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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부터 돼지껍데기까지, '천민의 맛'에 빠진 상류층의 '먹방'타임!

기사입력2016-07-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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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프랑스 혁명 당시, "빵을 달라!"고 외친 평민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는 프랑스 여왕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는 아주 오랫동안 지배계층이 평민들의 삶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이 비단 18세기만의 일이겠는가? 오늘날에도 기득권층은 서민들의 삶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별로 알고싶어 하지 않는다.)

이런 웃픈 현실은 드라마 속에서도 종종 풍자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평생을 궁에서 살아온 왕이 신분을 감춘 채 잠행에 나섰다가 우연히 만난 천민을 통해 백성들의 삶을 경험하게 되거나, 상류층의 삶을 살아온 주인공이 서민층의 이성과 사랑에 빠져 그들의 삶을 의도치 않게 경험하게 되면서 문화 충격에 빠지는 모습들 말이다.

특히 그것을 가장 재미있게 그려내는 장면은 다름 아닌 상류층 주인공이 낯선 '천민의 음식'을 접하게 될 때이다.

드라마 속 상류층들은 생전 처음 접하는 '천민의 맛'에 반해 진심어린 감탄사를 내놓기도 하고, 또 지나치게 그 음식에 집착해 신분을 망각한 채 체면과 위엄을 잃는 행동으로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지금까지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들 가운데서 과연 어떤 '천민의 음식'들이 상류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는지 살펴보자.


1. 오묘한 씹는 맛으로 '숙종'의 입맛을 사로잡은 '돼지껍데기' - <동이> 11회 (2010년 4월 26일 방송)


"오~ 이거 아주 맛있구나! 씹는 맛이 오묘한게 아주 내 입에 딱이다!"

잠행에 나섰다가 우연히 동이(한효주)를 만나게 된 숙종(지진희). 동이에게 자신을 판관이라고 속인 채 재회한 두 사람은 주막에서 황주식(이희도), 영달(이광수)과 함께 술자리를 갖는다. 특히 숙종은 미남자인 임금과 닮았다고 말하는 황주식의 말에 어깨를 으쓱하다가도 까무잡잡하고 듬직한 사내가 좋다는 동이의 말에 질투를 느끼기도 하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숙종 역할을 맡은 배우 지진희는 난생 처음 맛본 돼지껍데기의 식감에 감탄하다가 음식의 재료를 알고 당황하는 모습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며 당시 위엄있게만 그려지던 천편일률적인 왕의 모습을 벗고 천진하고 호탕한 왕을 연기해내며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왕 캐릭터의 탄생을 알리기도 했다.


2. 유기농만 먹고 자란 부잣집 도련님 '찬빈'에게 신세계를 열어준 '닭똥집' - <내 딸, 금사월> 21회 (2015년 11월 15일)



"쫀득하면서도 아삭하고 말랑한 젤리같으면서도 혀 끝에 남아있는 풍미는 깊어. 너무 맛있어!"

꾸밈없고 털털한 사월(백진희)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보금그룹 외아들 찬빈(윤현민).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최고급으로만 먹고 입었던 그에게 늘 가난하기만 했던 사월의 취향은 좀처럼 적응이 안 된다. 어느 날 재래시장 장보기에 나선 사월을 쫓아 시장에 간 찬빈은 포장마차에서 요기를 하려는 사월을 보고 위생상태를 운운하며 타박한다. 하지만 사월 앞에 놓인 '닭똥집'을 한번 맛 보고는 감탄해마지 않는데! "이 요리 이름이 뭐라고?"


3. '세종'에게 미래국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든 '떡볶이' - <퐁당퐁당 LOVE> 1회 (2015년 12월 13일 방송)


"와! 미래국, 내 인정한다. 인정 안 할 수가 없구나."

세종(윤두준)은 미래국에서 온 고삼이(김슬기)가 잘난 채 하는 것이 영 못마땅하다. 흙수저 주제에 감히 수라상을 넘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천민의 맛'을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하는 것도 영 꼴보기 싫다. 하지만 고삼이가 수라간에서 2분만에 뚝딱 만들어낸 '떡볶이'는 세상에 어디에서도 먹어본 적 없는 맛! 이런 요리를 만들어내는 미래국이라면 인정 안 할래야 인정 안 할 수가 없다.


4. '명종'의 가던 길을 멈춰세운 '빈대떡' - <옥중화> 19회 (2016년 7월 3일 방송)


"이거 냄새만 좋은 줄 알았더니 맛도 참 좋구나. 참 맛나는구나!"

신분을 숨긴채 옥녀(진세연)를 만난 명종(서하준)은 저잣거리에 나섰다가 길에서 만들어 파는 빈대떡 냄새에 가던 길을 멈춘다. 옥녀의 제안으로 길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한번도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어본 적 없는 명종은 그런 자리가 영 어색하다. 때마침 부쳐나온 빈대떡을 맛본 명종은 길거리 음식의 맛에 푹 빠져 감탄사를 연발하는데. 그런 명종을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도련님으로 여긴 옥녀는 명종을 향해 인생조언까지 해 보여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어쩌면 그냥 웃고 지나칠 드라마 속 에피소드지만, 이 장면들은 종종 드라마에서 중요한 의미로 작용한다. 주인공들은 음식을 통해 지금까지 경험해왔던 감각으로는 깨달을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자극을 만나게 되고, 이것은 그가 그동안 살아온 인생의 경험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 속에서 그 맛을 열어주는 천민은 아주 중요한 인물일 수 밖에 없다. 주인공의 인생을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삶으로 뒤바꿔 놓을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맛에 하나의 세계가 열리고, 하나의 세계가 열리면 하나의 인생도 열린다.










iMBC 취재팀 | 화면캡쳐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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