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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골프가 기억해야 할 이름, ‘대모’ 구옥희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2017]

기사입력2017-11-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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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주 블루원 다이너스 CC에는 국내 정상급 여자 골퍼들이 대거 집결한다.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참석차 LPGA 소속 13명, KLPGA 소속 13명 등 총 26명이 모인다. 박인비 전인지 유소연 장하나
이정은6 등 현세대를 대표하는 골퍼들 대부분을 지켜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故 구옥희 프로가 후배들이 필드를 누빈 모습을 지켜봤으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자못 궁금하다.


추정컨대, 대견함과 부러움이 교차했을 것 같다.


한국 여자골프의 ‘대모’로 불리는 구 프로 살아생전 여자 골프계의 환경은 척박했다. 여성이 무슨 골프냐며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이런 친선대회는 언감생심이요, 26명씩이나 모이는 것 자체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골프를 독학으로 익힌 구 프로는 1978년 프로에 입회한 골프 1세대다. 타고난 재능에 노력이 더해져 국내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낸 그는 일본에도 진출해 일본 골프계까지 정복했다. 국제대회에서만 24승을 쓸어 담았다. 이 기록은 박세리가 나오기까지 국제대회 최다승 기록이었다.


KLPGA 회원번호 1, 2번인 강춘자 프로와 故 한명현 프로와 더불어 구 프로는 국내 여자 골프의 토대를 닦았다. 고우순, 박세리, 김미현, 강수연, 한희원 등 후배들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건 선구자의 헌신과 노력 덕이었단 사실을 부인할 순 없다.


구 프로가 일본과 미국 대회에 발을 디디길 꺼렸다면, 해외 진출은 더욱 늦춰졌을 것이다. 구 프로가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면,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에 대한 인식이 좋았을 리 없을 것이다.


구 프로는 불혹을 넘길 때까지 필드를 누볐다. KLPGA 부회장 및 회장을 거치며 행정가로서 여자 골프계의 발전을 이끌었다.


안타깝게도 2013년 후배 지도차 일본을 방문했을 때 골프 라운드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향년 58세였다.


갑작스러운 ‘대모’의 죽음에 여자 골프계는 오래도록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이영귀 당시 KLPGA 부회장은 “고인은 각종 차별을 실력으로 극복했다.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줬다”고 애도했다.


박세리는 “꿈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한국 여자 골프를 그리고 지금의 모든 훌륭한 선수들을 있게 해주신 분이기에 그 어떤 누구도 그분의 자리와 업적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 골프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은 오히려 남자 골프보다 인기가 높다. 투어에서 우승을 한 번 하면 인생이 달라질 정도의 일확천금도 얻을 수 있다. 구 프로와 같은 선구자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환경 변화다.


여자 골퍼들만의 축제를 앞두고 한 번쯤은 기억해야 하는 전설, 구옥희다.



iMBC 스포츠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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