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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썰] 뻔한 '엿보기'를 '힐링'으로 바꿔주는 예능프로그램의 새로운 트랜드

기사입력2017-04-2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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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가 처음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을 때만 하더라도 시청자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프로그램이라니?'라는 반응을 보였었다. 그저 시골에서 삼시 세끼를 해 먹고, 먹거리를 위해 농사 짓고, 일하는 게 무슨 예능 프로그램이 되겠냐고? 하지만 그렇게 선보인 <삼시세끼>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어딘가를 가기 위해 게임을 하고, 뭔가를 먹기 위해 복 불복을 해야 하며, 그래서 늘 왁자지껄 요란했던 예능 프로그램들 일색에서 말이 많지 않은 출연자들이 조용히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밥해먹기 위해 불을 피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특별한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 염소의 일상까지 끄집어 내야 했던 나영석식 예능 프로그램은 새로운 예능 장르의 시초였다. 그가 <삼시세끼>의 히트 3년 후에 내 놓은 <신혼일기>, <윤식당>이 지속적으로 호평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이제는 시청자들에게 '힐링예능'이라는 장르는 낯설지 않은 반가운 소재가 되고 있다.


O tvN의 <주말엔 숲으로>는 슬로라이프를 살아가는 일반인 욜로(YOLO)족들을 연예인들이 직접 그들의 생활 속으로 찾아가 함께 경험하는 2박3일을 소개하고 있고, 올리브TV에서는 연예인들이 섬마을 주민의 집에서 주민과 함께 생활하는 <섬총사>라는 프로그램을 5월 22일부터 방송한다. 또 JTBC에서 준비중인 <효리네 민박>은 제주에서 슬로라이프를 살고 있는 대표 연예인인 이효리 부부의 집에 일반인들을 초대해 며칠간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6월중 방송예정이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슬로라이프'와 '힐링'을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엿보기'를 조금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할 뿐이다. 가스레인지가 없는 시골에서 불을 피워 밥을 해먹는 모습을 엿보고, 스타 부부가 외딴 시골에서 보여주는 신혼생활은 어떤지를 엿보고, 연예인들이 외국에서 식당 운영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주방에서는 어떻게 하는지를 엿보고, 욜로족과 함께 생활하며 스타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무엇을 경험하는 지를 엿본다.


물론 관찰예능은 예전부터 시청자들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아빠! 어디가>, <나 혼자 산다>, <진짜 사나이>, <꽃보다 할배>,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의 프로그램들은 연예인들의 민낯을 볼 수 있는 생활밀착형 소재들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넓혀왔다. 하지만 이런 관찰예능 조차도 더 극한의 상황에서 웃음을 유발하려는 억지 요소들이 자꾸 가미되다 보니 점점 독해지고 조금이라도 덜 재미있으면 금방 식상하다 평가되는 등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조금씩 피로도가 누적되어 왔다. 이제는 너무 뻔해서 식상한 관찰예능이 최근 '힐링'이라는 컨셉으로 재탄생하며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물론 트랜드는 영원하지 않고,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지만 독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요즘 세상에서 TV를 통해서나마 '오늘도 천천히, 조용히 그러나 즐겁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금요일 밤의 치맥만큼 반갑다. 이들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 시켜주려고 작정했다면 부디 제대로 충분히 힐링이 될 수 있게 잘 만들어 주길!


iMBC 김경희 | 사진 김동환 | 사진제공 tvN,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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