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여러번 영화를 고사했다고 했다. 뭔가 우려되어 고사 했었을텐데, 결과물을 보고 나니 어떻던가? 걱정했던 부분이 어떻게 보완 되었나?
A. 작업을 하기 전에 감독과 함께 어떤 지점은 놓치지 말아야 겠다, 이렇게 가서는 안되니 꼭 지키자 했던 지점들이 있었는데 그런 지점은 제대로 완주 한 것 같다. 연기나 표현력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만족도는 불안하다. 아직도 많은 부분이 채워지지 않은 것 같고 연기도 많은 부분이 미흡해 보인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 속에서 그 인물로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하려고 노력했다.
Q. 김구라는 큰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이 부담이었나? 아니면 다른 부담되는 것이 있었나?
A. 워낙 큰 인물이라는 부담과 겪어보지 못한 것을 표현해야 한다는 부담이 다 있었다. 보통은 대본을 보면 '나에게 어울릴까 아닐까'가 판단이 된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럴수가 없었다. 완성된 옷을 예로 든다면 이미 만들어진 옷을 무조건 입어야 하는 것이었다. 내가 불편해서 못입겠다고 하거나 어떤 부분을 수정하거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실존 인물이고 워낙 큰 인물이고, 모두가 알고 있는 인물이어서 내 입맛에 맞게 바꿔서 어떻게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분이 이뤄낸 일들을 보면 어마어마한데 몇 만분의 일도 따라가보지 못하고 경험해보지 못한채 연기를 해야 하니 답답하기도 했다.
Q. 또 어떤 것이 고민되었나?
A. 실존 인물을 연기 한다는 것은 변화구 보다는 직구를 던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과를 알면서 가는 거다. 특히나 이런 인물과 내용에 대해서는 학문이나 관점에서의 평가가 다양할 것이다. 만족하시는 분과 그렇지 못한 분이 계실 것. 영화를 보신 뒤에 쏟아질 의견에 대해서는 소통해야 할 것이다.
Q. 참 많은 것을 고민한 끝에 내린 선택이다. 소감은 어떤가?
A. 이 작업을 통해 내 배우 성정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굳건히 지키고 살아가야 할 게 뭔지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확고한 신조화 신념이 섰다. 그걸 잘 고수하기 위해 행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고 잘 가야 할 것이다. 더 당당해지고 더 다듬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참 감사하다. 영화 홍보하면서 이렇게 당당하게 홍보할 수 있는 것도 처음인것 같다.
Q. 처음에 감독과 약속했던 지점을 잘 지키며 완주하셨다고 했는데, 혹시 아쉬운 부분은 없었는지?
A. 사실 잘 안지켜진 부분이 있긴 하다. 김창수가 사형받으러 나오면서 감옥에서 함께 지냈던 사람들을 만나는 장면에서 의연하고 눈물 없이 당당하게 사형장으로 가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감독님과도 그렇게 뜻을 합하고 실제 영화를 찍는데 막상 신정근 선배의 뜨거운 눈빛을 보니 갑자기 눈물이 날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배우들의 얼굴을 쳐다봤는데 다른 배우들의 표정도 다 똑같이 뜨거움이 올라온 표정이었다. 집단적 교감이 너무 커서 냉정하게 연기를 못하고 울컥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당당하게 사형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도저히 그러지 못하겠더라. 다행히도 영화에서는 내 뒷모습이 길게 잡히는 바람에 자세히는 안 보여졌지만, 연기를 하는 광대 조차도 그렇게 뜨거울 수 밖에 없는데 그게 정말 실제 상황이라면 어땠겠느냐. 촬영이 끝나고도 진정되지 않는 뜨거운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있다.
Q. 영화를 보면서 많이 놀랬다. 20살의 청년이 저런 상황에서 저런 생각과 행동을 하다니, 오히려 너무 영화 같아서 과장된 것 아닌가 의심했다.
A. 다른 분들도 그러더라. 설마 저랬을까 했는데 정말 그랬다고 하더라. 이보다 더 극적인 상황이 어디 있겠나? 처음에는 나도 많은 의문을 가지고 접근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의심할 여지가 없더라. 감독님이 정말 많은 공부를 하셨고 많은 자료를 갖고 계셨는데 '에이 진짜 그랬을까?' 했던 것이 모두 사실이라고 하니 정말 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배우로서는 신명나는 일이었다. 더 올곧게 전달만 하면 되는 것이니.
Q. 단순히 사람들이 잘 몰랐던 김구의 젊은 시절 이야기라고 받아 들이기엔 더 깊은 여운이 남는 영화더라.
A. 영화 속에서는 김창수라는 인물이 결국 김구가 될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시작은 천하고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동학과 사건을 겪다가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김구가 되는 과정을 조망한 이야기다. 어떻게보면 김구가 살아온 과정이지만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는 있다. 사람들과의 소통도 중요하고 미천한 사람도 평범한 사람도 소통을 통해 뭔가를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중요하고 누군가의 말을 듣는 나의 태도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들수도 있고 나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속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김창수의 모습이 참 많이 와닿았다. 위인이라고 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줄 책임과 의무는 없지만 김창수를 그걸 다 들어줬다. 대서, 대필로만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소통의 시작이었다. 관객들에게도 김창수의 의지가 소통되고 나눠지면 좋겠다.
나는 영화를 통해 얻은게 너무 많아서 수업료를 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Q. 혹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으신가?
A. 효창공원에 김구선생 생묘가 있다. 시간되시면 들러보시라. 기념관도 잘 만들어져 있고 다른 독립운동을 하신 선생님들께 참배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참 좋은 곳이다. 지금 사는 곳이 용산인데, 인터뷰 첫날 아침 일찍 아내와 함께 가서 인사를 드리고 왔다.
1896년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김구)가 인천 감옥소 조선인 사이에서 대장으로 거듭나기까지의 625일을 그린 영화 <대장 김창수>는 오늘 개봉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키위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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