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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크리닝] 6월의 하드보일드한 극장가에 한줄기 시원한 개울물 같은 영화 <용순> ★★★★

기사입력2017-05-3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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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도 첫사랑도 어설프지만 치열하고 순수해서 아름다운 것"


▶ 줄거리

열여덟 용순은 육상부 담당 체육 선생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체육 선생에게 왠지 다른 여자가 생긴 것 같다. 엄마 같은 친구 문희와 원수 같은 친구 빡큐가 합심해서 뒤를 캐어보지만, 도통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아빠라는 사람은 엄마 없는 딸을 위한답시고 몽골에서 새 엄마를 데리고 왔다. 유난히 뜨거웠고 무던히도 달렸던 그 여름, 사랑과 처음 만난 소녀, 용순.


▶ 비포 스크리닝

신준 감독이 2014년에 만들었던 25분짜리 독립영화 <용순, 열 여덟 번째 여름>의 확장판이다. 졸업작품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신준 감독은 용순의 친구, 가족사, 학교생활로 좀 더 확장 시켜 <용순>으로 첫 장편 영화를 만들었다. 신준 감독은 이 영화로 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대명컬처웨이브상을 수상하였다.


▶ 애프터 스크리닝

6월에 쟁쟁한 대작들이 앞다투어 개봉하는데 그 틈바구니 속에 <용순>도 개봉을 한다. 비싸고 화려한 기성브랜드의 드레스 속에 소박하지만 단아한 디자인의 계량한복 같은 느낌이랄까. 한동안 강렬하고 짙고 무거운 영화들이 극장가를 점령해 왔었는데 <용순>은 전혀 느낌과 색이 다른 영화다. 열여덟 소녀의 첫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이 영화는 청춘들을 대상으로한 연애영화가 아니다. 누구나 이 영화를 보면서 지금의 혹은 과거의 모습을 떠올리고, 내 첫사랑은 어떠했나? 기억에 나는 누군가의 첫 사랑은 이러했었지~라는 생각에 빠질 수 있게 하는 모두의 청춘을 회상하게 하는 청춘영화다.
당시에는 진지하고 치열했지만 너무 순진하고 순수했었기에 나중에 돌이켜 보면 부끄럽기도 하고 우습기도한 소동들을 <용순>은 차곡차곡 재미있게 끄집어내 구깃해진 마음을 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신준 감독은 "우리가 살면서 용기를 내고 거침없이 돌진하던 시기가 과연 언제였을까 생각해보니 사춘기이더라. '용순'을 통해 우리의 뜨거운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혔는데 감독의 의도는 제대로 관객들에게 전달된 셈이다.



용순의 친구들과 가족들 또한 우리들의 뜨거운 시절을 되돌아 보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준다. 용순을 연기한 이수경과 함께 단짝 친구 문희를 연기한 장햇살, 원수 같은 친구 빡큐를 연기한 김동영은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로 섬세하게 고등학생의 심리연기를 펼쳤으며 사랑을 표현하는 데 어색한 아빠를 연기한 최덕문과 리얼리티가 제대로 살아난 몽골 새엄마 얀츠카 까지 현실적인 연기로 용순을 더 이쁜 딸로 만들어 주었다. 물론 세상에서 제일 갑갑한 남자인 체육선생을 연기한 박근록과 이들과 너무 안 어울리게 딱부러지고 세련된 영어 선생님 최여진도 어느 한 구석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이런 캐릭터들의 케미를 통해 <용순>이 단순한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가 아닌 소녀의 성장 이야기, 용순네 가족의 이야기로 발전이 되고, 영화를 보고난 뒤 곱씹을 때 마다 다른 느낌의 감동을 전해 준다.



영상, 음악, 연기. 어느 하나 과하거나 튀는 것 없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지만 영화는 잔잔하지 않고 우당탕탕 소동들이 벌어지며 재미있고 유쾌하게 흘러간다. 영화가 시작되고 3분 후 부터 '풉'하고 웃게 되며 이후로도 10분에 한번 꼴은 어깨를 들썩이며 웃게 되지만 그렇다고 결코 코미디는 아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용순이와 용순의 친구, 가족들을 더 볼 수 없음에 아쉬움이 많이 남고, 심지어 함께 본 관객들과는 좋은 추억을 함께 나눈 친구라도 된 느낌이 든다. 쟁쟁한 영화들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용순>을 찾을지는 모르겠지만 점심시간 혹은 쉬는 시간에 동료들과 함께 "체육 도대체 왜 그럴까?", "빡큐 콧물 봤냐?" "그 계곡은 어디래?"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깔깔 웃는 사람들이 많기를 바래본다. <용순>은 6월 8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롯데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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