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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크리닝] 신하균, 도경수 충무로 新舊 연기파의 리얼한 정면대결 <7호실> ★★★

기사입력2017-11-0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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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사장 두식(신하균). 학자금 빚을 갚으려 DVD방에서 일하는 알바생 태정(도경수). 팔리지도 않던 가게에 기적처럼 매수자가 나타난 바로 그 때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고, 두식은 시체를 7호실에 숨겨 봉쇄한다. 한편, 빚을 해결해주는 조건으로 마약을 7호실에 잠시 감춰놨던 태정은 늘 열려있던 그 방의 문을 두식이 갑자기 잠가버리자 당황하는데… 닫아야 사는 사장 vs 열어야 사는 알바생! 두 남자의 생존이 걸린 문제의 방 ‘7호실’


▶ 비포스크리닝

<7호실>은 제작 단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크랭크업 직후, 3월에 진행된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에서, 목표액 초과 달성은 물론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와디즈) 사상 최다 인원인 616명이 참여하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후반 작업이 완료되기 전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예매 오픈 30초 만에 3,000석 전석을 매진시키며 영화에 대한 기대를 입증했다. 물론 이런 큰 기대의 뒤에는 최고의 아이돌 그룹 멤버이자 요즘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배우 도경수의 출연이라는 사실이 있다. 도경수는 영화 <카트> 이후 <순정>, <형>,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등의 작품에서 아이돌로는 쉽게 용기내지 못할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배우로서 탄탄한 필모를 쌓아가는 중이다. '아이돌 답지 않다'는 대명사가 이름 앞에 붙는 도경수이기에 이번 영화에서도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지 기대가 된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는 하균神이라 불리기도 하는 신하균이 출연한다. 지금껏 매 작품마다 캐릭터에 미친 사람 처럼 몰입된 연기를 보여줬던 그이기에 도경수와 함께 어떤 케미를 선사할지, 아마도 두 배우사이의 팽팽한 기싸움이 있으리라 예상이 된다.
이용승 감독도 인상적인 필모를 갖고 있다.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인턴사원의 우여곡절을 그린 첫 장편영화 <10분>으로 호평을 받으며 베를린 영화제 초청을 포함해 16개 영화제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이용승 감독은 한국 사회에 대한 날 선 시선을 가진 감독이다. 과연 그가 <10분> 이후 만들어 낸 <7호실>은 우리 사회의 어떤 모습을 대변한 것일까?


▶ 애프터스크리닝

무얼 하건 대박 날 것 같은 동네 로데오 거리. 그곳에서 신혼집전세금을 걸고 밝은 미래를 꿈꾼 DVD방 사장 두식(신하균). 제발 가게가 팔리게 해달라고 부동산업자에게 부탁도 하고, 뇌물도 주다가 벌컥 화도 내는,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에 제대로 발목 잡힌 두식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하루하루의 매상이 절박한 두식 앞에 건물주는 보증금과 세를 올리겠다고 하고, 가게가 팔릴 것 같다는 건 좋은 소식이지만 권리금을 낮춰달라는 건 나쁜 소식이다. 날마다 좋은 소식은 없고 더 나쁜 소식들만 찾아오는 두식의 DVD방에는 태정(도경수)이라는 알바생이 있다. 뮤지션이 꿈이지만 학자금 빚을 털기 위해 휴학을 하고 알바를 하고 있는데 그나마 알바비까지 몇달째 못받고 있는 태정. 밀린 알바비를 달라고 이야기 해 보지만 두식은 전기세도 못내서 밀렸다며 오히려 더 아쉬운 소리를 한다. 누구하나 더 나을 게 없는 상황, 어찌보면 한숨나고 갑갑한 상황이지만 영화는 의외로 웃프게 경쾌하게 흘러간다. 매일매일 두식과 태정 앞에 다가오는 현실들은 때로는 무겁고, 숨막히게 암담하기도 하지만 부동산 중개인(김종수), 교감 선생님(김종구), 건물 관리인(박수영), 두식의 누나와 매형(황정민, 정승길)이 이들에게 던지는 대사들은 중간중간 폭소를 유발하며 한발짝 물러나 둘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대책 없는 두 사람이 저마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달려갈 때 관객들은 저절로 손을 움켜쥐며 두식과 태정을 응원하게 된다. 두식이 제발 문제 없이 시체를 처리할 수 있기를, 태정이 두식 몰래 마약을 꺼내 갈 수 있기를 응원하다보면 '과연 저 둘은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나려는 걸까?'가 몹시 궁금해지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신하균의 짠내나는 처절함과 도경수의 숨막히는 갑갑함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웃픈 클라이막스로 치달아 갈 때 관객들은 동시에 동질감도 느끼게 된다. '저렇게 아둥바둥 별 짓을 다 해보지만 사실 뾰족한 수는 없더라...' 는 자조적인 생각도 들면서, 그렇기에 영화 속 주인공만이라도 판타지처럼 뾰족한 해법이 생겨 저 상황을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게 된다.



<7호실>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 내는데는 충분히 성공한 영화다. '사장님'이라는 허울 속에 사실은 하루하루 버티기도 너무 힘든 자영업자들의 일상이 잘 드러나 있고, 학자금 대출 때문에 시작부터 마이너스 인생인 청춘들의 자화상도 잘 그려져 있다. 이런 공감은 신하균과 도경수의 합이 잘 맞는 연기덕에 훨씬 생동감 있게 전달된다. 두 배우 뿐 아니라 출연한 모든 배우들, 심지어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개마저도 적재적소의 연기를 하며 웃음을 안겨준다.
등장 인물도 적고 영화적 공간도 넓지 않은 작은 영화지만 이용승 감독이 자구책을 찾는 소시민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위로는 충분히 담긴 괜찮은 영화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영화의 결말 부분이다. 삶에 지친 관객들에게 공감의 위로 외에 판타지적인 위로를 주었더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소박하고 어쩌면 투박하고, 현실적이어서 더욱 공감이 가는 영화 <7호실>은 11월 15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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