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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 여자가 여자를 구할지어다! <부암동 복수자들>, <마녀의 법정>, <고백부부>의 사이다 주인공들

TV톡홈페이지 2017-10-31 01:37
[TV톡] 여자가 여자를 구할지어다! <부암동 복수자들>, <마녀의 법정>, <고백부부>의 사이다 주인공들

가난하거나 직위가 낮아서 멸시 당하던 여주인공, 사람 많은 곳에서 무안하게 멸시 당하던 그녀에게 갑자기 '짜잔' 왕자님이 나타난다. "제가 길라임씨 팬이거든요. 이 사람이 저한텐 김태희이고 전도연입니다." <시크릿 가든>의 한 장면이다. 물론 이런 비슷한 류의 장면들이 드라마들에는 차고 넘친다. 곤란한 상황에 처한 여주인공을 멋진 남자가 왕자님처럼 나타나서 구해주는. 그런데 요즘은 조금 상황이 달라졌다. 여자 주인공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때, 그녀 스스로가 자신을 구하거나 여자 친구들이 그녀를 구해준다. 남자들이 하던 역할을 여성적 연대가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간 드라마에서 손쉽게 쓰이던 '남자는 이래야해' '여자는 이래야해'로 생각되던 역할극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성역할의 전복이다.


<부암동 복수자들>은 계급도 환경도 다르게 살아온 여자들이 친구가 되고, 못된 남자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김정혜(이요원)는 재벌가의 딸이자 며느리인 여성, 홍도희(라미란)는 생선장사를 하며 홀로 자식을 키우고, 이미숙(명세빈)은 교수 부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졌지만 가정폭력의 피해자이다. 라미란이 연기하는 홍도희가 자신의 아들을 괴롭히는 학부모를 만나 따질 때 도희를 멋지게 변신 시키는 것은 정혜와 미숙이다. 그녀들은 사람의 외양에 따라 상대를 평가하고 함부로 대하는 '적'을 물리치기 위해 도희를 미용실에 데려가고 '애티튜드'를 교육시킨다. 그리고 도희가 변신해 나타났는데도 못된 학부모에게 위협을 당하자 정혜가 백마 탄 왕자님처럼 나타나 그녀를 구한다. "도희 언니, 저랑 친한 분인데 무슨 일이시죠?" 정혜를 사모님이라 칭하던 여성은 바로 눈을 내리깔며 도희에게 예의를 표한다. 재벌집 딸이자 안주인이며, 건물주이고 사모님인 정혜가 나타나 상황을 정리하는 장면은 과거 로맨스 드라마에서 남자들이 맡던 역할이라 묘한 쾌감을 준다. 도희-정혜의 '워맨스'의 탄생이다.


<황금빛 내 인생>의 서지안(신혜선) 역시 항상 스스로를 구한다. 억울하게 정규직 채용에서 탈락한 후 낙하산으로 온 친구 윤아정(백서이)에게 실력으로 이긴 신혜선은 '나 회사 그만둘거'라는 윤아정에게 사이다를 날린다. "니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나는 원래 너보다 실력 있어." 그래봤자 내가 너보다 잘 살거라는 윤아정에게 서지안은 한마디 더 쐐기를 박는다. "어딜 가든 니가 낙하산으로 온 걸 아는 사람들은 속으로 너를 무시할거야. 그것만은 알아둬." <황금빛 내 인생>이 인기 있는 것도 이처럼 여주인공이 항상 시원하게 생각과 입장을 밝히고 자기 스스로를 구하는 여성이라서이다. 물론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비밀을 숨기고 있지만 서지안은 항상 자신의 선택으로 상황을 해결해 나간다. 열심히 살고 성실하며, 세상이 아무리 무릎 꿇려도 조금 울다가 다시 일어나 자기 힘으로 상황에 대응한다. 재벌가에 들어가 그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려 했다는 것이 뒤늦게 부끄러워졌다고 밝힐 만큼 어느 상황에 처해 있어도 스스로 당당하려고 하는 여자 주인공을 우리는 아주 오랜만에 주말드라마에서 만난 것이다.


타임슬립을 주제로 한 <고백부부>의 마진주(장나라)도 사이다 여주인공이다. 그녀는 38살 가정주부였을 때에는 참다가 못했던 말들을 20살 1999년에 가서는 당당하게 한다. 이기적인 남편 반도(손호준)에게 그동안 당한 것을 복수할 겸 물폭탄을 날리기도 하고, 화장실에서 진주의 이름을 언급하며 희롱하는 박현석(임지규)에게 직접 맞대응하러 뛰쳐나가기도 한다. 예고편에서는 현석에게 직접 복수하는 진주의 모습이 그려져 다음 회가 기다려진다.


기성 드라마와 다른 남-녀의 성역할을 제시하는 드라마는 이 뿐이 아니다. <마녀의 법정>에서 남자 검사인 여진욱은 심지어 성이 '여'라 주변에서 '여검사'라고 부른다. 여주인공인 마이듬이 피해자의 편에 서기보다 자신의 성공을 지향하는 검사라면 여진욱(윤현민)은 항상 피해자의 쪽에 서서 상황을 정리하고 폭주하는 마이듬을 말리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변호사나 검사가 주인공인 드라마에서 주로 남자 법조인이 사건을 벌리고 다니면, 옆에서 말리거나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역할은 여성 법조인이 해오곤 했다.

더구나 정려원이 연기하는 마이듬은 검사이지만 자신의 성공을 최우선으로 두고 그를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기도 한다. 이처럼 안티히어로적 성격을 가졌기에 마이듬이 더욱 매력적이고 특이한 주인공이 된다. 더구나 그들이 맡은 사건은 여성-아동이 피해자가 되는 성폭행 사건들이다. 일종의 '썸'의 관계에 있을 때도 더 적극적인 것은 여성인 마이듬이다. 여진욱이 관계에 있어서 더 내성적이고 수동적이라면 마이듬은 스킨쉽이나 관계 정의에 있어서도 더 적극적이다. 이 역시 여타 드라마들과의 성역할의 전복이라 이 드라마에 확실한 힘을 준다.


'요즘 드라마들 재밌지 않아? 볼거 많아졌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장르와 캐릭터가 다양한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을 찾고 있다. 무엇보다 더 이상 당하는 비극의 여주인공, 누구의 보조적 역할이 아닌 직접 목소리를 내는 여주인공들이 있어 드라마들이 더욱 볼만한 요즘이다.





iMBC 김송희 | 사진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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