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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성적표] 최시원 코믹 연기 통했나? <변혁의 사랑> 그뤠잇 혹은 스튜핏한 이유

기사입력2017-10-1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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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원, 강소라, 공명 주연의 tvN 토일 드라마 <변혁의 사랑>이 10월 14일(토) 첫 방송되었다. <변혁의 사랑>은 재벌3세 '변혁'이 백수로 신분이 전락하고 고학력임에도 알바를 전전하며 프리터족으로 살아가는 백준(강소라)와 함께 헬조선 알바라이프에 뛰어드는 로맨스 코믹 드라마. tvN이 금토 드라마가 아닌 토,일드라마로 시간대를 바꾸고 오랜만에 돌아온 최시원, 강소라의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았다.



<변혁의 사랑>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흔히 다뤄왔던 청년 세대 이야기와 재벌3세의 이야기를 믹스했다. 시놉시스와 캐스팅만으로 '어떤 장면'이 나올지를 예상했다면 그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내용을 1화에서 전개했는데, 특히 최시원의 한껏 망가지는 연기로 웃음만큼은 보장되는 유쾌한 드라마라 할 수 있겠다.



GOOD

- 최시원의 코믹 연기는 사랑입니다. ★★★★★

- 공명의 짠내 연기는 사랑입니다. ★★★★

- 한장면도 쉴틈을 주지 않는 빠른 편집과 킥이 확실한 코미디 ★★★★

최시원은 코미디와 멜로를 유난히 잘 살리는 배우로 자리잡았다. 유들유들하게 망가져가며 '최시원'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느끼하면서도 과한 모션등을 오히려 연기로 적극 끌어와 코미디로 활용해왔다. 지난 출연작 <그녀는 예뻤다>에서도 그러한 연기로 눈도장을 쾅쾅 찍었는데, 전역 후 처음 한국 시청자들에게 선보인 연기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철부지에 갑질을 해대는 '변혁'은 자칫 비호감이 되기 쉬운 캐릭터다. 그가 드라마에서 첫 등장하는 장면은 '중견기업 2세의 기내 난동'으로 화제를 모았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실제 사건의 당사자가 전 국민적인 비난을 받았던 것을 상기해보면 최시원이 연기하는 '변혁' 역시 호감으로 봐주기는 어려운 캐릭터. 그러나 얄미운 것과 한심한 것을 겸비했음에도 도저히 미워만은 할 수 없는 재벌3세의 연기를 최시원은 훌륭히 연기해냈다.

강소라가 연기하는 당당한 프리터족 역시 백준 역시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아르바이트라는 철저한 '을'의 상황에서도 인격만큼은 팔지 않겠다는 마인드를 가진 그녀는 할 일은 똑부러지게 해내되 자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갑에게는 사이다를 날린다. 하루에 알바를 3개씩 뛰면서도 힘든 기색 없이 열심히 사는 '캔디형' 여주인공. 그런데 그 캔디가 울지 않고 자기 길을 해쳐나가니 매력적일 수 밖에. 공명이 연기하는 권제훈은 대를 이어(아버지는 변혁의 아버지인 재벌 회장님의 기사) 재벌 뒤치다꺼리를 하며 굴욕적으로 살면서도 마음 속에 칼을 품고 성공을 갈망하는 캐릭터다. 짠내나는 공명의 연기 역시 복잡한 권제훈 캐릭터를 잘 살려냈다.



드라마는 시종일관 활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헬조선'의 청년세대를 밝게 그려냈고, 또한 재벌3세가 알바족을 만나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게 살았는지를 깨닫는 장면 역시 빠르게 설득해냈다. 변혁이 백준과 소동에 휘말려 친구가 되고, 또한 백준-권제훈의 옥탑방에 살게 되는 일련의 과정 역시 어색하지 않았다. 금수저들이 흙수저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아도,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삶에 대한 의지를 꺾는다는 백준의 설명을 그래프로 설명하는 등 연출 역시 요즘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지루할 틈이 없었다.



BAD

- 재벌들의 갑질, 재미있으면 용서됩니꽈? ★★★★★

- '알바' 세 탕 뛰면서 열심히만 살면 정규직보다 낫다? 알바가 얼마나 힘든데!! ★★★★★

- 철부지 재벌3세, 알바 뛰며 열심히 사는 캔디녀 등등 어디서 많이 본 캐릭터들 ★★★★★


그러나 재벌3세, 프리터족,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인격을 모독하는 갑질 등 한국 사회의 병폐라 할 수 있는 민감한 소재들을 지나치게 밝고 명랑 쾌활하게만 그려낸 점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아무리 최시원이 연기하는 변혁이 나중에 정신차리고 현실을 깨닫는다고 하여 그가 그동안 저질러 온 상류층의 일탈(음주운전, 클럽 난동, 비행기내 난동 등등) 등은 '철은 없지만 마음씨만큼은 착하다'고 설명하기 어렵다.



변혁이 기내 난동 후 끌려와 아버지에게 혼이 날 때, 아들 대신 아들의 비서인 제훈(공명)을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몽둥이로 가격하는 재벌 회장의 모습 역시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한국 사회에 그러한 회장이 이미 있어왔기에 그런 모습들을 그릴 때 저렇게 코믹하게만 그려도 되는 것인가 싶은 것이다. 또한 강소라가 연기하는 백준이 고스펙임에도 정규직에 지원조차 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는 방식 역시 지나치게 밝기만 했다. 일단 시간적, 물리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루에 3~4개씩 뛰는 것이 가능한가? '젊을 때에는 사서 고생한다'고 잔소리하는 어른들이 예시로 삼는 청년층의 모범이 될법한 백준. 하지만 실제로 24시간을 알바로 가득 채워 삶을 버텨내는 20대가 보기에는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질만한 전개였다.



백준은 회사에 열정을 쏟았지만 배신당하고 상처 받은 아버지를 보고 자신은 정규직이 되지 않겠노라고 선언한다. 그런 그에게 제훈(공명)은 '사람은 하는 일로 값이 매겨진다'고 조언한다. 화가 나지만 그의 조언은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사실 백준이 아침에는 녹즙배달, 낮에는 카페 아르바이트와 호텔 아르바이트 등을 하는 모습 속에서는 고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화장품 광고처럼 말갛고 예쁜 강소라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아, 그냥 뭐든지 재미있게 하면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재미있게 열심히 당당하게 일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인데, '헬조선'과 '삼포세대'를 소재로 하고도 지나치게 밝게만 그린 것이다. 백준의 모습 속에서는 그냥 '열심히 살지만 당당하고 밝은 캔디' 이상도 이하도 담기지 못했다.



옥탑방에 숨어들어 철들기 시작하는 금수저의 모습은 <옥탑방 고양이> <옥탑방 왕세자> 등의 기존 드라마에서도 자주 활용했던 소재다. 뻔할 수 있는 소재들을 섞어서 활용한 <변혁의 사랑>이 앞으로 얼굴을 한껏 망가트린 최시원의 코믹 연기에만 기댄다면 새로움을 던져주기 어려울 것이다.
<변혁의 사랑>은 매주 토, 일 밤 9시 방송된다.



iMBC 김송희 | tvN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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