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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드] 아직도 들리는 미실의 목소리! 백성과 통치에 대한 드라마 <선덕여왕>

기사입력2017-01-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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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2009)


<선덕여왕>은 살아 숨쉬는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매 회 명대사를 남기며 끊임 없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화랑에서 여왕으로 성장하는 덕만(이요원), 독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일침 어록들을 남긴 미실(고현정)은 물론 유신(엄태웅), 비담(김남길), 춘추(유승호) 등 쟁쟁한 캐릭터들이 얽히고 설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하는지, 또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다스려야하는지 여러 각도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기도 한다. 이처럼 현대극 못지 않은 지독한 현실 반영으로 호평을 받았던 <선덕여왕>은 12회 연장방송, 전국 최고 시청률 44.9%라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선덕여왕> 7회 中


유신: 구천 구백 이십 오. 하나!
천명: 이게 뭐하는 짓이냐! 만 번을 거의 다하지 않았느냐!
유신: 마지막 벨 때 마음이 흐트러졌다.
천명: 이 미련한 자를 보았나? 니 마음 따위를 누가 안다는 말이냐? 그냥 만 번을 채우면 될게 아니냐!
유신: 누가 알든 상관없다. 단지 내가 알기 때문이다.


천명: 이게 바로 네놈이 화랑으로서 낭도들을 통솔하는 방법이구나. 아마도 네놈은 그리 영민하지도 못하고, 무술도 출중하지 못하고, 이 촌구석에서는 제법 행세하나 집안도 별 볼일 없고, 서라벌의 화랑들을 동경하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겠지. 헌데, 낭도들은 다스려야 하니 뭐라도 보여야 할테고. 그래서 택한 것이 그런 우직함과 성실함, 그런 것이냐? 맞구나. 낭도들을 통솔하기 위해 그 우둔한 머리에서 나온 네 나름의 술수로구나.
유신: 술수따윈 모른다. 단지, 진심을 다할 뿐이다.
천명: 네놈이 진심이라고 한들, 술수라고 한들, 아무것도 변하는 것은 없다. 여전히 촌구석의 보잘 것 없는 화랑일 뿐이지. 네놈이 진심이라고 해도, 무엇이 변하겠느냐?
유신: 모든게 변한다! 진심을 다하면 적어도 나 자신은 변할테니까. 내가 변하면, 모든게 변한다. 그렇게 믿고 있다.


<선덕여왕> 29회 中

미실: 그래서 신권을 포기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덕만: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미실: 공주님, 세상은 종으로도 나뉘지만, 횡으로도 나뉩니다.
덕만: 무슨 말씀이십니까.



미실: 세상을 종으로 나누면 이렇습니다. 백제인, 고구려인, 신라인. 또 신라 안에서는 공주님을 따르는 자들, 이 미실을 따르는 자들. 하지만 세상을 횡으로 나누면 딱 두가지 밖에 없습니다.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 세상을 횡으로 나누면 공주와 저는 같은 편입니다. 우리는 지배하는 자입니다. 미실에게서 신권을 뺏으셨으면 공주님께서 가지세요.
덕만: 허면 또 언젠가 다시 빼앗길 수도 있겠죠.
미실: 그게 두려워 버리시는 겁니까?
덕만: 버리는 것이 아니라 백성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미실: 그게 버리는 것입니다. 그걸 버리고 어찌 통치를 하려 하십니까? 우리는 정쟁을 하고 있습니다. 정쟁에도 규칙이 있는 것입니다. 이건, 규칙 위반입니다. 무엇으로 왕권을 세우고 조정의 권위를 세우겠습니까? 무엇으로 백성을 다스리려고 하는 겁니까?
덕만: 진실이요.
미실: 진실, 무슨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까? 백성들이 새로운 천신황녀라 공주님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무슨 진실을요? 나는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 나에게는 신비스런 능력이 없다, 이런 진실이요?


덕만: 격물이란 사물의 이치를 밝히는 것이며, 진실을 밝히는 것입니다.
미실: 그래서요?
덕만: 새주께선 진실을 밝히려는 격물을 가지고, 마치 새주께서 천기를 운행하는 듯한 환상을 만들어냈습니다.
미실: 백성은 환상을 원하니까요. 가뭄에 비를 내리고, 흉사를 막아주는 초월적인 존재를 원합니다. 그 환상을 만들어내야만, 통치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덕만: 아니요, 백성은 희망을 원하는 겁니다.
미실: 백성의 희망? 공주님, 백성이란 것이, 군중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아십니까? 군중의 희망, 혹은 욕망, 이런 것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시지요?
덕만: 예, 전 무섭지 않습니다. 적어도 백성이란 조금 더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원하는 것이지, 환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미실: 백성은 왜 비가 오는지 알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백성은 일식이 어찌 일어나는지 알고 싶지 않습니다. 누군가 비를 내려주고, 누군가 일식이라는 흉사를 막아주면 그만인, 무지하고 어리석은 존재들입니다.
덕만: 그건 모르기 때문입니다.
미실: 예, 모릅니다. 알고 싶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뭘 원하는지도 모릅니다.


덕만: 백성이 책력을 알면 스스로 절기를 알게 되고, 스스로 파종할 때를 알게 됩니다. 그리되면 비가 왜 오는지는 몰라도 비를 자신들의 농사에 어찌 이용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렇게, 한발짝씩이라도 더 나아가고 싶은게 백성입니다.
미실: 안다는 것, 지혜를 갖는 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들에게 안다는 것은 피로하고 괴로운 일입니다.
덕만: 희망은, 그런 피곤과 고통을 감수하게 합니다. 희망과 꿈을 가진 백성은 신국을 부강하게 할 것입니다. 저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 함께 그런 신라를 만들 것입니다.
미실: 공주님, 미실은 백성들의 환상을 이야기하고 있고, 공주께선 백성들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허나, 그 희망이라는 것이, 그 꿈이라는 것이 사실 가장 잔인한 환상입니다! 공주께서는 이 미실보다 간교합니다.





iMBC 김은별 | 화면캡쳐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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