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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김명민 "식상한 연기는 싫다. 아직도 내 연기는 70점대"

기사입력2017-06-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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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종로구 팔판동의 카페에서 영화 <하루>에 출연한 배우 김명민을 만났다. 김명민은 <하루>에서 홀로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의사 준영을 연기했다. 세계를 돌며 의료봉사를 하느라 딸은 늘 뒷전이던 준영은 딸의 12번째 생일만은 꼭 함께 하고 싶어 약속 장소로 향하던 중 교통사고 현장에서 싸늘하게 주검이 된 딸을 발견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딸의 죽음. 준영은 딸을 살리고 반복되는 하루를 끊기 위한 사투를 펼친다. 김명민이 연기한 <하루>는 6월 15일 개봉한다.


Q. 타임루프 소재여서 영화를 선택하기에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떤가?

A. 타임루프 소재 자체가 갖는 특징이 너무 강했다. 그나마 위로하는 것은 감독이 다르고 배우가 다르면 다른 분위기의 영화가 만들어 진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는 선과 악이 따로 없다. 필연성만 있고, 인간의 굴레라는 것이 오랜 시간 동안 바뀔 수 없고,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 출연했던 영화 <소름>때도 회귀성에 대해 느꼈었는데 벗어나고자 해도 결국 그자리에 다시 와 있더라. 이번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으려는 과정을 지치도록 보여준다.
이 작품은 끝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출연하기로 결정해놓고 촬영을 기다리는 중에도 고민을 했다. 도 아니면 모,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본만큼 얼마나 영상을 잘 뽑아 내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우려보다는 잘 나왔다.

Q. 변요한을 이번 영화에 추천한 이유는 무엇인지?
A. 배우라고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뼛속까지 배우인 사람은 별로 없다. 요한이 만한 배우는 없었다. 화면을 통해서도 배우의 모습은 보여지지만 그 사람이 카메라 안밖에서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보면 분명히 알아 볼 수 있다. 요한이는 연기에 대한 답을 갖고 있는 배우이다. 꾸준히 봐 왔고, 언젠가는 한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같은 작품을 하면서 요한이가 내뿜는 젊은 열정을 느껴보고 싶었다.

Q. 준영이라는 인물이 과거에 했던 행동은 지금의 모습에 비춰보면 충격적인 선택이었다.
A.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발현되는 장면인데, 내 딸이 지금 당장 죽게된다고 하면 내가 준영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고 이기적인 모습도 보이며 살아가지만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결국은 남에게 피해를 주고 상처를 줄 수 있다. <하루>는 내 가족을 지키려는 세 남자의 이야기이며 그들의 용서와 화해를 그리는 영화다.



Q. 딸로 출연한 조은영이 '명민 아빠'라고 부르며 잘 따르더라.

A. 조은영이 현장에서 선배라고 부를때가 있었다. 보통 어린아이 같지 않더라.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인데 배우로써 느낌은 굉장히 성숙하다. 눈빛이나 연기할때의 자세가 어린애 같지 않다. 나는 조은영을 동료배우 대하듯이 했었는데, 현장에서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하는 배우더라. 배우로의 청사진이 있다는 것이 대단했다. 나는 어린 시절에 그런게 있었나? 라는 생각을 했다.

Q. 연기본좌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족쇄같은 호칭이다. 이것도 일종의 타임루프같다.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나기 힘든 호칭이다. 언급되는 자체가 너무 민망하다.

Q. 자신의 연기에 대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
A. 누군가와 함께 내 연기를 보는 것은 아직도 민망하다. 연기 모니터는 주로 혼자 한다. 내가 하는 연기는 아직도 마음에 안 들고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늘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아직도 점수로 치면 한 70점 정도의 연기라고 본다. 80점 정도만 되도 만족할 것 같다. 남들이 인정해 주는 것은 격려 차원으로 받아 들이지만 나 스스로 내 연기를 인정하는 것은 싫다.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싶지 않다.

Q. 왜 그렇게 스스로를 독하게 몰아 붙이는지?
A. 잘 못하니까. 그리고 더 잘 하고 싶으니까. 내가 신인때 어떤 단역을 맡게 되었고, 그 역할을 위해 안경을 소품으로 써서 연기를 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촬영 당일 너무 경황이 없어서 그 안경을 현장에서 잃어버렸다. 가뜩이나 단역이라 짧게 등장하는데 무기처럼 준비한 소품마처 없어지니 너무 볼품이 없어지는 거다. 그때 자신에게 속상하고 나 스스스로가 얼마나 미웠던지 화장실에 들어가서 나 자신을 엄청 때렸다. 그래도 분이 안 풀리더라. 그 후로는 다시는 소품을 잃어버리거나 덜렁대지 않는다. 완벽하지 못하기에 많은 준비를 하고, 최대한 많이 노력을 한다.


Q. 모든 씬들을 미리 완벽하게 준비해 와서 촬영하는 편인가?
A. 준비라는 것이 꼭 소품이나 행동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오히려 나의 본성을 끌어 올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예를들어, 이번 영화에서 아이가 공중에 뜨는 장면을 목격하는 장면은 아버지인 준영에게 극한의 고통이자 자책이 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촬영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참 막막했다. 그래서 감독님께 리허설 없이 한번 바로 촬영을 해 보자고 요청을 드렸고, 내 감정을 극단적으로 끌어내는 걸 시도해 봤다. 조금만 더 일찍 왔다면 아이를 살릴 수 있을텐데 왜 그러지 못해서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나 하는 자책감을 최대한 끌어 올렸고,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스스로 뺨을 때리는 모습이 나오더라. 개인적인 성향이 많이 반영된 장면이자, 대본에 없이 완성된 장면이다.

Q. 많은 부분이 힘들었겠지만 이번 영화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A. 매일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장면을 같은 스탭들과 촬영하면서 정말로 타임루프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 탈출하고 싶었다. 정말 끝내고 싶지만 끝이 안 나는구나!하는 고통을 즐기며 촬영을 했었다.


Q.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흥행인가?

A. 흥행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나는 나를 간절히 원하는 분이 있다면 일단 간다. 게다가 시나리오도 괜찮다면 무조건 간다. 그 시나리오가 어떤 감독의 입봉작이라 할 지라도 그 감독이 제 2의 봉준호가 될지 어찌 알겠느냐? 나에게 러브콜을 보내주고, 나로 인해 더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다면 나를 원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달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안전한 길만 계산하며 가는 것 보다는 좀 더 모험적인 길도 도전해 보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주변에서 아무리 뭐라고 해도 나는 내가 싫으면 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건 하는 데 한번 해 본 경험은 식상해서 다시 하지는 않는다. 장르를 구분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냥 중복되는 건 피하고, 식상하지 않으면 시도한다.

Q.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은 어떤 것인가?
A. <물괴>라는 영화를 지금 절반정도 찍고 있다. 이 영화도 보이지 않는 괴물과의 싸움이다. 사전준비가 철저해야 하고, 프리 비주얼 단계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품이다. 색다른 경험인데 새로운 경험은 한 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웃음)

Q. 김명민의 인생작 3개를 꼽자면?
A. 아무래도 내 첫 작품이고 많은 분들이 아껴주시는 <소름>을 처음으로 꼽을 수 있겠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나의 연기 연령을 빨리 앞당겨준 영화다. 연기를 장르로 나누는 건 어렵지만 코믹 연기는 내 나이 한 60대쯤에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계획보다 앞당겨 나를 이끈 작품이라 의미가 있다. 이번의 <하루>도 내 연기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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