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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크리닝] 초록의 눈부심 아래 조용히 파고드는 충격 <유리정원> ★★★

기사입력2017-10-1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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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던 과학도 ‘재연’(문근영)은 후배에게 연구 아이템을 도둑맞고 사랑하는 사람마저 빼앗겨 어릴 적 자랐던 숲 속의 유리정원 안에 스스로를 고립한다. 한편, 첫 소설의 실패로 슬럼프를 겪던 무명작가 ‘지훈’(김태훈)은 우연히 알게 된 재연의 삶을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소설을 연재해 순식간에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른다. 그러던 어느 날, 충격적인 미제 사건의 범인으로 재연이 지목되고, 이 사건이 지훈의 소설 속 이야기와 동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드는데... 과연 재연의 유리정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 비포스크리닝

단편 영화 <순환선> 장편데뷔작 <레인보우> <명왕성> <마돈나> 등에서 보여준 강렬하고 독보적인 색깔로 칸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피렌체 한국영화제, 도쿄국제영화제 등을 휩쓴 여성감독 신수원의 작품이다. 현실성이 돋보이는 소재를 일상 속 판타지와 접목해 대중적이진 않아도 의미 있고 여운이 긴 영화를 만들었기에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다.
더군다나 한동안 병상에 있었던 문근영의 복귀작이기에 더욱 기대감은 커진다. '국민 여동생'에서 성숙한 여인으로의 모습을 시도했던 문근영이 기에 이번 영화에서 보여질 이미지에 관심이 높아진다.
지금 한창 진행중인 부산 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된 <유리정원>은 "한 가지 색깔로 결정지을 수 없는 굉장히 독특한 영화"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 애프터스크리닝

전체적으로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였다. 문근영의 변신도 파격적이었다. 흔히 볼 수 없었던 여성 과학도의 모습으로 돌아온 문근영은 그저 실험실 가운을 입은 여학생을 연기하지 않았다. 박사과정생 다운 성숙한 모습이 있지만 여느 30대의 여자와는 사뭇 다른, 연구에 대한 집념과 의지가 있는 독립적인 연구원의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등장한다. 눈동자 만으로도 순수함을 느끼게 해 주고, 단단한 유리벽 뒤에서 자신을 철저히 숨기며 속내를 보이지 않는 사람을 뒷모습에서 조차 연기해낸다. 사슴같이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절뚝거리며 걷는 그녀의 걸음은 세상에 완전무결한 건 없다는 걸 증명하는 듯 하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순수한 건 오염되기 쉽죠'라는 대사와 관통한다. 상업적인 연구보다 순수 연구에 더 가치를 둔 재연(문근영)의 학문도, 자신의 연구실을 위해 사랑보다 성공을 위해 연구결과를 넘겨주는 정교수(서태화)도, 소설의 완성을 위해 재연을 이용하는 지훈(김태훈)도, 사랑했기에 끝까지 정교수와 함께 있었던 재연도 다들 순수한 의도, 순수한 욕망이었지만 그 결말은 처음과 아주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썩 친절하거나 다정한 영화는 아니다. 스토리를 따라가는 과정은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지켜보고 있으면 기분이 이상해지기도 한다. 영화를 못만들었다거나 연기를 못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연기, 세트, 음악, 조명, CG 모두 아쉬운 점 하나 없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마치 연극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도 되는데 영화를 끝까지 다 보고나면 의외로 한편의 소설을 읽은 듯 하다.
신수원 감독은 언론시사를 통해 "욕망과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지만 일반 관객들은 과연 영화를 본 뒤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베스트셀러 소설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 그리고 슬픈 비밀을 그린 영화 <유리정원>은 25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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