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색다른 모습을 <꾼>을 통해 선보이는 그는 배우로서 어떤 한 단계를 성큼 뛰어 넘은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그만큼 더 깊이 있어지고 매력이 짙어진 현빈을 만나보자.
*이 인터뷰는 11월 14일에 진행되었으나 인터뷰 내용 중에 스포일러가 될 내용이 있어 영화 개봉 이후에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기사 내용에 상당 부분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Q. 영화 굉장히 즐겁고 통쾌하게 봤다. 배우 입장에서 영화를 보신 소감은 어떠신가?
A. 언론시사때 완성본을 처음 봤는데 어떻게 편집되는지, 내가 나온 장면을 중심으로 보느라 영화를 객관적으로 못봤다. VIP시사회때나 이후에 몇차례 더 봐야 영화를 전반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Q. 팀플레이 하는 내용이기도 하고,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다른 배우들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때 잘 될 것 같았나?
A. 제가 제일 먼저 이 영화의 캐스팅 스타트를 끊었다. 그 이후에 어떤분이 참여하는지 궁금했는데 다들 좋은 분들이고 호흡을 맞추고 싶었던 분들이 캐스팅 되었더라. 기분이 좋았다.
Q. 시나리오에서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서 출연을 결정한 것인가?
A. 시나리오의 반전이 좋았다. 재미있었고 복선이 계속 깔려 있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또 지성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전사(前事)때문에 명분에 대해 확신이 있었고 끌렸다. 지성 외의 다른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재미도 매력적이었다.
Q. 시나리오로 봤을때의 느낌이 완성된 영화에서도 잘 느껴지던가?
A. 촬영하고도 편집된 부분들이 있다. 감독님의 의도가 있었기에 편집된 건데 크게 만족 못하는 건 아니다. 대신 관객 입장에서 볼때 내가 시나리오를 봤을때의 반전이나 캐릭터의 재미를 온전히 느낄까가 조금 궁금했다.
Q. 편집된 장면들은 어떤 내용인가?
A. 이강석(최덕문 분)이 박희수 검사에 의해 차안에서 죽는 장면이다. 영화에서는 그 부분이 많이 덜어지는 바람에 약간 애매하게 보여지기도 했는데, 원래 시나리오 상에서는 이강석도 황지성과 같은 편이다. 이강석을 꼬시러 황지성이 교도소 앞으로 찾아가고, 같은 편이 된 이후 죽은 것을 알게되고 황지성이 박희수 검사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이 있었다.
Q. 사기꾼 역할은 처음 해보셨다. 영화를 보기 전에 사기꾼이라는 역할에 대해 솔직히 반신반의 했었다. 사기꾼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 관념들이 있어서인지 '잘생긴 사기꾼? 글쎄'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영화를 보고나서 많이 놀랬다.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더라.
A.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다. 관객을 어떻게든 잘 속여야 했기 때문에 의상도 여러가지 종류를 준비해 보고 헤어스타일도 다양하게 해보고 특수분장도 꼼꼼하게 준비했다. 특수분장이 한번 하는데 보통 3시간씩 걸리는데 그렇게 분장을 한 채로 3~4번 테스트를 했다. 실제 촬영장에서 쓸 카메라와 조명을 세팅해 놓고 특수분장의 주름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보이는지, 어떤 모습이 더 나은지를 테스트해봤다. 수염도 해보고 안경도 써보고 살찐것과 빠진 것 등 많은 변화를 줘서 찾아낸 모습이다. 관객들이 눈여겨 봐주셨는지 모르겠는데 특수분장을 뜯어내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한번은 아래로 왕창 뜯어내고 한번은 아래위로 분리해서 뜯어내는데 이 방향들도 다 계산된 것이었다. 목소리도 많이 다르게 냈었는데, 후반작업할때 살짝 더빙을 하셨더라.
Q.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특수분장 했을때의 모습을 꼼꼼하게 보고 싶어서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A. 외형적인 것 외에도 이번 영화에서는 대사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신경썼다. 황지성이 하는 말 중에서 어떤때는 정보전달일때가 있고 어떤때는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있었고 어떤때는 힌트가 될만한 말들이 있었다. 한문장을 놓고도 어떻게 대사처리를 할까를 고민했다. 대사마다의 호흡으로 장난도 치고 신경을 많이 썼다.
Q. 참고로 한 작품이나 배우의 연기가 혹시 있었나?
A. 다른 작품을 보지는 않았다. 이 영화는 감독님이 직접 쓴 시나리오다. 쓰신 분이 가장 정확하게 장면의 의미나 표현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감독과 많이 이야기 했다.
Q. 신인감독이었는데, 디렉팅은 어떻게 하시던가?
A. 배우들에게 많이 기회를 열어놔 주셨다. 본인이 의도한 바나 방향성이 분명히 있었을텐데 그게 흐트러지지 않는 선에서 리허설 과정에서 나온 배우들의 아이디어에 대해 흔쾌히 수락을 하셨고, 어떤때는 본인이 생각 못했던게 보이면 적극적으로 수용을 해 주셨다. 우리 영화는 배우들이 많았기 때문에 각자의 연기 방향이 있었고, 서로 다른 리액션의 범위에 대해 얼마나 잘 수용하는지, 그걸 얼마나 받아치는지가 관건이었다. 나는 특별히 아이디어를 내기보다는 행동이나 상황의 타당성에 대해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 했었따. 뚜렷한 명분을 갖고 시작한 인물이기에 모든 행동과 대사에 명분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많은 부분을 짚고 넘어갔다.
Q. 촬영할때 분위기는 어땠나?
A. 같이 몰려다니며 촬영해서 부담도 없었고, 가볍게 재미있게 촬영했다.
Q. 같이 출연했던 배우 중에서 누가 가장 사기를 잘 칠것 같은가?
A. 그렇게 순진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배성우가 사기를 잘칠것 같더라. 연기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아는게 많아서 잘 속일것 같았다. 같이 출연한 배우들은 거의 영화 찍기 전 예상했던 것과 비슷했다. 그런데 배성우는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더라. 여러분야에 걸쳐 박학다식하다. 배성우 덕분에 촬영 중간중간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영화 이야기도 그렇고, 유지태의 이야기를 받아칠 정도더라. 매력덩어리였다.
Q. 다른 인터뷰에서 유지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더라. 유지태는 현빈에게 어떤 존재였나?
A. 유지태는 나에게 한마디로 '자극'이었다. 나도 분명 연기를 계속 하고 있는 배우고 이 일을 사랑해서 하고 있는 배우인데 유지태와는 게임이 안되더라. 연기에 대한 열정도 큰데다가 감독도 하고 있어서 작품을 보는 시선이 두가지가 있더라. 게다가 시간만 나면 시나리오도 쓰고 뮤직비디오 감독도 하고 있고, 지금 드라마 촬영도 하고 있고. 연기에 대한 유지태의 열정은 내가 하찮아 보일 정도였다. 연기에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인물이더라. 그런 모습만 봐도 자극제가 되었다. 오랫동안 남을 것 같고 많은 걸 알아가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찰영 중간에 혹시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디 임포스터>라는 다큐멘터리도 권해줬다. 자기 배역이 아닌데도 이렇게 해주더라.
Q. 박성웅과 단둘이 나오는 장면도 있었다. 둘 사이의 케미는 어땠나?
A. <역린>을 박성웅과 같이 했어서 친하고 잘 알고 있다. 박성웅도 이 영화에서 기존과 좀 다른 이미지로 나왔다. 순진무구한 표정도 있고, 원래 갖고 있는 모습이긴 하지만 보기 좋더라.
Q. 반전이 큰 영화라 사전 행사로 인해 혹은 개봉 이후더라도 먼저 본 사람에 의해 스포일러가 되는 것이 많이 걱정된다.
A. 촬영하면서도 스포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했다. 반전을 기대하고 보는 영화일수도 있고,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관객들이 뒤통수 맞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촬영을 하는건데... 알고도 재미있을 수 있는 방법이 뭘까도 동시에 고민했다. 그럴려면 뭐가 필요할까를 많이 현장에서 이야기 하고 고민했다.
Q. 전작 <공조>가 큰 흥행을 했다. <꾼>을 개봉하면서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A. 전작의 결과에 대한 부담보다는 그냥 기대가 된다. 기분 좋게 봐주시는 분이 많았으면 좋겠다. 엔딩 장면을 찍을때 힘들었었는데 관객들이 그 장면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궁금하다. 반전에 놀라주시는 분들이 많을수록 만족감은 높아질 것 같다.
Q.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듣고 싶은 칭찬이 있다면?
A. '현빈에게 속았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시리즈물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물론 원작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가 나와야 가능한 것이니 좋은 시나리오가 나온다면 참여할 생각이 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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