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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썰] <사임당>, <내일 그대와> 잇따른 실패? 독이 든 성배가 되어버린 '타임슬립'

기사입력2017-02-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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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타임슬립이 열풍처럼 방송계를 휩쓸고 있다. 2012년 <옥탑방 왕세자>, <인현왕후의 남자>, <닥터진>, <신의>가 줄줄이 전형적인 타임슬립을 전면에 내세웠던 전례가 있으니 분명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 유행한 타임슬립과 지금의 유행은 확실히 다르다. 2016년 방송을 시작한 <시그널>, 〈W(더블유)〉,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푸른 바다의 전설>, <도깨비>에 이어 2017년 <사임당-빛의 일기>, <내일 그대와>까지 타임슬립은 시간이 흐른 만큼 더 많은 드라마적 상상력과 만나 새로운 옷을 입었다.


최근의 타임슬립은 어떤 매개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는 전형적인 모습에서 탈피하고자 한다. <나인>, <인현왕후의 남자>를 통해 내공을 쌓은 송재정 작가는 〈W(더블유)〉에서 의지를 가지게 된 만화주인공이 현실세계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모습으로 신선한 충격을 줬다. 기존의 시공간 세계를 아예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계가 창조된 순간이었다. 굳이 한 인물이 적극적으로 시간을 이동하지 않아도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도 했다. <시그널>은 미제 사건 해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지닌 인물들이 무전기로 소통했고, 여기에 스릴러를 접목하며 판타지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펼쳐냈다. 한편, <푸른 바다의 전설>과 <도깨비>는 엄밀한 의미의 타임슬립과는 결이 다르지만, 전생과 현생을 아우르는 초월적 존재와의 운명적인 사랑으로 기존의 로맨스보다 더 큰 감동을 선사했고, 여러 장르를 동시에 시청하는 재미를 안겨줬다.

이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자연스럽게 오고가는 시간 여행'이라는 설정이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현대의 인물이 과거로 가서 뜻밖의 영향을 미치거나, 과거의 인물이 현대로 와서 우왕좌왕하며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이상 새롭지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뚜렷한 목적이나 계기 없이 고려시대로 던져진 현대의 인물이 로맨스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실패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지나친 변주가 독이 된 것일까. 앞선 작품들이 나름의 팬층을 확보하며 호평을 받은 것에 비해 2017년 새롭게 선보인 타임슬립 드라마들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직접 개입한다기 보다는 관찰자의 시선에서 두 여인의 삶을 교차시키고 있는 <사임당>은 시청자와 현재의 서지윤(이영애)이 비슷한 시선에서 과거의 사임당(이영애)을 바라볼 수 있다는 극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다. 이는 서지윤과 사임당의 연결 과정이 지나치게 우연에 의존하다보니 시청자 역시 극 중 세계에 몰입하기 힘들었던 탓이다.



<내일 그대와>는 보다 일상적인 지하철을 매개로 시간이동을 하며 로맨스와의 결합을 시도했다. 보통 타임슬립을 필두로 하는 작품들이 시간을 거스르는 거대한 담론 혹은 끝을 예측할 수 없는 판타지적 전개로 시청자들을 압도했다면 <내일 그대와>는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에 타임슬립을 첨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또 오해영>이 데자뷰를 덧대어 재미를 봤던 것처럼 <내일 그대와>의 성공 역시 예정된 수순으로 여겨졌으나 아직까지 로코와 판타지 어느 쪽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과연 본격 신혼생활과 함께 로맨스에 불을 붙일지, 혹은 판타지에 얽힌 사연들을 긴장감 넘치게 풀어낼지 여전히 장르나 시청타겟이 불투명하다.

결국 타임슬립이라는 장치는 최근까지도 명품 드라마, 인생 드라마를 탄생시킬 만한 저력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그 어떤 소재보다 치밀하고 꼼꼼한 구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모든 드라마의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설상가상으로 다양한 변주에도 불구하고 슬슬 타임슬립이 지겹다는 이야기마저 흘러나온다. 이제는 하나의 설정만으로는 눈이 높아져버린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타임슬립도 출생의 비밀이나 기억상실처럼 믿고 거르는 소재가 될지, 아니면 제3의 유행까지 선도할 수 있을지 모든 창작자들의 행보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iMBC 김은별 | 사진 각 드라마 공식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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