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푸터(고객센터 등) 바로가기

[애프터스크리닝] 공무원과 민원인의 멜로 속 기분 좋은 뒤통수 <아이 캔 스피크> ★★★★

기사입력2017-09-07 10:59
  • 트위터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링크 복사하기

▶줄거리


지난 20년 간 명진구청에 8,000건의 민원을 제기해온 블랙리스트 1호 옥분(나문희) 앞에 원칙주의자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가 나타난다. '도깨비 할매'의 기세에도 굴하지 않고 평소 소신대로 민원을 처리하는 민재와 긴장관계를 형성하던 옥분은 우연히 그가 영어를 잘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선생님이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갑작스러운 요청에 당황한 민재는 단호하고 정중하게 거절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옥분은 꼭 영어를 배워야한다고 애원한다.


모종의 거래로 시작된 이 영어수업을 통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옥분과 민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민재는 옥분이 영어로 꼭 하고 싶었던 말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과연 그 말이 무엇이었을지, 옥분은 결국 말을 할 수 있었을지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의 반전이 거듭된다.



▶비포스크리닝
추석 개봉, 전혀 성격이 다른 할머니와 공무원의 만남, 영어를 통해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 이 세 조합을 두고 봤을 때 연상되는 건 전형적인 휴먼코미디 영화였다. 물론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나문희와 이제훈의 조합이 만들어낼 가슴 따뜻한 이야기는 가족과 함께 명절 영화관에서 만나보기에 손색이 없지만 그 이상의 기대는 없었던 것이 사실.


게다가 이미 알려진 대로 이 영화는 위안부 문제를 함께 녹여낸다. 대체 이들의 영어 수업이 어떻게 위안부와 연결된다는 것인지, 휴먼코미디와 역사적 비극이 맞물릴 수 있기나 한 건지, 그렇고 그런 신파로 감정에 호소하는 것은 아닐지 상영 전부터 걱정과 호기심에 가득찼다.



▶애프터스크리닝
기분 좋은 뒤통수였다. 결코 가벼울 수 없는 메시지를 유쾌한 터치로 담아내는 솜씨에 최소 세 번 이상 개운하고 얼얼한 기분을 느꼈다. 뻔한 장치들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훅 치고 들어오고, 속았다는 기분이 들어도 화가 나지 않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게 만드는 묘한 영화였다.


실제로 위안부 할머니를 옆에서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을 강조하고 싶었다는 김현석 감독의 의도처럼 영화는 묵직한 반전이나 메시지에 연연하지 않는다. 다만 그저 그 할머니 분들이 여전히 우리 주위에 살아계시고, 자기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계시다는걸 보여줄 뿐이다. 그 와중에 웃음과 풍자까지 꼭꼭 눌러 담았다.


자칫 물과 기름이 될 수 있었던 이러한 조합을 가능하게 한 건 그 어떤 멜로보다도 찰떡같았던 나문희와 이제훈이다. 두 사람은 때로는 공무원과 민원인으로, 때로는 할머니와 손자로, 때로는 개그콤비로 영화를 꽉 채우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한다. 이들과 함께 웃고 울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봉원시장 사람들, 명진구청의 직원들이 되어 저마다의 감상을 품게 될 것이다.



<아이 캔 스피크>는 민원 건수만 무려 8,000건,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매 ‘옥분(나문희)’과 오직 원칙과 절차가 답이라고 믿는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상극의 두 사람이 영어를 통해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면서 진심이 밝혀지는 이야기로 2017년 추석 개봉을 앞두고 있다.




iMBC 김은별 |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