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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스크리닝] 500년 전 이야기지만 요즘의 시대상과 딱 맞아 떨어지는 공감포인트 <대립군> ★★★☆

기사입력2017-05-2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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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선조는 어린 ‘광해’(여진구)에게 조정을 나눈 ‘분조’를 맡기고 의주로 피란한다. 임금 대신 의병을 모아 전쟁에 맞서기 위해 머나 먼 강계로 떠난 광해와 분조 일행은 남의 군역을 대신하며 먹고 사는 대립군들을 호위병으로 끌고간다. 대립군의 수장 ‘토우’(이정재)와 동료들은 광해를 무사히 데려다주고 공을 세워 비루한 팔자를 고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자객 습격과 왕세자를 잡으려는 일본군의 추격에 희생이 커지면서 서로 간에 갈등은 점점 깊어만 가는데…


▶ 비포 스크리닝
그 동안 광해를 다뤘던 드라마 <화정>,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달리 <대립군>에서도 광해를 다루기는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좀 더 많이 기반한 팩션 사극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차별된다. 이영화는 광해라는 인물 뿐 아니라 당시 시대배경인 임진왜란을 다룬 대작 <명량>과도 비교할 수 있겠다. 하필 영화 속 큰 두 주제 '광해'와 '임진왜란'을 다룬 전작들이 천만 관객을 끌어 모았던 대작들이라 과연 <대립군>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도 미리 기대가 된다.

그 동안 대중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각종 역사적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는 <대립군>에는 '대립군(代立軍):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받고 다른 사람의 군역을 대신 해주는 사람'이라는 소재도 착안되었고, '파천(播遷): 임금이 도성을 떠나 다른 곳으로 피란하던 일' '분조(分朝): 임진왜란 당시 임시로 세운 조정' 등의 용어도 강력한 키워드로 등장하며 영화의 주된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 용어의 개념을 알아야만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영화는 기존의 역사영화에 비해 좀 더 관객들로 하여금 역사적 사실을 공부하고 토론하게끔 해 준다.

뿐만 아니라 출연진도 <대립군>을 기대하게 하는 큰 요소 중 하나다. 아직 소년의 티를 벗지 못한 여진구와 사극이건 현대극이건 믿고 보는 이정재가 뿜어내는 아우라는 어떤 모습일지, 또 한번의 인생 캐릭터를 선보이진 않을런지 두 배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사극에서 유난히 좋은 연기를 보인 김무열, 제대로 연기 감초역할을 하는 박원상의 조합도 기대가 된다.



▶ 애프터 스크리닝
'임진왜란', '광해'라는 기존 영화를 떠올릴 수 있는 많은 요소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베일을 벗은 <대립군>은 전쟁 영화도, 정치 영화도 아닌 광해의 성장영화였다. 미처 준비를 다 하지 못한 채 세자가 되어버린 왕의 둘째 아들이자, 정실 소생이 아니었기에 왕의 사랑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던 불행한 조건의 광해. 왜군은 처들어 오고 그 와중에 임금은 백성과 아들조차 버리고 명나라로 도망을 간 상황에서 광해는 자신이 처한 입장이 무엇인지 파악도 하기 전에 분조의 왕이 되어야 했다. 당시 18세의 어린 광해는 10여명 남짓한 늙은 신하들과 함께 영변으로, 다시 강계로 힘든 여정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 돈을 벌기 위해 목숨걸고 남의 이름을 대신해서 전쟁터에서 싸워주는 대립군들과 만나 진정한 리더가 무엇인지, 왕의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를 깨우쳐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진구는 아무것도 모르는 귀한 왕세자 연기부터 이름모를 백성들의 목숨값으로 채워진 왕의 의미를 깨우쳐가는 광해가 되어가는 연기를 촘촘하고 빽빽하게 그려나간다. 이정재 역시 그런 광해를 지켜보며 돈과 살아야겠다는 신념만 가졌던 대립군에서 사람에 대한 믿음과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충신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진정성 있게 보여준다. 광해와 대립군의 여정은 다소 지루한 느낌도 있지만 바위로 점철된 가파른 산길을 왕의 가마를 들고 올라가는 장면, 끝도 없이 펼쳐진 들판을 행군하는 장면 등 험난한 여정을 힘겹게 이어가는 인물들의 고통스러운 모습들이 생생하게 보여지면서 광해와 대립군 간의 치밀한 관계를 충분히 설명하고 납득시켜 주기 위한 과정으로 보여진다.

치열하게 광해가 왕이 되어야 하는 이유와 어떤 왕이 되어야 하는지를 배워가는 동안 대립군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은 때로는 웃기게 때로는 과감하게 현실을 있는대로 꼬집고 비판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이들의 대사들은 가끔 관객의 시점과 맞닿아 더욱 재미를 가져다 준다. 정치인이나 정치가 백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이들의 대사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에는 통쾌하다 못해 씁쓸하기도 하다. 이들이 보여준 원시적인 전투는 요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물량공세, 화려한 카메라 앵글은 아니었지만 극한의 피로감으로 인해 둔해진 움직임,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지루한 싸움으로도 큰 여운을 남긴다.

정말 묘하게 요즘의 우리와 너무나 닮은 500년 전의 이야기다. 지난 가을부터 언제 끝날지 모를 촛불을 밝혀왔던 우리네 현실처럼, 그래서 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리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 <대립군>은 5월 31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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