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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크리닝] 칼부림보다 더 치열한 신념의 싸움, 간만에 깊이 있는 웰메이드 사극 <남한산성> ★★★☆

기사입력2017-09-2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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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1636년 인조 14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청나라가 조선에 침입하며 일어난 전쟁인 병자호란에 대한 이야기다. 후금은 국호를 청으로 바꾸고 조선에 대로운 군신관계를 요구하며 압박을 해 온다. 청이 순식간에 한양 근처까지 당도하자 인조는 강화도로 피신하려 하지만 길이 막혀 결국 가까운 남한산성으로 숨어든다. 추위와 굶주림, 절대적인 군사적 열세 속 청군에 완전히 포위된 상황, 대신들의 의견 또한 첨예하게 맞선다. 청과의 화친을 통해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주화파인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분)과 청의 치욕스런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척화파인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분). 그 사이에서 ‘인조’(박해일 분)의 번민은 깊어지고, 청의 무리한 요구와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데...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나라의 운명이 그곳에 갇혔다!


▶ 비포스크리닝

2007년 출간 이래 70만부 판매, 100쇄를 기록하고 제15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김훈 작가의 소설 ‘남한산성’은 남한산성에 갇힌 조선의 왕, 그 앞에서 벌어지는 두 충신의 대립, 그리고 흔들리는 조선의 운명 앞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을 통찰력 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출간 10년 만에 스크린으로 옮겨지는 <남한산성>은 <도가니>로 466만 관객을 <수상한 그녀>로 865만 관객을 사로잡은 황동혁 감독 작품이다.


숫자로 따지면 더 놀라운 1,232만 관객 동원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이병헌이 다시 한번 명품 사극 연기를 선보이며, <추격자> <도둑들> <검은 사제들>로 묵직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김윤석이 이에 맞서 팽팽한 연기 대결을 펼친다. 뿐만 아니라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 등 내노라 하는 충무로의 연기파 배우들은 총 출동하여 탄탄한 캐릭터들의 열전을 쏟아낼 것이다.
뿐만 아니라 150억의 제작비가 들어갔다는 이 영화는 국내 최정상 제작진의 총집합으로 사실감 높은 세트, 의상, 소품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에 무게감을 실어줄 예정이다.


▶ 애프터스크리닝

정말 잘 만든 영화다. 연기, 배경, 연출, 세트, 소품, 그 많은 엑스트라들 조차도 겁에 질린 조선의 백성 처럼, 또는 기세 등등한 청나라 군사처럼 보이며 웰메이드의 진수를 보여준다.
얼마나 한컷 한컷을 정성들여 만들었던지 139분의 다소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지나간다. 제작진들이 5개월의 혹한 속에서 전국 올 로케이션 촬영을 하며 담아냈다는 남한산성의 추위와 풍경은 관객의 무릎이 시릴 정도로 혹한의 풍경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원작 소설을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스토리에 빠져들 수 있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한 속도로 담백하게 풀어가는 서사는 스피드를 포기한 만큼 영화가 계속도는 동안 관객을 고뇌의 수렁으로 깊이 끌어 들인다.



주화파냐 척화파냐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큰 선택의 갈림이지만 결국 역사에 이미 스포가 된 것 처럼 인조는 청나라에 머리를 조아리지만 그 과정에서 최명길과 김상헌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고민의 결과가 개인과 나라에 어떤 영향을 가지고 오는 것인지에 대해 영화는 조금씩 관객의 숨통을 조이며 끝을 향해 걸어 간다.

특히 영화 중후반에서 최명길과 김상헌이 청에게 보낼 서신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장면은 칼이 아닌 말로도 이렇게 피튀기는 싸움을 할 수 있구나를 느낄 수 있는 명장면이다. 두 개의 다른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한다는 표현이 이럴때 쓸 수 있는 구나를 깨닫게 하는 인상적인 장면이자 둘다 옳고 그름을 가늠하기 어려움을 드러내는 명연출이 돋보인 장면이다.


이병헌, 김윤석 두 배우의 연기도 정말 일품이다. 머리 속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생각이 들어 있는지를 눈빛으로 드러내는 이병헌과 묵직하고 굵은 톤으로 툭툭 내뱉는 대사로 결연함을 드러내는 김윤석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연기의 아우라를 뿜어낸다. 화려한 액션, 멋진 의상, 폼나는 소품 없이도 이렇게 명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물론 영화 중간중간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들도 있었다. 멀리 보지 못하고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지 못하는 대신들의 모습은 웃픈 현실을 반영하는 듯 하여 실소를 자아낸다.
굉장히 진지한 내용이며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이야기거리도 많은 영화로 긴 추석 연휴 가벼운 영화도 한편 봤다면 <남한산성>같은 영화도 보면서 가족간에 오랜만에 토론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남한산성>은 10월 3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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