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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자의 감성리뷰] 뒤바뀐 선과 악? <옥중화> 속 '배경에 숨은 이야기'

기사입력2016-05-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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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감성리뷰’의 차기자입니다. 드라마 속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까 합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대사, 주제, 장면, 소품, 장소…그 어떤 것도 ‘감성리뷰’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거죠.

이것을 한층 더 깊게 파악해 드라마와 연결시키고, 나아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드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아, 물론 감성리뷰이니 만큼 기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본 기사를 읽으실 때의 유일한 유의점이 되겠습니다.

자, 함께 즐거운 드라마 속 다양한 이야기에 빠져들 준비가 되셨나요?


‘세상의 가장 낮고 어두운 그 곳에서, 한 소녀의 삶이 펼쳐진다’
여러분은 세상의 가장 낮은 곳이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온갖 차별과 힐난이 난무하는 곳, 인간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하는 존재가치를 절감시키는 곳. 발 딛은 현실을 떠올리신다면 너무나 슬픈 상황이겠지만, 드라마 속 ‘이곳’은 말 그대로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곳입니다. 바로 ‘전옥서’, 감옥이죠.

오늘 만나볼 드라마 속 감성 이야기는 MBC 창사 55주년 특별기획 <옥중화> 1화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그 안의 배경과 만나봅니다.



때는 1540년 중종 35년 3월. 전옥서로 수감되는 다양한 죄수들을 따라갑니다. 전옥서(典獄署)란 조선시대에 존재했던 죄수들을 관장하는 관서로, 현재의 교도소가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이라, 다소 스쳐지나갈 수 있는 장면이지만 ‘죄인들의 몸수색’ 장면에서부터 당시 사회가 죄인들에게 어떤 대우를 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금붙이나 엽전을 숨겨서 들어온 놈들은 미리 뱉어내라. 수색 시에 적발되는 놈은 홀딱 벗겨서 기둥에 묶어버리겠다!”
“옷 다 벗어! 아랫도리까지 벗어!”

제 아무리 신분의 서열 구조가 명확한 사회라고는 하지만, 죄수들의 인권은 존중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해가 중천에 뜬 백주대낮에 옷을 모두 벗어야 하는 수모를 겪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마치 가축들에게나 시행하는 검사를 전옥서에서는 인간에게 합니다.

더욱이 한 여죄수가 한밤중에 남편을 간병하기 위해 탈옥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전옥서 주부(김응수)는 죄수들을 모아놓고 심한 매타작과 발길질을 해댑니다.



“멈추시오! 멈추란 말이오! 전옥서 주부가 남형을 하는 것은 법이 엄격히 금하고 있거늘, 어찌 매질을 한단 말이오? 지금 내 몸에 손을 댈 작정이라면 차라리 날 죽이시오. 만약 내가 살아난다면 내 필시 형주의 이 모든 사실을 고하겠소!”
“저들을 개돼지만도 못하다 단정 짓지 마시오. 저 여인이 죽음을 무릎 쓰고 남사를 찾아간 것은 색정에 눈이 먼 것이 아니라, 고신을 당해 깊어진 지아비의 병을 돌보기 위해서였소. 전옥서 주부가 죄수의 병을 방치한 것 또한 형조에서 안다면 무사하지 못할 터!”
-극중 매타작을 하는 전옥서 주부에게 항의하는 정난정-

여기서 정난정(박주미)이 유일하게 목소리를 높여 그에게 항변 합니다. 정난정은 양반에서 격하된 노비 출신의 기생입니다.

그녀가 일하는 곳은 당대 최고의 기방으로 그려지는 소소루인데, 아무리 그렇다한들 그녀가 신분이 낮은 기녀에다가 여자 죄수라는 점을 볼 때, 이렇듯 전옥서 주부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위치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녀를 당당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법’입니다.


정난정의 반발이 그려진 이 대목에서 우리는 전옥서에 존재하고 있는 죄인에 대한 최소한의 인권 보장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전옥서의 주부라도 죄인을 함부로 손찌검 할 수 없다.
둘째, 아무리 죄인이라도 죄수의 병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즉 죄는 다스리되, 죄인 자체에게는 손을 댈 수 없다는 것이 전옥서의 방침인 셈이지요. 물론 이는 과격한 전옥서 관리인에게는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권력을 가진 인물들의 공통점? ‘이렇게 파괴적일 수가!’
그럼 잠시 <옥중화>의 메인이 되는 전옥서를 벗어나 바깥을 살펴보겠습니다. 곧 산달을 앞두고 있는 듯한 만삭의 부인이 한 남자와 함께 힘겹게 도주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를 쫓는 것은 바로 문정왕후의 남동생이자 조선시대의 문신, 윤원형(정준호)입니다.


만삭의 몸으로 힘겹게 도망치고 있는 옥녀의 모(母). 그녀는 힘겹게 도주하지만 결국 옥녀를 낳고 사망한다.


온갖 악행을 자행하고 있는 극중 윤원형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그는 제 입으로 ‘내 말 한 마디면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 뜨린다’는 권력을 손에 쥐었음에도 패악하기 이를 데가 없는 인물입니다. 실수를 한 부하를 가차 없이 베어 죽이는가 하면, 만삭의 여인을 죽이려 들고, 여기에 궐 안에서조차 지나가는 관리에게 ‘눈빛이 거슬린다’는 이유로 발길질을 해대죠. 그가 상냥하게 머리를 조아리는 인물은 자신의 든든한 배후가 되는 문정왕후 뿐입니다.


"전옥서가 뭐야, 죄 지은 연놈들이 벌을 받는 곳인데 죄수라는 것들이 지 집 안방에서 사는 거나 다름없더라, 이거야! 내가 책임을 맡은 이상 이제부터 전옥서는 가장 혹독하고 가장 무서운 곳이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윤원형만 그런 걸까요? 전옥서 안에서도 권력을 가진 인물들의 패악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등장만으로도 전옥서 관리들까지 떨게 만드는 새 주부, 정대식(최민철), 죄수들에게서 온갖 뇌물을 받으며 전형적인 비겁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전옥서 참봉 유종회(박길수), 그리고 화적패 두목인 강만보까지 죄다 힘 좀 쓴다는 사람들은 모두 폭력적인 성향을 보입니다.

거친 죄수들, 거친 권력자들. 그렇다면 <옥중화>는 거친 사람들의 처절한 투쟁이라도 되는 걸까요? 전옥서 밖은 이렇듯 악의 축인 권력가들이 주무르는 세상이나, 전옥서 안의 대체적인 풍경은 조금 다릅니다.


죄수들과 함께 도박을 즐기는 지천득

전옥서, 그리고 선과 악의 기묘한 뒤바뀜 현상?
다시 전옥서 안을 살펴봅니다. 옥녀의 양아버지인 서리 지천득(정은표)를 비롯해 옥졸 재덕(조윤호), 다모 유금(안여진) 등 앞서 거론된 권력가들과 대비해 다소 직급이 낮은 인물들은 선량한 성격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하물며 지천득은 스스럼없이 죄수들과 감방 안에서 놀이를 즐기기도 합니다. 이렇게 직각으로 내려다보는 앵글로 찍으니, 서리와 죄수들의 신분은 보이지 않죠. 다른 것은 옷 색깔일 뿐입니다.


옥 안에서 갓난아이(옥녀)를 돌보고 있는 여자 죄수들

여기에 죄수인 전우치(이세창), 토정 이지함(주진모), 소매치기인 천둥(쇼리)와 나머지 죄수들마저 오히려 선량하고 인품 좋은 사람들로 그려지죠. 하물며 전옥서의 죄수들은 지천득이 울며 겨자먹기로 기르게 된 옥녀(정다빈)를 젖을 물리고 공부를 가르치는 등 제 딸처럼 키워냅니다.

위의 인물들을 살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은 맹자가 주장한 성선설 속 인물도, 순자가 주장한 성악설 속 성격도 아닙니다. 날 때부터 악한 인물, 날 때부터 선한 인물이라는 증거가 어디서도 좀처럼 발견하기 힘들죠. 폭력을 저지르는 인물들의 배후에는 그를 무마시킬 힘이 있고, 핍박당하는 백성들과 죄인들은 낮은 신분이라는 멍에를 쓰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신분과 환경에 따라 좌우되는 행동을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전옥서 안에서는 폭군처럼 굴다가도 윤원형 앞에선 아부를 하는 정대식이라던가) 그렇다면 날 때부터 전옥서에서 살게 된 옥녀의 경우는 어떨까요?


전옥서에서 자라게 된 옥녀, 그 15년 후

옥녀와 ‘성무선악설’, 환경이 그녀를 키운다
옥녀는 지천득의 손에 맡겨져 똘똘하고 선량한 마음씨를 가진 소녀로 자라납니다. 종종 죄수들에게 먹을 것들을 베풀고, 불철주야 뛰어다니는 옥녀의 활기찬 모습은 전옥서 식구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전옥서의 높은 담 밖에서 사람들은 전옥서는 죄인이 가는 장소라며 손가락질을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자란 옥녀는 선한 마음과 천재적인 두각을 드러내며 기량을 키워가죠. 옥녀의 이런 모습은 사람의 인품이 환경에 따라 좌우된다고 주장한 고자의 ‘성무선악설’을 옮겨 놓은 듯 합니다. 옥녀의 모습이 곧 전옥서의 성격을 대변하는 것이겠지요.


즉, 전옥서의 사람들이 오히려 아이를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낼 만큼 선량한 반면, 윤원형의 세상이 된 바깥에서는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선악의 뒤바뀜 현상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죄수들이 착하고, 권력가가 폭군처럼 그려지다니! 이쯤에서 <옥중화>가 어떤 드라마인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옥중화>는 옥에서 태어난 주인공 옥녀가 훗날 지금의 변호사인 ‘외지부’가 되어 억울한 백성들의 대변인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사이사이 윤태원(고수)와의 로맨스도 있겠죠.)

순진무구한 옥녀의 눈에 비친 죄수들은 진짜 죄수가 아닙니다. 오히려 옥녀는 이지함을 스승이라 부르고, 천둥과 전우치로부터 다양한 기술을 전수받으며 성장합니다.



비록 전옥서 안의 죄수들이 일일이 어떤 이유로 수감이 되었는지는 상세히 나오지 않지만, 남편의 병수발을 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아낙네, 권력 앞에서도 바른 말을 놓치지 않는 이지함, 죽어가는 산모의 아이를 받아주는 여죄수의 행동이 과연 세상이 흔히들 말하는 죄수의 이미지일까요? (물론 개중에는 진짜 나쁜 죄수도 있겠지만, 두각을 나타낼 만큼 비중있게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죄수 강만보도 윤태원의 손에 죽게 됐죠.)


즉 <옥중화> 속 죄인들은 ‘힘없는 백성’을 표방하면서, 이들을 대변하고자 성장하는 여주인공의 행보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앞으로 옥녀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세상의 질책을 피할 만큼 똑똑하게 반격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조금은 길었던 [차기자의 감성리뷰], 어떻게 보셨나요? 드라마 속 배경과 환경이 보여주고 있는 주인공들의 성격과 대립구조를 엿보면서 앞으로도 즐거운 시청을 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앞으로 흥미진진한 행보를 펼칠 MBC 창사 55주년 특별기획 <옥중화>는 매주 토, 일 밤 10시에 만나보세요!


iMBC 차수현 | 사진 화면캡쳐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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