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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스크리닝] '동양 판타지' 애니메이션의 정석 <나의 붉은 고래> ★★★★

기사입력2017-05-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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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이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봉정만리(鵬程萬里)는 아시아의 위대한 철학자 '장자'의 〈소요유편(逍遙遊篇)〉에 나오는 말로 전설적인 새 중에서 가장 큰 붕(鵬)을 이렇게 표현했다. "어둡고 끝이 보이지 않는 북쪽 바다에 곤(鯤)이라는 큰 물고기가 있었는데 얼마나 큰지 몇 천리나 되는지 모를 정도이다. 날개 길이도 몇 천리인지 모른다. 한번 날면 하늘을 뒤덮은 구름과 같았고, 날갯짓을 3천 리를 하고 9만 리를 올라가서는 여섯 달을 날고 나서야 비로소 한 번 쉬었다."라고

이 붕정만리의 사상을 담고 있는 <나의 붉은 고래>는 인간과의 접촉이 금지된 세계의 소녀 '춘'이 성인식을 맞아 고래로 변신해 인간 세상을 탐험하러 갔다 인간 소년 '곤'이 자신을 희생해 목숨을 구해주면서 시작된다. 자신의 세계로 돌아온 '춘'은 '곤'을 살리기 위해 금기를 깨고 그의 영혼이 깃든 아기 고래를 사람들 몰래 키워 인간 세계에 다시 환생시키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금기를 어긴 대가로 금지된 세계 전체에 거대한 재앙이 다가오고 재앙과 맞서면서까지 '곤'을 지키려는 '춘'의 이야기가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 비포 스크리닝




<나의 붉은 고래>는 '동양 판타지'답게 아시아 세 대륙에 의해 탄생하게 된 작품이다. 중국의 괴물 같은 신인감독 양선&장춘과 한국의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미르, 일본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OST 감독 요시다 키요시까지, 내로라하는 중-한-일 스텝들이 함께했다. 무려 12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세심한 작업 속에서 완성되었다고 한다. 또한 아시아를 사로잡은 대스타 허위주가 처음으로 더빙을 한 작품으로 붉은 고래로 변해버린 '곤'을 연기하며 더욱 화제를 모았다.

처음 <나의 붉은 고래>의 예고편과 스틸 이미지를 만났을 때 생각난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중국 감독답게 붉은 색상을 아름답고 다채롭게 이용해 화면을 표현했고 거기에 깊은 감동이 있을 것 같은 예고편의 대사들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동양인들의 사상과 판타지로 이루어진 <나의 붉은 고래>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무척 기대가 됐다.

▶애프터 스크리닝



영화를 보며 '작업 시간만 12년이 걸렸다'는 말을 이해하게 됐다. 스크린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동양적인 영상미는 어떤 영화에서도 만나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었다. 마을의 붉은 등불들과 밤하늘이 모여 이루어내는 장관이나,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을 헤엄치는 고래의 모습 같은 어렸을 적 한 번쯤 상상해봤을 이미지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보고만 있어도 황홀해진다는 기분을 <나의 붉은 고래>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 황홀한 영상과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들은 동양적인 매력이 있는 익숙하고 아름다운 소리로 구성되어 귀를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정말 금상첨화(錦上添花)라는 사자성어가 딱 어울리는 애니메이션이다.



처음 이 이야기를 보면 금지된 세계의 소녀 '춘'과 고래가 된 소년 '곤'이 아름답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나의 붉은 고래>에는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한 많은 장치들이 있다. '춘'의 친구이자 그녀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소년 '추', 사람들의 영혼을 관리하는 '영혼 관리자', '춘'을 옆에서 도와주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까지 말이다. 이들은 '춘'이 금지된 세계에서 지낼 수 있게 해주지만 누구보다 '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금기를 깨면서까지 몇 번 만난 적 없는 '곤'을 되돌리고 싶어 하며 재앙까지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상당히 대책 없이 보이긴 했으나, 성인식을 막 마친 어린 소녀라는 걸 생각하면 그럴 법 하다.





이야기가 끝으로 갈수록 '춘'은 깨닫는다. 자신 때문에 모든 것이 뒤틀려버렸다는 것을, 자신이 저지른 일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그렇지만 그녀는 '곤'도 포기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을 희생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무엇도 포기하지 못해 자신을 포기한다니, 어린 소녀에게 다소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춘'이 가여워지는 것도 잠시 생각해보니 그녀의 곁에는 그녀를 사랑하는 '추'가 있었다. "나는 무서운 게 없어"라고 말하는 소년 '추'는 '춘'이 쓰러지자 "나는 무서운 게 없었는데, 지금은 무서워. 네가 깨어나지 못할까봐", "어려서부터 네가 먹는 모습이 좋았어. 예뻤거든"등의 로맨틱한 대사를 마구 날린다. 그럴 때마다 '춘'은 정작 "고마워"라는 말이 다였지만, '추'의 사랑은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더 저돌적으로 표현이 되는데 재앙의 무게도 참 무거웠는데 <나의 붉은고래>의 사랑의 무게도 참 무겁다.정녕 이게 성인식을 막 마친 소년, 소녀들의 사랑인가? 어린 이들에게 너무 많은 시련과 아픔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세 사람의 뜨거운 우정과 사랑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깊이감이 있는 감정선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하고 보지 않는 것이 좋다. 다채로운 캐릭터들과 상상을 초월하는 판타지는 즐거움을 교훈이 담긴 깊이 있는 스토리는 감동을 줄 것이다. 아름다운 판타지 세계, 경이로운 비주얼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나의 붉은 고래>를 추천한다.

한편, 애니메이션 <나의 붉은 고래>는 2017년 6월 1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iMBC 김민지 | 사진제공 <나의 붉은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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