않았나 싶은데 실제로 통일이 되어서 차로 그렇게 여행을 간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유럽에서도 아시아의 끝에 있는 나라여서 관광도 많이 올 것 같고......

Q. 아, 아버지가 참전용사셨다고? 이 영화에 참여한 소감이 남달랐겠다.
A. 아버지는 6.25 참전용사가 아니다. 어떤 기자님이 그렇게 아름답게 써줘서 갑자기 참전용사 집안이 되었다. 그냥 평범한 동네 아이들이었는데 불발탄이 터지면서 다리를 다치신 거다. 전쟁이라는 자체가 일어나면 안될 일이다. 평화가 유지된 상태에서 통일 하는 게 최고다. 그럴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를 영화에서 제안을 하는 것이다. 말이 통하는 한 민족이었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다.

Q. 정우성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영화 속에서 두 분이 너무 케미가 좋았다.
A. 우성이는 잘생겼다. 진짜 잘생긴 게 특히 눈빛이다. 그 눈빛이...... <아수라>때와 다른 게 엄철우의 눈빛과 너무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기하면서 그런 장면이 몇 군데 있었는데 '진짜 엄철우 눈빛이구나. 빙의된 눈빛이 이런 거구나'를 느꼈다. 차 안에서 엄철우를 태우고 의정부로 가는 길에서도 진짜 엄철우를 데리고 가는 것 같았고, 교회 앞에서의 엄철우 눈빛도 좋았다. 신용카드로 옷을 사서 환하게 웃으면서 다가오는 모습도 너무 좋았다. 영화를 보면서 제가 놀랬던 게, 현장에서 배우의 호흡은 거짓말이 안 통하는 구나를 느꼈다. 현장에서의 느낌이 그대로 담겨있는 걸 보고 연기 어려운 거구나, 장난치지 말아야겠다, 정말 연기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작은 일상의 감정까지 담기는 게 무섭더라.

Q. <변호인>때도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웠고 이번에도 그랬는데 그때와 지금은 신념이 어찌 보면 상반된다. 캐릭터 몰입할 때 힘들지는 않았나?
A. 난 금방 까먹는다. 쉽게 까먹는 게 좋은 건 아닌데 캐릭터에 잘 들어가지 못하고 한번 들어가려고 하면 죽을 것 같이 힘들고 그렇다. 책을 읽다 보면 뭔가 그려질 때가 있다. 뭔가가 그려져야 그 인물이 될 수 있는데, 그려질 때까지 계속 시나리오를 봐야 한다. 그런데 작품 끝나고 나면 금방 멍해져서 끝났다는 공허함이 힘들지 캐릭터를 못 벗어나서 힘들지는 않다. <변호인>때와 <강철비>의 캐릭터가 달라서 힘든 건 없었다.


Q. 벌써 <범죄와의 전쟁>, <곡성>, <특별시민> 등 대표작이 생겼다. 배우 곽도원의 연기 인생에 터닝포인트라고 생각되는 작품은 어떤 것인가?

A.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작품은 <범죄와의 전쟁>이다. 이 영화 이후 배역을 따는데 오디션을 보지 않았다. 그리고 <곡성>도 또 다른 의미의 터닝 포인트다. 나홍진 감독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큰 역할을 곽도원에게 줘서 어쩌려고 하냐"고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내가 가장 곡성 읍에 있을 법한 시골경찰 같아서 캐스팅한 것 아니겠냐? 연극할 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배우는 파리 목숨이라 건방 떨지 말고 열심히 해야 한다. 작가나 연출에 의해 쓰여지는 인물이고 작가나 연출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생각에 맞춰 놀 줄 알아야 하는 사람이기에 박수 받는다고 건방 떨지 마라."이런 이야기를 연출에게 진짜 많이 들었다. 실제로 배우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고, 관심 가져주는 것에 감사하다.

Q. 나홍진 감독의 페르소나였나?
A. 에이~ 무슨... 농담으로 술 먹고 양우석 감독에게 "나 페르소나 시켜주면 안돼요?" 그랬었다. 그랬더니 "그러실런지요......"라고 답하셨다. (똑같은 성대모사에 놀라며 일동 폭소)

Q. 양우석 감독은 어떤 분이신가?
A. 감독님은 죽기 직전까지 참고 끝까지 노력하는 분이시다. 한계를 맞딱드리고 도전하는, 엄철우 같은 사람이다. 죽음이 앞에 맞딱드려도 감독님은 '드루와' 할 사람 같다. 정말 유한데 정말 부드럽고 인내심 많고 착하고 이해심 많고 아는 것도 많은데 정말 강한 분이다.

Q. 이번 작품 이후에 진짜 해보고 싶은 욕심나는 캐릭터는 어떤 것이 있나?
A. 진짜 하고 싶었던 거는... 깡패역할을 한번도 안 해봤다. 내가 깡패 같은 엘리트는 해봤지 진짜 깡패는 안 해봤다. <신세계>의 정청(황정민 분) 역할이 너무 하고 싶었다. 그런 깡패를 한번 해보고 싶다.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고 시나리오도 고르는 건 아닌데, 호기심이 확 심장을 벌렁하게 만드는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다.

Q. 올 한해는 어떤 해였나?
A. 글쎄... 연기 좀 잘했으면 좋겠다. 잘하지 못한 게 너무 생각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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