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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크리닝]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흑백사진 <군함도> ★★★

기사입력2017-07-1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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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1945년 일제강점기.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과 그의 하나뿐인 딸 ‘소희’(김수안). 그리고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칠성’(소지섭), 일제 치하에서 온갖 고초를 겪어온 ‘말년’(이정현) 등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로 향한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탄 배가 도착한 곳은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해 노동자로 착취하고 있던 ‘지옥섬’ 군함도였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조선인들이 해저 1,000 미터 깊이의 막장 속에서 매일 가스 폭발의 위험을 감수하며 노역해야 하는 군함도. 강옥은 어떻게 하든 일본인 관리의 비위를 맞춰 딸 소희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온갖 수를 다하고, 칠성과 말년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한편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자 광복군 소속 OSS 요원 ‘무영’(송중기)은 독립운동의 주요인사 구출 작전을 지시 받고 군함도에 잠입한다.
일본 전역에 미국의 폭격이 시작되고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자 일본은 군함도에서 조선인에게 저지른 모든 만행을 은폐하기 위해 조선인들을 갱도에 가둔 채 폭파하려고 한다. 이를 눈치 챈 무영은, 강옥, 칠성, 말년을 비롯한 조선인 모두와 군함도를 빠져나가기로 결심하는데... 지옥섬 군함도, 조선인들의 목숨을 건 탈출이 시작된다.


▶ 비포스크리닝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 현 나가사키 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18km 떨어진 곳에 있는 섬이다. 원래 이름은 ‘하시마(端島)’이지만 일본의 해상군함 ‘도사’를 닮아 ‘군함도(軍艦島)’라 불린다. 군함도는 축구장 2개만한 크기의 인공 섬으로 섬 전체가 탄광이며 19세기에 석탄의 존재가 확인된 이후, 1890년부터 미쓰비시 기업의 소유가 되어 고층 아파트도 만들어 지고 다양한 시설과 도시 기능을 갖추었지만 1970년대 이후 에너지 정책의 영향을 받아 1974년 1월 15일 폐산, 군함도는 현재 무인도가 되었다. 하지만 이 군함도는 사실 태평양 전쟁 이후 1940년부터 1945년까지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을 당한 곳이다. 조선인들에게 ‘지옥섬’ 또는 ‘감옥섬’이라 불린 군함도의 갱도는 해저 1,000m를 넘고 평균 45도 이상의 고온이었으며 가스 폭발 사고에 노출되어 있었으며 허리조차 펼 수 없는 비좁은 공간이었기에 체구가 작은 어린 소년들이 강제 징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노동 환경이 열악한 해저 탄광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은 하루 12시간 이상 채굴 작업에 동원되었다. 이 중 일부는 부적합한 채굴 조건으로 인해 병에 걸리거나 탄광 사고,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했으며 도망을 시도하다 바다에 빠져 익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 2015년 7월 5일, 조선인 강제 동원의 역사는 철저하게 지운 채 군함도를 근대화와 산업 혁명의 상징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데 성공한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여 '탈출'이라는 상상력을 가미한 영화 <군함도>가 만들어졌다.


사전 홍보에 의하면 류승완 감독은 리얼한 재현을 위해 실제 군함도의 2/3 사이즈의 최대규모의 초대형 세트를 제작했고 무려 3개월간의 디자인 과정과 6개월간의 시공을 거쳐 완성되었다고 한다. 철저한 사전 답사와 사전 조사를 통해 만들어진 세트에서 배우들은 체중 감량, 반 삭발 등의 노력으로 몸을 아끼지 않은 투혼을 펼쳤다고 한다. 이미 역사적인 사실 만으로도 울컥하는 무언가를 전해주는 <군함도>는 영화를 보기 전부터 필람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 애프터스크리닝

영상을 통해 확인한 군함도의 실체는 상상보다 더 잔혹했다. 리얼한 세트와 극단적인 상황 설정 탓에 영화에는 빨리, 자연스럽게 몰입되며 조선인을 핍박하는 일본도 나쁘지만 일본인보다 못한 조선인들의 모습도 보여지며 전쟁통속 인간 군상은 그야말로 지옥같음을 그려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파할 강제 징용이라는 비극적 역사, 그리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전쟁의 폐해와 고통은 묵직한 울림을 전해준다. 어떤 의미에서는 <국제시장>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조선과 일본으로 이분화 되지 않은 스토리 덕분에 영화는 맹목적인 애국심 보다는 극한 상황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의 인간을 들여다 보게 해 준다.



류승완 감독은 언론시사가 끝난 후 "영화에 대한 관심이 크다보니 행여 실제 역사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굉장히 조심스러운 것은 역사의 아주 드라마틱한 한 순간을 가지고 여름 시장에 장삿속으로 내놓으려고 하거나 한 건 아니다. 본의 아니게 엄청나게 큰 영화가 돼버려서 저희의 작업이 실제 역사에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닌가 싶다"라고 조심스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군함도의 모습이 강렬해서 류승완 감독의 이런 걱정에는 공감이 되는 대목이었다.


2015년에 <베테랑>으로 천만관객을 모았던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자,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이지만 알고나니 더 씁쓸해지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과거사와 엮인 내용이어서 이번에도 천만관객이 가능할지가 궁금해진다. 지옥섬 군함도에서 목숨을 건 조선인들의 탈출을 그린 영화 <군함도>는 7월 26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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