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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④] <해품달>부터 <구르미> ,<달의 연인>까지, 드라마 속 숨은 ‘달’ 찾기

기사입력2016-09-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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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
마주할 벗도 없이 홀로 마시네.
술잔을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니
그림자와 더불어 셋이 되었네.

- 이백, <월하독작>中

중국 최고의 시인 '이백(자는 '태백')'은 평생 자연인으로 살면서 '달'을 벗삼아 술을 마시며 많은 시를 남겼다. 그러다 달을 잡으려고 절벽 위에서 뛰어내려 죽음을 맞았다고 전해질만큼(실제로는 친척 집에서 병사했다.) 달과 관련된 시인으로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남긴 '달'과 관련한 무수히 많은 명시들은 달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창조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잘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달'은 무수한 이야기 속 상상력의 근원으로 활용되며 한계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의 보고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방송가에서 쏟아져 나오는 '달'과 관련한 드라마들도 그것들에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준기-아이유 주연의 <달의 연인-보보경심:려>는 과거로 타임슬립하게 되는 주인공의 비논리적 상황을 달이 해를 가리는 '개기일식'이라는 특별한 우주적 시간을 통해 신화적 개연성을 부여했으며, 박보검-김유정 주연의 <구르미 그린 달빛> 또한 구름을 '백성'으로, 달을 '군주'로 상징하면서 퓨전사극의 발랄한 가벼움 위에 '백성의 뜻으로 그려낸 군주'라는 정치 스토리의 무게를 살포시 얹었다.


이밖에도 달의 신비가 주는 로맨틱한 상상에 기반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드라마들은 무수히 많다. 그렇다면 과거 드라마들 속에서 '달'은 어떤 상징과 의미를 담았을까? 종영된 MBC 드라마들 속에서 숨어있는 '달'의 상징과 은유를 짚어봤다.



1. 달=가난


# 1994년 <서울의 달>



서울에서 달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산다는 것은 '가난'하다는 말과 통한다. 잘 살아보겠다는 꿈 하나로 아무 연고 없는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 시골출신 젊은이들은 가장 집값이 싼 달동네에서 처음 자리를 잡는다. 이렇게 하나둘씩 여러 사연을 가진 인간군상들이 모여들고, 이들의 서울살이의 고단함을 그려낸 드라마가 바로 1994년 방송된 MBC 드라마 <서울의 달>이다.


부푼 꿈을 안고 서울에 올라왔지만 되는 일이 없는 극중 주인공 홍식(한석규)은 제비족에 사기까지 치는 치졸한 인간이다. 돈 많은 여자를 꼬셔 크게 한몫 챙길 생각을 하지만, 정작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서툴기만했던 그는 허황된 꿈과 욕망만을 쫒다 끝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5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이 드라마는 당시 무명이던 배우 한석규를 명품 배우의 반열에 올렸고, 채시라를 비롯한 최민식, 김용건, 백윤식 등 지금의 내로라한 연기파 배우들이 모두 이 작품에 출연해 열연을 펼쳤다.



2. 달=여인


# 2012년 <해를 품은 달>



음양오행사상에 따르면 '해'는 남자를, '달'은 여자를 상징한다. 이 둘은 동시에 함께 떠 있을 수 없는 대립의 관계이지만, 태양 없이 달이 환할 수 없고, 또 태양이 없는 동안 달이 어둠을 밝히는 역할을 대신하는 보완의 관계이기도 하다.


실제로 임금이 앉는 용상의 뒤를 장식하는 '일월오봉도'에는 붉은 태양과 흰 달이 함께 그려져 있는데, 이는 왕과 왕비를 각각 상징한다.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이런 태양과 달의 관계를 왕과 왕비의 애절한 로맨스로 그려내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어린시절 세자와 세자빈으로 인연을 맺게 된 훤(김수현)과 연우(한가인). 하지만 권력에 눈이 먼 대비의 음모로 연우는 비극적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훤은 죽은 연우를 잊지 못한 채 왕이 된다. 그러나 극적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된 연우는 기억을 잃은 채 무녀가 되고, 무녀로 다시 돌아간 궁에서 훤을 만나면서 잃었던 기억을 회복하고 다시금 원래의 자리인 왕비가 된다.


지구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인 해와 달은 마침내 함께 있음으로서 그 완전함을 갖추게 되며, 극중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연우의 스토리는 생명력과 재생을 상징하는 '달'의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3. 달=광기


# 2013년 <구가의 서>, # 2015년 <밤을 걷는 선비>




만월의 밤은 숨겨왔던 욕망과 광기가 드러나는 시간이다. 시각의 지배를 받는 밝은 대낮에는 눈에 보이는 겉모습으로 정체를 위장할 수 있지만, 어두운 밤이 되면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내면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는 법. 드라마는 항상 이같은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인간으로 인해 스토리가 전개되기 마련이며, 과거 드라마들에서는 대체로 그들이 악역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최근 방송되는 드라마들에서는 이런 인간의 양면성을 인간의 본성으로 인정하고 그것을 선과 사랑으로 극복해 나가는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서고 있다.



2013년 방송된 <구가의 서>는 '반인반수'의 운명을 가진 주인공 '강치(이승기)'가 짐승의 본능을 사랑으로 극복하고 인간 여인과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내용이 중심 축이며, 2015년 방송된 <밤을 걷는 선비> 역시 흡혈귀의 운명을 입은 주인공 '김성열(이준기)'이 흡혈본능을 이겨내고 악귀를 물리친 후 인간과 더불어 살게 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드라마 속에서 이들이 숨겨진 욕망과 광기로 괴로워하는 장면이 그려질 때는 대부분 어두운 만월의 밤을 배경으로 하고있는 것도 주요한 드라마적 장치로 볼 수 있겠다.


올 추석에는 구름사이로 둥근 보름달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굳이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명절의 풍습이 아니더라도 하루쯤은 고개를 들어 달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달이 당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자. 어쩌면 달이 당신에게 <해품달> 또는 <구르미>나 <달의 연인>보다 더 아름다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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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 취재팀 | 화면캡쳐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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