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기의 스타이자 ‘팝의 황제’라 불리던 마이클 잭슨이 6월 25일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마이클의 죽음은 전 세계인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는데, 특히 이곳 일본에서의 반응은 상상 그 이상이다. 그날 아침 방송은 대부분의 시간을 마이클 잭슨에 할애했고, 저녁 뉴스 시간도 모두 마이클 잭슨의 차지였다. 후지TV는 고정시청률 20% 이상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퀴즈 헥사곤II>의 방송을 취소하고 2시간짜리 마이클 잭슨 특집 방송을 편성하기도 했으며, 26~28일의 주말도 민영 4사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마이클 잭슨을 위해 사용했고, 모든 방송사가 즉시 LA로 취재팀을 보내 현지 반응 등을 직접 취재하기도 했다. 이들은 미국 현지 반응은 물론이고 한국, 중국의 신문 기사들을 비롯해 전 세계 각지의 시민들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까지 방영할 정도로 마이클 잭슨에게 관심을 보였다. 주말에 이들이 마이클 잭슨에 할애한 방송시간을 모두 합치면 10시간이 훌쩍 넘는다.

일본 방송이 마이클 잭슨의 죽음에 이토록 깊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일본 내에서의 마이클 잭슨의 식지 않는 인기 때문이다. 한때 일본에는 이런 농담도 있었다. “감기에 걸려도 뉴스에 나올 사람이 일본에 세 명 있는데, 마이클 잭슨, 욘사마, 고이즈미 수상.” 마이클 잭슨은 1993년부터 아동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계속해왔는데, 이에 관련된 각종 보도에서도 일본인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갖지 않았다. 그의 기행은 오히려 일본인들에게 개성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마이클 잭슨은 모두 여섯 차례의 일본 투어를 가졌다. 1973년 ‘In Japan! Jackson5’를 시작으로, ‘Bad Tour 1987’ ‘Bad Tour 1988’ ‘Dangerous Tour 1992’ ‘Dangerous Tour 1993’ ‘History Tour 1996’까지 공연 횟수로만 44회의 공연을 일본에서 했다. 그중 다섯 회의 공연은 마이클 잭슨 개인이 아닌 잭슨파이브의 공연이었다.
1987년 공연의 경우 9월 25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흘에 걸쳐 이뤄졌는데, 이때 마이클은 2주나 일본에 머물렀다. 1988년의 경우에는 12월 9일부터 12월 26일까지 거의 한 달 가까이 공연을 계속하면서 일본에 머물렀는데, 마이클은 이와 같이 일본 공연을 하면서 상당히 오래 시간 일본에 머물며 각종 방송에 출연하고 관광을 즐길 만큼 일본을 좋아했다. 그는 특히 디즈니랜드를 좋아했기 때문에 디즈니랜드를 찾았고, 일본 전자제품을 좋아해서 양판점을 전세 내어 쇼핑하는 등 일본 내에서도 많은 화제를 몰고 다녔었다. 마이클은 공연 이외에도 자주 일본을 찾았는데, 2007년 3월에 열렸던 참가비 40만 엔의 선상파티는 비싼 참가비에도 불구하고 250장의 티켓이 순식간에 팔려나갈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마이클 잭슨을 밀착 취재했던 다큐멘터리
일본이 이토록 마이클 잭슨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데는 일본 미디어들의 습성과 마이클 잭슨의 기행이 찰떡궁합으로 맞아떨어지기 때문이지만, 그 이면에는 마이클 잭슨이 일본의 기성세대들이 전반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특정 정서의 상징적인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고도 성장시대였던 1960~70년대를 거쳐 1980년대에 와서 일본은 막대한 부를 형성했다. 그 부를 흥청망청 낭비하다가 1990년대 초반에 와서 버블 붕괴라는 사건을 맞으며 주저앉은 일본이다.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는 바로 이 일본인들이 버블에 취해 있던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가 가장 오랜 기간 일본에 머물렀던 1987년과 1988년은 일본 버블의 최절정기였다. 1990년부터 시작된 버블 붕괴는 1992년에 완전히 바닥을 찍고, 1993년부터는 극도의 경기침체가 시작되어 그대로 10년간 지속되었다. 마이클 잭슨의 몰락이 시작된 성적학대 의혹 사건이 발생한 것도 1993년으로 공교롭게도 일본의 버블 경기 붕괴와 거의 비슷한 시기였다.
일본인들 스스로는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지만, 버블의 단물을 맛보았던 지금의 30대 중반 이후의 세대들에게 마이클 잭슨은 화려했던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콘인 셈이다. 당대 최고의 그 마이클 잭슨을 극동의 섬에 한 달씩이나 잡아 놓을 수 있을 정도의 부를 자랑할 수 있었던 1980년대 말을 회상하게끔 하고, 초라해진 그를 SMAP의 버라이어티 방송에 게스트로 초대해 기무라 타쿠야가 만들어 주는 요리를 먹게 함으로써 여전히 녹슬지 않은 자신들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이 순수하게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사랑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들의 무의식에는 바로 그러한 정서가 깔려 있는 것이다. (참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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