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오즈의 마법사>에는 뇌를 갖고 싶어하는 허수아비, 심장을 갖고 싶어하는 양철 나무꾼, 용기 없는 겁쟁이 사자가 주인공 소녀 도로시와 함께 모험의 나라로 떠난다. 그리고 모험의 끝에서 그들은 모두 자신이 간절히 원했던 뇌와 심장, 용기가 이미 자신 안에 존재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것들은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그것을 가지고 있다고 아무도 믿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듯 우리 눈에 쉽게 띄지 않는 것들은 그 존재를 인정하거나 인정받기까지 눈에 잘 보이는 것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

<복면가왕> 속 43·44·45대 가왕의 자리를 지켜낸 '뜨거운 심장 양철로봇'은 바로 이 동화 <오즈의 마법사> 속에서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싶어하는 양철 나무꾼을 모델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양철 깡통으로 만들어진 가면을 쓰고 어딘가 모르게 허술한 모습으로 등장한 그였지만, "신이 노래하는 로봇 알파고를 만들었다면 바로 이렇게 만들었을 것이다"라는 찬사를 들을만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완벽에 가까운 모습으로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정체는 보이그룹 '포맨'의 보컬 신용재였다.

'마치 천재 과학자 같은 이성적 얼굴로 감성적인 노래를 한다'이라는 김구라의 평처럼, 신용재는 외모로 먼저 이름을 알리는 다른 가수들에 비해 방송출연이 드물었다. 그런 이유로 얼굴보다는 목소리가 더 먼저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노래하는 목소리 외에 그에게서 우리는 유쾌한 입담이나 속얘기를 들을 기회는 좀처럼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에 대한 오해도 많았다.

정체가 드러난 2017년의 첫 날 신용재는 평소30대 이상의 나이로 오해받아왔던 설움을 공개적으로 "저 89년생 28살이거든요."라고 토로했다. 우리는 어쩌면 그 동안 그의 외모에 대한 편견 때문에 그가 가진 이십대의 발랄함과 유쾌함을 간과해왔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그가 가왕 연승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준 가장 큰 충격은 30대가 되어서야만 소화할 수 있는 감성이라는 '음악적 나이'에 관한 편견을 완전히 깬 것이었다.

그의 실제 나이를 확인하는 잠깐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전히 '양철로봇'의 마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이유는 그의 '뜨거운 심장'이 존재함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신용재의 음악적 심장은 그가 어느 나이에 머문다 해도 박동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우리에게 여전히 살아있는 생명, 그 자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