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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스크리닝] <가려진 시간> 한국판 '말할수 없는 비밀'의 탄생 ★★★

기사입력2016-11-0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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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엄마를 잃은 후 새 아빠와 함께 화노도로 이사 온 ‘수린’. 자신만의 공상에 빠져 홀로 지내는 수린에게 ‘성민’이 먼저 다가온다. 둘만의 암호로, 둘만의 공간에서, 둘만 아는 추억을 쌓아가는 그들. 어느 날, 공사장 발파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수린은 성민, 학교 친구들과 산으로 가고 그곳에서 모두가 실종된 채, 유일하게 수린만 돌아온다. 그리고 며칠 뒤, 자신이 성민이라는 남자가 수린 앞에 나타난다. 그 사이에 '화노도 실종사건'은 '화노도 납치사건'으로 발전해 화노도는 물론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이슈가 된다. 산 속에서 있었던 이상한 일로 인해 ‘멈춰진 시간’에 갇혀 어른이 되었다는 성민의 말을 믿어주는 건 수린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급기야 성민은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경찰에 쫒기게 된다.


▶비포 스크리닝

2012년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3년 만의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작으로 선정됐던 단편 <숲>, 독립 장편 <잉투기>로 주목받은 엄태화 감독의 첫 상업 장편영화.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이 작품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신선한 설정과 치밀한 구성, 섬세한 감성으로 기대를 받았다.
대표 꽃미남인 강동원의 출연만으로도 가을 극장가가 들썩일 정도이지만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 되었다는 15살 신예 신은수의 등장이 기대된다.


▶애프터 스크리닝

소년과 소녀의 첫사랑을 판타지 요소로 버무려 '아련하지만 뻔한 멜로'가 아닌 '살아가는 힘이되는 믿음'으로 만들어 냈다. '첫사랑은 모름지기 뭔가 알 수 없는 비밀이나 이유로 헤어진 후 애틋한 마음이 있어야 맛'이라는 정설위에 시간이 멈춘 세상이라는 동화적인 설정과 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냉정한 시선을 비틀어 내면서 독특한 한국식 판타지를 완성시켰다.


아이들만 등장하던 초반 40분 동안 수린과 어린 성민은 촘촘하게 둘만의 비밀과 약속을 만들어 내고, 이후의 이야기를 이끌어갈 충분한 개연성이 된다. '괴물의 알'로 연결된 아이들의 세계는 '실종사건'이라는 어른들의 시선에 흔들리고 '아동성애 범죄자', '스톡홀롬증후군' 등의 지속적인 어른들의 공격 속에서 아이들은 "걱정하지마 나만은 널 알아볼 수 있어"라는 믿음으로 위로가 되어 주고 힘이 되어 준다. 증명할 길이 없어 어렵기만한 둘의 믿음은 상황이 위태로와 질수록 더욱 돈독해졌고, 둘은 서로에게 절대적이 되었다.



'시간이 멈춘 세상'을 표현한 미장센도 독특했다. 밝고 화사하고, 아름답게 표현된 시간이 멈춘 세상의 이모 저모를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아이디어도 뛰어 나서, 그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과 후반부의 외로움, 적막감, 고립감을 표현하는데 큰 몫을 한다.


배우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강동원의 어눌함이 남자의 몸이지만 소년의 정신과 마음을 갖고 있는 성민을 표현하기에 적절했는지는 판단하기 애매하지만, 어린 성민의 눈매와 똑 닮은 강동원의 눈매는 자연스러운 몰입을 유도했다. 오히려 강동원보다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수린 역할의 신은수가 가진 힘이 대단한 영화였다. 아직도 얼굴에 솜털이 무성한 미완의 얼굴을 가진 신은수의 표정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납득이 가는 연기를 보여주어, 이 어린 배우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어린 태식 역할의 김단율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아역 버전의 생활연기 달인이라 칭해도 좋을 만큼 아이들만의 세계를 눈에 쏙 들어오게 보여준다. 다행히도 이 영화는 12세 관람가로 또래들에게도 공감 받을 수 있을 것이다. 11월 16일 개봉.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퍼스트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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