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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 키워드로 본 올해의 예능-오디션, 부부, 외국인, 욜로, 절약 #2017총결산(16)

기사입력2017-12-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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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었고, 또 사라지는 와중에도 여전히 2017년 예능의 기본 줄기는 관찰이었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두되면서 더 이상 리얼하지 않고, 버라이어티가 아닌 예능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처럼, 이제는 CCTV처럼 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되지 않은 프로그램이 더 드문 상황이다.
그 대신 1년 동안 관찰 대상은 점차 늘어났고, 관찰을 위한 장소들이 변화됐다. 데뷔를 꿈꾸는 아이돌 연습생,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 연예인 신혼부부 등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는 출연자들이 끊임없이 발굴됐다. 또, '욜로(You Only Live Once)' 열풍에 힘입어 출연자들은 다른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로 떠났고, 그 과정에서 이제껏 예능 안에서 담아내지 못했던 다양한 삶의 지표들이 제시됐다.


#오디션, 같은 듯 달랐던 리얼리티와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히려 유구한 전통을 이어오던 <슈퍼스타K>나 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잠정 휴식이나 폐지를 선언하면서 오디션이라는 포맷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듯 보였다. 하지만 <프로듀스101 시즌2>가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다시금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프로듀스101>은 '국민 프로듀서'로 지칭되는 시청자들이 연습생들의 무대는 물론이고 합숙생활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 뒤, 투표로 자신들의 의견을 직접 표출하는 방식으로 시청자와의 소통을 강화했다. 또 철저한 순위제 하에서 열기는 점차 뜨거워졌고, 프로그램 종료 직후 그룹 데뷔라는 화려한 엔딩이 기대감을 자극했다.
그러나 후발주자들의 성적은 좋지 못하다. 프로그램 포맷의 문제가 아닌 출연자의 매력도 문제인걸까. 혹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향한 염증 속 <프로듀스 101 시즌2>만이 특별하게 성공을 한 것일까. 큰 화제와 논란 속에 출격했던 <아이돌학교>, <믹스나인>, <더유닛> 등은 조금씩 색깔을 달리한 시청자 참여형 오디션 프로그램이었지만, 애매모호한 반응 속에 종영하거나 방송 중에 있다. 2018년 <프로듀스101>의 시즌3 격인 <프로듀스48>이 출격을 예고한 가운데 다시 한 번 오디션 프로그램의 판도가 흔들리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부부, 연예인 본인과 자식에 이어 이제는 부부까지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궁금증, 자녀들에 대한 호기심은 이미 몇 년 간 유행해 온 관찰 예능의 흐름 속에 완전히 소진되어버렸다. 그러자 하나 둘 아내나 남편, 혹은 부부 자체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을 알린 건 안재현-구혜선 부부가 출연했던 <신혼일기>였다. 조용한 시골마을로 떠난 그림같은 배우 부부의 일상은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예능으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고, 장윤주-정승민 부부와 오상진-김소영 부부가 출연한 시즌2 제작으로까지 이어졌다.
또 인기리에 방송 중인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은 좀 더 다양한 분야의 부부들을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재명-김혜경, 추자현-우효광, 정대세-명서현 부부 등 의외의 캐스팅으로 눈길을 모았던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은 시즌1과는 확 달라진 컨셉으로 부부 관찰 예능의 입지를 다졌다. 여행을 통해 아내를 해방시켜줬던 <싱글 와이프>는 시즌2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며, 최근에는 추신수와 서민정이 집과 가족, 해외생활까지 전부를 공개한 <이방인>이 야심차게 출범하기도 했다.
위 프로그램들의 사례에서 보듯 가족 예능을 향한 비판적인 의견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출연자가 누구냐에 따라, 어떤 포맷으로 출연하느냐에 따라 여론은 완전히 뒤바뀌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연예인 가족의 인지도를 등에 업은 방송 제작이 아니라 시청자가 궁금해 할만한 새로운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이 앞으로 남아있는 숙제라 할 수 있다.


#외국인, 여행을 통해 알게 된 색다른 시선
2세대 외국인 예능의 전성기를 열었던 <비정상회담>이 3년 여만에 시즌 종료를 선언한 가운데, 신흥 강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새로운 트렌드의 중심에 섰다. 숱한 해외여행 프로그램 속에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한국에 처음 방문한 외국인의 시선으로 색다른 한국을 발견하며 차별화를 선언했다. 이제는 외국인들이 한국 프로그램에 게스트나 MC로 출연해 한국화된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언어와 시각으로 낯선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 또 다른 재미가 되고 있다.
이후 유사한 형태의 외국인 프로그램들도 줄줄이 시작됐다. <서울메이트>는 외국인들이 한국 연예인 호스트의 집을 방문해 서울 여행을 하고, <헬로우 방 있어요?>는 아예 직접 외국인 전용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 또 <내 방 안내서>는 한국의 톱스타와 해외 셀럽이 서로 방을 바꿔 5일간 생활하는 컨셉이고, <나의 외사친>은 외국인 친구와 사귀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자 한다. 이처럼 관찰+여행에 외국인이 더해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방송 중인 가운데 과연 이 신선함의 유효기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욜로, 대안적 삶에 대한 상상

2017년 상반기를 강타한 '욜로' 열풍은 단순한 소비 그 이상의 가치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예능에서 욜로의 핵심을 찌른 것은 바로 <윤식당>과 <효리네 민박>. 바쁜 도시와 일상에서 벗어난 두 프로그램은 지금과는 다른 삶을 꿈꾸는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대리만족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물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섬에서 만들 수 있는 만큼만 팔고 더 욕심내지 않는 식당, 게스트를 돈줄이 아닌 새로운 친구이자 가족처럼 대하는 민박집을 운영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엄청난 판타지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이 박탈감이 아닌 재미를 줄 수 있었던 건 억지로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담아냈기 때문이었다. 당장 외국으로 떠나 가게를 차리거나, 일하지 않고 제주도의 전원주택에 살 수 없는 시청자들도 간접 체험을 통해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저렇게 살면 어떤 느낌일까?' 등등 지금과는 또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최근 <윤식당>과 <효리네 민박>은 나란히 시즌2 제작 사실을 공개하며 올 한 해 최고의 화제작다운 행보를 예고했다. 과연 시즌2 역시 꿈같은 일상을 따뜻하고 편안한 공감대 속에서 그려나갈 것인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절약, 모든 이들의 위한 웃픈 공감대
욜로를 이은 절약 열풍은 올해의 독특한 흐름 중 하나였다. '욜로 하다 골로 간다'는 말이 나올 때쯤 급격히 재조명 받은 김생민식 화법과 생활방식은 신드롬 수준의 인기로 이어졌다.
팟캐스트와 파일럿 방송을 넘어 정규 편성까지 안착한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김생민은 '돈은 안 쓰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면서 결코 밉지 않게 '스튜핏'한 시청자들에게 잔소리를 한다. <짠내투어>도 마찬가지다. 역시 김생민이 출연 중인 이 프로그램은 제한된 비용 안에서 소비를 해야한다는 조건을 걸고 있지만, 출연자마다 원하는 지출포인트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 집중한다. 돈을 아끼느라 쩔쩔 매고, 패키지원들에게 원성을 들을지언정 자신이 투자하고 싶은 때를 기다렸다가 과감하게 지르는 가이드들의 모습은 그간 연예인들의 대리 여행으로 변질됐던 여행 프로그램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극을 안겼다.

과연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연예인들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일상을 브라운관으로 옮겨온 이들 프로그램이 판타지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계속해서 사랑 받을 수 있을지, 2018년 새로 출범할 예능 프로그램에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iMBC 김은별 | 사진 각 프로그램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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